상행ᐧ༚̮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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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개요

항목 내용
제목 상행
작가 김광규
발표 1981년
갈래 서정 갈래
시대적 배경 박정희 정권 ~ 전두환 정권 (현대)

전문

가을 연기 자욱한 저녁 들판으로
상행 열차를 타고 평택을 지나갈 때
흔들리는 차창에서 너는
문득 낯선 얼굴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너의 모습이라고 생각지 말아 다오.
오징어를 씹으며 화투판을 벌이는
낯익은 얼굴들이 네 곁에 있지 않느냐.
황혼 속에 고함치는 원색의 지붕들과
잠자리처럼 파들거리는 TV 안테나들
흥미 있는 주간지를 보며
고개를 끄덕여 다오.
농약으로 질식한 풀벌레의 울음 같은
심야 방송이 잠든 뒤의 전파 소리 같은
듣기 힘든 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아 다오.
확성기마다 울려 나오는 힘찬 노래와
고속 도로를 달려가는 자동차 소리는 얼마나 경쾌하냐.
예부터 인생은 여행에 비유되었으니
맥주나 콜라를 마시며
즐거운 여행을 해 다오.
되도록 생각을 하지 말아 다오.
놀라울 때는 다만
'아!'라고 말해 다오.
보다 긴 말을 하고 싶으면 침묵해 다오.
침묵이 어색할 때는
오랫동안 가문 날씨에 관하여
아르헨티나의 축구 경기에 관하여
성장하는 GNP와 증권 시세에 관하여
이야기해 다오.
너를 위하여
그리고 나를 위하여

주요 특징

배경

이 작품에서 살펴보아야 할 중요한 문제 두 가지는 첫째, 산업화이며 둘째, 독재이다.

"농약으로 질식한 풀벌레의 울음"이라고 하는 구절에서 특히 두드러지듯이 시인은 농촌의 산업화가 농경사회의 질서를 해치는 현실을 비판하고자 했다. 변화하고 해체되는 농촌의 풍경은 "확성기마다 울려나오는 힘찬 노래와/고속도로를 달려가는 자동차 소리"로 묘사되기도 한다. 이는 중앙집권적으로 진행된 산업화 및 근대화 하에 이루어진 고속도로의 개통 등이 농촌사회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음을 시사한다.

고속도로의 건설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초의 일이다. 당시 정부는 제 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기간 중 경제개발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송에 있어서의 개선이 필수적임을 인식하고 1967년 8월 서울에서 인천 등지의 고속도로 건설계획을 밝힌다. 이에 따라 경인, 경부, 울산, 호남고속도로가 연차적으로 착공되었다.[1]

바로 이 제 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이 통상적으로 대한민국 산업화의 시작으로 평가된다. 정부 주도 하에 이루어진 산업화는 1960년대 초기에는 생활 필수품의 공급과 국산화 및 수출 산업화에 유리한 경공업 분야를 중심으로 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1970년대 중후반부터는 부가 가치가 높은 중화학 공업 분야로 그 축을 전환했다. 초기 산업화로 비약적 성장을 이룬 이후 두 차례의 외환 위기를 겪었으나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공적으로 대규모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등 한국의 산업화는 매우 빠른 기간 안에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단기간에 압축적인 산업화를 이루어 낸 결과, 부작용이 따르기도 했다. 사회적으로는 급속한 소득 증가와 더불어 빈부 격차가 커지면서 대립과 갈등이 심화되었고, 도시화율이 빠르게 높아지며 주택난과 생활 인프라 부족, 환경오염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와 같은 현상들이 초래되었다. [2]


시인은 또한 "듣기 힘든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말아"달라고 요청하며, "맥주나 콜라를 마시며/즐거운 여행"만을 떠올릴 것을 제안한다. 또한 "되도록 생각을 하지 말아"달라고, 침묵이 어색하다면 날씨나 축구 경기, 성장하는 GNP와 증권 시세 등 지극히 사소하고 개인적인 관심사들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요청한다. 이 이야기는 당연하게도 반어적 표현으로, 시인이 경계하는 삶에 대해 말하고 있는 셈이다.

