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거작법(安居作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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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거회에서 행하는 법회 또는 의례.

개설

안거(安居)는 여름과 겨울 각각 3개월 동안 한곳에 머물며 참선하는 불교 수행법을 말한다. 여름에는 음력 4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 겨울에는 10월 15일부터 1월 15일까지가 그 기간에 해당한다. 이 시기는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수행, 포교하기에 기후가 적합하지 않으므로 선원이나 토굴 등 한곳에 정착하여 집중적으로 참선과 수행을 한다. 일찍이 안거가 유래된 인도에서는 여름철의 안거 즉 하안거만 시행되었으나, 중국에 전래되면서 동안거가 추가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연간 두 차례의 안거가 정착되었다.

조선시대 특히 세종대에는 안거가 논란이 되어 안거회의 금지를 요청하는 상소가 10여 차례나 이어졌다. 안거를 시작하거나 마칠 때면 안거회(安居會) 또는 안거재(安居齋)라는 이름으로 승려들에게 음식을 베푸는 행사가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백성들이 많은 재물을 희사하고 승려들은 그 재물로 사치와 향락을 일삼으므로 금해야 마땅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관료와 유생들의 성토에도 불구하고 세종은 끝까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거작법(安居作法)의 구체적인 모습은 전하지 않으나, 안거 때 승려에게 음식을 베풀며 거행하던 법회 또는 의식으로 추정된다.

내용 및 특징

『조선왕조실록』에는 안거작법과 관련된 2건의 기사가 전한다. 먼저 1432년(세종 14)에 집현전에서 상소를 올려, 승도(僧徒)들이 안거와 강당(講堂)을 핑계 삼아 재물을 모집해 사치를 일삼고 있으므로 일체를 금지할 것을 청하였다. 나아가 불경과 불상의 조성, 사찰의 창건, 법회의 개설 및 수륙재·강경당(講經堂)·안거작법 등도 모두 엄금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세종실록』 14년 3월 5일). 그 뒤 1439년(세종 21)에는 사간원에서 상소를 올렸다. 흥천사에서 안거회를 열면서 시주를 모으는 등 민폐가 심하므로 향후 흥천사·흥덕사 두 절에서 새벽과 저녁에 복을 비는 것 외에 안거작법 같은 것은 일체로 금할 것을 청하였다(『세종실록』 21년 4월 15일). 이 두 기사를 살펴보면 안거작법이 안거회와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안거회는 안거를 시작하거나 마칠 때 승려들에게 음식을 베푸는 행사로, 이때 주악(奏樂)과 범패 등이 펼쳐지기도 하였다. 안거작법에서 작법(作法)이란 불교 의식인 재(齋)를 올릴 때 추는 춤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이로 미루어 보면, 안거회에 범패와 작법이 수반되었으므로 안거작법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조선시대의 안거회에 관한 기록은 세종 연간에 열린 흥천사 안거회에 집중되어 있다. 흥천사는 1396년(태조 5)에 왕실의 발원으로 창건된 뒤 역대 왕실의 지원과 보호를 받아 왔다. 억불을 추진하는 관료와 유생들의 입장에서 흥천사는 척결해야 할 대상이었는데, 마침 1439년(세종 21) 4월에 안거회가 개최되자 이를 공격의 빌미로 삼았다. 신료와 유생들은 안거회 금지를 요구하는 상소를 7차례나 올렸다. 특히 4월 18일의 상소는 성균관 생원 등 648명이 서명하여 올리는 등 조직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세종은 그저 승려들에게 음식을 베푸는 일일 뿐이며 승려 역시 똑같은 백성이니 그들에게 음식을 나누는 일은 나라에서 금지할 사항이 아니라며 모두 물리쳤다.

변천

안거작법은 조선시대 초기 불교계의 전통적인 의례였다. 영혼 천도 의례인 수륙재, 경전을 강의하는 강경 법회 등과 함께 널리 성행하였다. 안거작법의 비용을 구하기 위해 시주를 권하는 화주승이 곳곳을 다니며 재물을 모았는데, 대다수의 백성이 시주에 동참하였다. 특히 세종대에는 가뭄이 계속되어 생활이 피폐해진 상황에서도 많든 적든 정성껏 시주하였다. 따라서 안거작법은 국가의 억불 정책과는 상관없이 불교 신앙이 민간에서 성행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참고문헌

  • 이봉춘, 「조선 세종조의 배불정책과 그 변화」, 『가산이지관스님화갑기념논총 한국불교문화사상사』권上, 1992.
  • 이봉춘, 「조선전기 崇佛主와 흥불사업」, 『불교학보』38,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 2001.
  • 이정주, 「세조대 후반기의 불교적 祥瑞와 恩典」, 『민족문화연구』44,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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