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eseArt&Culture(2025) Research Project 08
CNUDH
작성자: 방유진
목차
Contents
연구 목적과 배경
동양적 이상향의 상징인 도원향(桃源鄕)은 중국 동진 시기 도연명의 「도화원기」에서 처음 제시된 개념이다. 주로 복숭아꽃이 가득한 산속의 마을 풍경을 묘사하는데, 이는 오늘날까지 무릉도원(武陵桃源)이라는 비유적 표현으로 남아 동양인이 가지고 있는 이상향의 원형이 되었다. 따라서 본 연구는 동양인들의 의식 속에 있는 도원향이라는 개념이 회화 속에서 어떻게 시각화되고 구체화되었는지 탐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단순한 문학적 개념이던 도원향이 회화 장르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보며 동진 시대부터 명·청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변천 과정을 알아보도록 한다.
연구 대상과 수집 방법
- 수-청대 시대별 도원도(桃源圖)
| 작가 | 시대 | 작품명 | 재료 | 크기(세로*가로) | 소장기관 |
|---|---|---|---|---|---|
| 전자건(展子虔) | 수대 | 유춘도(遊春圖) | 비단에 채색 | 43x80.5cm | 북경고궁박물원 |
| 이사훈(李思訓) | 당대 | 강범누각도(江帆樓閣圖) | 비단에 채색 | 101.9x54.7cm | 국립고궁박물원 |
| 마화지(馬和之) | 송대 | 도원도(桃源圖) | 종이에 채색 | 30x339.9cm | 국립고궁박물원 |
| 전선(錢選) | 원대 | 사명도원도(四明桃源圖) | 비단에 채색 | 23.2x101.7cm | 상하이박물관 |
| 육치(陸治) | 명대 | 도원도(桃源圖) | 비단에 채색 | 125x62cm | 상하이박물관 |
| 고부진(顧符稹) | 청대 | 도원도(桃源圖) | 비단에 채색 | 34.1x46.7cm | 상하이박물관 |
위 작품들은 수대부터 청대까지 약 1300년 동안 그려져온 도원도이다. 그리고 작품 수집 과정에서 도원향 자체가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복숭아꽃을 제재로 하는 화조화(花鳥畵)[1]는 제외하였다. 또한 반드시 작품명에 도원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도원의 구성 요소를 갖추었다고 사료되는 작품을 포함하여 수집 범위를 확장하였다. 특히 송대 이전의 도원도 수집에 한계가 있었는데, 그 이유를 들어 동양적 이상향이 도원의 개념에만 의존하지 않고 여러 종교 및 철학 사상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과 동진 시기 탄생했던 문학적 개념이 완전히 회화 장르로 전환되는 데에 시간이 걸렸을 것으로 추측한다. 기본적으로 도원도는 명·청시대에 가장 번성하여 오늘날까지 발전을 이뤄온 장르이다.