'TV 안테나들'과 '흥미 있는 주간지' 등 가벼운 오락을 의미하는 시어들과 이 작품의 창작 배경을 고려해 본다면 자연스럽게 전두환 정권의 3S 정책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3S, 즉 영화(screen), 스포츠(sports), 섹스(sex) 세 가지로 대중을 우민화하는 정책은 제 5공화국 전두환 정부의 대표적인 문화정책이다. 전두환 정권은 가벼운 오락 컨텐츠를 대중에게 제공함으로써 정치에 대한 관심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고자 했다. 1980년을 기점으로 컬러방송이 시작되며 컬러TV가 빠르게 확산되었고, 1982년부터는 프로 스포츠의 잇따른 개막과 야간 통행금지의 해제가 이루어졌다.

시인이 <상행>을 처음 발표한 시기는 1981년으로, 3S 정책 자체를 비판하기 위해 창작했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개인적인 관심사과 오락으로 시선을 돌리고 현실을 외면하는 태도를 지적하고자 했다는 점에서는 함께 살펴보아도 그 의미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특징

1981년에 처음 발표되어 1983년 출간된 시선집 『반달곰에게』에 실린 이 작품은 상행선 열차를 타고 서울로 향하고 있는 청자 '너'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작품 속에서 기차는 평택의 들판을 지나고 있으며, 저녁 시간이기 때문에 차창에 내부가 비쳐 '너'는 '낯선 얼굴'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낯선 얼굴'은 단순히 창에 비친 모습,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자아가 아닌 '반성적 자아'를 의미한다.

이때 시인은 반성적 자아인 '낯선 얼굴'을 외면하기를 권한다. 이는 작품 내내 이어지는 반어법의 일종으로, 결국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낯선 얼굴' 즉 반성적 자아를 받아들이고 현실을 직시하라는 것이다. "오징어를 씹으며 화투판을 벌이는/낯익은 얼굴들"은 비판적인 태도 없이 일상을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시인은 이러한 '낯익은 얼굴들'을 일깨우며 계속해서 부정적인 현실을 바라볼 것을 요청한다.

시의 전반부와 중반부에서 그 패턴은 대략 “~말아 다오”라는 문장을 기점으로 구분된다. 즉 1~5행에서 시인은 상행선 열차 바깥을 내다보다가 불현듯 자신의 낯선 얼굴을 발견하면 그것에서 비판적 자아를 발견하라고 요청하고 있고, 6~11행, 12~19행에서는 일상에 파묻힌 채 무비판적으로 살아가는 삶의 일면과 점차 해체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농촌의 변화를 대비시키면서 그런 부정적 현실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볼 것을 요청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20~29행에서는 부정적 현실에 침묵하라는 반어적 요청을 통해 부정적 현실 앞에서 결코 침묵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3]

작가

김광규 (金光圭)
김광규.jpg
이름 김광규 (金光圭)
출생 1941년 1월 7일
출생지 경성부 종로구 통인정
(現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종로구 통인동)
활동 시기 1970년대 (현대)
대표작 〈상행>, <묘비>

1941년 서울의 종로에서 태어났다. 1951년 한국전쟁 당시 잠시 경기도 용인으로 피신했으나 1954년부터 줄곧 서울에서 살았고, 1960년 서울대학교 독문학과에 입학한다. 4월 19일 독재 타도를 외치는 시위대와 함께 경무대를 향해 행진한 경험은 그의 시정신에 짙게 깔려 있다.

1975년 계간《문학과 지성》에 <유무>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일상적인 체험을 성찰적 시선으로 바라보며 인간성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태도와 현실을 비판하고 자연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작품들을 주로 집필했다.[4]

참고문헌

  1. "고속도로", 한국민족문화대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23066&cid=46632&categoryId=46632
  2. "산업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26295#section-2
  3. "상행",낯선 문학 가깝게 보기: 한국현대문학,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411837&cid=41773&categoryId=50391
  4. "상행", 위와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