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駝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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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물소·소·양·말의 젖을 끓여서 버터인 소(酥)를 제거한 다음 발효시켜 만든 유장(油漿).

개설

끓여 익힌 우유에 효(酵)를 넣고 발효시킨 일종의 발효유이다. 죽을 끓일 때 넣는 등 보양식 재료로 쓰였다.

만드는 법

김수(金綏)가 지은 『수운잡방(需雲雜方)』과 이용기(李用基) 지은 1923년에 출간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 만드는 법이 나와 있다. 『수운잡방』에서의 조리법은 유방이 좋은 암소의 젖을 송아지에게 빨린다. 젖이 나오기 시작하면 유방을 씻고 젖을 받는다. 많을 때에는 1사발, 적을 때에는 반 사발 정도 받을 수 있다. 체로 3번 걸러서 끓인다. 끓여서 익힌 숙타락(熟駝駱)을 오지항아리에 담는다. 여기에 작은 잔 1잔 분량의 본타락(本駝駱)을 섞어 따뜻한 곳에 놓아두는데, 그 위를 두껍게 덮는다. 밤중에 나무꽂이로 찔러 보아 누런 물이 솟아나면 오지항아리를 시원한 곳으로 옮겨 둔다. 만약 본타락이 없으면 좋은 탁주(濁酒)를 중간 정도 크기의 종지[鍾子]로 한 종지 넣어도 좋다. 본타락을 넣을 때 좋은 초 약간을 함께 넣으면 더욱 좋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젖을 반 국자 정도 냄비에 넣고 볶는다. 여기에 나머지 젖을 넣고 수십 번 끓인다. 도중에 국자로 가로나 세로로 저어 준다. 그릇에 쏟아 식기를 기다려 껍질을 벗겨 내고 오지항아리에 담아 타락을 만든다. 주둥이는 종이로 봉한다. 타락이라 하는 것은 낙타의 락[油漿]이다. 소의 젖으로 만든 락은 우락이고, 양의 젖으로 만든 락은 양락이다. 요즘은 이를 통틀어 타락이라 한다. 『본초(本草)』에 이르기를 “소·양·물소·말의 젖으로 타락을 만든다. 그중에서 소젖으로 만든 타락이 가장 좋다. 만드는 법은 먼저 소젖을 반 국자 정도 냄비에 넣고 끓인 후에 나머지 젖을 다 붓는다. 수십 번 끓이되 끓이는 도중에 국자로 종횡으로 저어 주면서 끓인다. 그릇에 퍼 담아 식기를 기다려 뜨는 껍질을 긁어내 따로 담으면 소가 된다. 껍질 없앤 것에 오랜 타락[舊酪]을 조금 넣고 종이로 아가리를 봉하여 두면 타락이 된다.” 하였다.

얼핏 보면 이들 양자의 만드는 방법은 달라 보이지만 실은 같다. 다만 『수운잡방』의 것은 유 전체를 타락으로 한 반면,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의 것은 유지방을 분리해 내어 만들었다. 타락의 타(駝)는 ‘약대(낙타) 타’, 락(酪)은 ‘유장(油漿) 락’이니까 타락의 시작은 낙타의 젖으로 시작해서 소·양·말 젖으로 재료가 확산된 것이다. 타락이란 끓인 젖을 발효시켜 만든 일종의 발효유이다.

발효시켜 만드는 과정에 발효를 촉진시키기 위하여 넣는 것을 『수운잡방』에서는 ‘본타락’이라고 했고,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밋’ 또는 ‘구락’이라 했다. 젖으로 단락[甜酪]을 만들어 발효시킨 ‘밋’을 ‘효’라고 기록하여 타락이 발효시켜 만든 유장임을 분명히 하였다.

연원 및 용도

유부(乳腐)를 요즘은 요구르트(youghurt)라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타락이다. 이렇게 번거롭게 만든 타락은 궁중에서도 귀한 식사 재료로 다루어졌다. 그 때문에 사치한 식품으로 간주되어 궁으로의 봉진을 국가 차원에서 감해 주기도 하였다(『성종실록』 12년 7월 13일). 궁중에서는 몸이 아픈 제신(諸臣)이나 왕족들에게 타락으로 만든 음식을 먹여 몸을 보신시켰다. 물론 귀한 손님 접대 음식으로도 올랐다.

1609년(광해 1) 명나라 사신이 왔을 때 조반(早飯)으로 죽상(粥床)이 올랐다. 이를 천사조반상(天使早飯床)이라 했다. 시저(匙筯) 접시에 담긴 젓가락과 숟가락, 종지에 담긴 꿀, 중 크기의 접시에 담긴 각색병(各色餠), 중 크기의 완(椀)에 담긴 타락죽(駝酪粥), 소 크기의 완에 담긴 김치[沈菜], 중 크기의 완에 담긴 세면(細麵), 즉 발이 가는 국수, 종지에 담긴 겨자장, 중 크기의 접시에 담긴 돼지머리편육[猪頭片], 중 크기의 완에 담긴 정과, 중 크기의 완에 담긴 계아탕(鷄兒湯), 중 크기의 완에 담긴 생선탕, 중 크기의 접시에 담긴 상화병(床花餠), 종지에 담긴 강초장(薑醋醬), 접시에 담긴 간남(肝南), 소 크기의 접시에 담긴 채(菜), 소 크기의 접시에 담긴 대추, 중 크기의 접시에 담긴 약과, 소 크기의 접시에 담긴 황율이 천사조반상 상차림이다. 이 상차림에서의 주인공은 타락죽이다.

1815년(순조 15)경에 나온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쌀을 담갔다가 갈아 밭치고 생우유 한 사발이면 쌀알을 곱게 간 무리는 다소 적게 넣는다. 묽고 되기는 잣죽 알심 크기로 하여 먼저 쑤다가 반쯤 익으면 우유를 부어 섞어 쑨다. 이것이 내의원(內醫院)의 우유죽 쑤는 법이다.”라고 하였다. 이로 보아 ‘타락죽’과 ‘우유죽’은 분명히 구분이 된다. 명나라 사신을 위한 조반상에 오른 타락죽은 쌀을 재료로 하여 죽을 끓일 때 발효시킨 타락을 넣은 것일 가능성이 있다.

생활·민속적 관련 사항

1849년(철종 1)에 나온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음력 10월 내의원에서 우유락(牛乳酪)을 만들어서 10월 초하루부터 정월까지 나라에 진상하며, 기로소(耆老所)에서도 이때부터 이것을 만들어서 모든 기신(耆臣)에게 정월 보름까지 공양한다 하였다.

참고문헌

  • 『규합총서(閨閤叢書)』
  •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 『수운잡방(需雲雜方)』
  • 『영접도감의궤(迎接都監儀軌)』
  •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
  • 김상보, 『조선왕조 궁중의궤 음식문화』, 수학사,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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