전자건(展子虔)의 유춘도(遊春圖)는 현존하는 중국 회화 중에서 가장 최초의 그림이자 고대 산수화의 시초가 되는 그림이다. 6세기 후반 수나라 대에 그려졌으며 도연명의 「도화원기」가 5세기 초 동진 시대에 지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작품의 구성 요소가 도원의 형태를 이어받았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작품을 살펴보면 산에는 복숭아꽃이 피어있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경치를 구경하거나 말을 타기도 하고 물가에서 뱃놀이를 즐기고 있다. 또한 산허리에는 사합원[2] 양식의 전통 가옥과 2층 구조의 누각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비록 작품의 주제가 도원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그림의 구성 요소를 고려하였을 때 「도화원기」의 간접적인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사훈(李思訓)의 강범누각도(江帆樓閣圖)는 당대(唐代)에 그려진 산수화이다. 그림의 상단에 세 척의 배가 떠 있고, 곳곳에 복숭아꽃이 피어있으며 물가에서 이야기하는 사람들, 말을 탄 사람과 그의 시종들이 산중의 누각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강범누각도에서는 앞서 유춘도를 감상하였을 때와 동일한 소재들이 연이어 등장하는데, 가장 큰 특징은 역시 눈에 띄는 누각이다. 당시 누각은 도교(道敎)[3]를 바탕으로 도가적 이상향인 불로장생[4]과 신선 세계를 표방하는 건축물이었다. 따라서 도원과 같은 구체적 이상향이 보편화되기 이전에는 동양의 이상 공간이 여러 종교 및 철학 사상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이 그림 자체가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따른 이상 공간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해석하기보다는, 바로 앞선 시대의 작품인 유춘도를 계승하여 도원과 비슷한 소재가 나타났다고 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마화지(馬和之)의 도원도(桃源圖)는 최초로 도원(桃源)을 그린 작품이다. 이전 시대의 그림들은 모두 「도화원기」에서 간접적인 영향을 받았거나 유불도[5]적 사상에서 이상향을 찾는 그림들이 전부였으나, 마침내 송대에 이르러 도원이라는 문학적 개념이 본격적인 회화 장르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그가 표현하는 도원을 보면 가옥과 마을이 안개에 둘러싸여 있고, 사람들이 호랑이 가죽 위에 앉아 춤을 추고 놀고 있다. 전체적으로 신선 놀음과 같은 분위기가 풍기지만 나무 밑의 닭과 개, 쌓인 농기구와 소를 끄는 남자를 보면 목가적인 농촌의 풍경으로 보여진다. 마찬가지로 아직까지 도가적 이미지를 가져가고 있으며 군데군데 복숭아꽃이 피어있고, 강물에 배 한 척이 떠 있다.
전선(錢選)의 사명도원도(四明桃源圖)는 원대 초기에 그려진 산수화이다. 전선은 복고주의 회화 흐름을 탄 사람이었는데, 문인화(文人畵)[6] 양식이 본격화되기 이전에 화려한 색채로 도원을 표현해 변화를 추구하기도 했다. 따라서 같은 시기의 조맹부(趙孟頫)[7]와 예술관을 공유하지만, 화풍에는 차이가 있었다. 작품에 인물상이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산 아래에 큰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마을 사이에 복숭아꽃이 피어있다. 마당에 서 있는 사람들과 다리를 건너는 사람, 그리고 배를 타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전선이 작품명을 사명도원도(四明桃源圖)라고 붙인 이유는 알 수 없으나, 그가 사명산(四明山)[8] 근처에 위치한 저장성(浙江省) 오흥(吳興) 출신이었다는 것으로 미루어 봤을 때, 사명산 일대를 배경으로 한 이상 공간을 그렸을 가능성이 있다.
육치(陸治)의 도원도(桃源圖)는 명대에 그려진 산수화이다.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산점투시[9]의 구도를 취하고 있는 것인데, 산점투시란 고정된 시선에서 벗어나 한 장의 그림 속에 몇 개의 시점이 있는 원근법을 말한다. 이는 주로 동양의 심산유곡(深山幽谷)[10]을 표현할 때에 자주 사용되었다. 작품을 살펴보면 왼쪽 하단에 배를 타고 있는 사람이 있고, 안개 속에 복숭아꽃이 피어있다. 또 마을의 가옥에 대나무가 둘러져 있고 그 속에서 마당을 쓸고 있는 사람과 마주보고 앉아있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다.
고부진(顧符稹)의 도원도(桃源圖)는 청대에 그려진 산수화이다. 그림을 보면 안개에 감싸진 산봉우리가 여러개 솟아있는데, 이를 기준으로 왼편에는 마을 풍경을 그리고, 오른편에는 산수를 묘사하였다. 작품의 왼쪽 하단에서 소를 끌고 밭을 가는 사람을 볼 수 있다. 또 복숭아꽃이 핀 마을에는 개가 있고, 마을 가운데의 호수에서 배를 타는 사람들도 보인다. 전체적으로 아주 먼 곳의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그 표현이 과장되지 않고 굉장히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 작품명 | 복숭아꽃 | 배 | 가축 | 마을 | 밭 | 안개 |
|---|---|---|---|---|---|---|
| 유춘도(遊春圖) | O | O | O | X | X | X |
| 강범누각도(江帆樓閣圖) | O | O | O | X | X | X |
| 도원도(桃源圖),宋 | O | O | O | O | △ | O |
| 사명도원도(四明桃源圖) | O | O | X | O | X | O |
| 도원도(桃源圖),明 | O | O | X | O | X | O |
| 도원도(桃源圖),淸 | O | O | O | O | O | O |
위 작품들에서 공통되게 나타나는 구성 요소들을 복숭아꽃, 배, 가축, 마을, 밭, 안개로 규정하고 비교 분석하면 이렇다. 이와 같이 도원도의 다양한 구성요소 중에서 복숭아꽃과 배 요소가 가장 규칙적으로 나타났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가축 요소들도 일관성있게 드러나는 듯했으나 소, 말, 개, 닭처럼 가변적으로 등장하였다. 송대의 도원도의 경우, 밭을 직접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농기구와 소를 끄는 남자를 통해 농사를 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으므로 중립으로 분류하였다.
연구 결과의 효용과 의미
인간이 가지는 이상향은 개인마다 다른 이미지를 가질 것이다. 그러나 도원(桃源)은 현대까지도 한자문화권에서 이상적 공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도연명이 바라보았던 동양적 이상향이 어디에나 있을 법한 소박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토마스 모어가 주장한 서양적 이상향[11]과 차별화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원도는 문학적 개념을 회화에 반영한 문학·예술적 결과물이자,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 의식 속에 흩어져 있던 이상향을 한 곳으로 수렴하고 내면적 공간을 이어주는 매개체로서 의미가 있다. 또한 여러 가지 제재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도원의 특성을 이용하여 그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구성 요소들을 추출하여 데이터화할 수 있다.
참고한 자료의 목록
- 김태만, 「도화원기(桃花源記)」, 『쉽게 이해하는 중국문화』, 다락원, 2011, 306쪽.
- 이인경, 「東洋의 理想鄕 ‘桃花源’의 특징과「桃花源記」의 藝術境界」, 『동양학』, 2013.
- 나형민, 「회화유형에 따른 동양적 이상향(理想鄕)의 성격」, 『미술문화연구』, 2020.
주석
- ↑ 꽃과 새를 그린 그림. 화조도(花鳥圖)라고도 한다.
- ↑ 중국 허베이, 베이징의 전통적인 건축 양식. 가운데에 있는 마당을 담장과 건물이 사각형으로 둘러싼 형태이다.
- ↑ 신선사상을 기반으로 노장사상·유교·불교와 여러 신앙 요소들을 받아 들여 형성된 종교.
- ↑ 늙지 아니하고 오래 삶.
- ↑ 동양의 삼교(三敎)인 유교와 불교와 도교를 아울러 이르는 말.
- ↑ 전문적인 직업 화가가 아닌 시인, 학자 등의 사대부 계층 사람들이 취미로 그린 그림.
- ↑ 당, 북송화풍을 모범으로 하는 복고주의를 따라 원대 산수화의 전형을 만든 화가. 전선(錢選)과 동향 사람이다.
- ↑ 중국 저장성(浙江省) 닝보(寧波)의 서남쪽에 있는 산. 예로부터 영산(靈山)으로 유명하며, 천태종 산가파의 성지이다.
- ↑ 화가의 눈을 한 점에 고정하지 않고, 보는 점의 위치를 여러 번 바꾸어 가면서 관찰한 여러 개의 묘사 대상을 하나의 화면에 조화시켜 그리는 화법. 동양화에서 주로 쓴다.
- ↑ 깊은 산속의 으슥한 골짜기.
- ↑ 유토피아. 어느 곳에도 없는 장소라는 뜻으로,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상태를 갖춘 완전한 사회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