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속보관(納粟補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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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식을 납부한 사람의 신분과 납부량에 따라 관직을 주는 제도.

개설

조선시대 납속보관제는 세종·성종대를 거치면서 활발하게 논의되었다. 그러나 당시만 하더라도 다수의 관료들이 제도 시행에는 부정적이었다. 이후 이 제도는 명종 대에 잠시 시행되었다가, 임진왜란을 계기로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서 전면적·지속적으로 실시되었다. 제도가 시행되면서 곡식 등 각종 재물을 낸 자는 신분과 납부량에 따라 정직(正職)에 임용되거나 가설실직(加設實職)·노직(老職)·추증직(追贈職) 등의 관직을 받았다. 이에 따라 납속(納贖)을 한 사람은 이를 계기로 관직에 진출하거나 국역(國役)을 면제받는 등의 특전을 누렸다.

내용 및 특징

납속보관은 중국 진(秦)나라·한(漢)나라 때부터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 1275년(충렬왕 1)에 납은배관제(納銀拜官制), 1376년(우왕 2) 때 납속보관제가 시행된 적이 있었다.

조선시대 들어와서 납속보관제에 대한 논의는 세종대에 처음 시작되었고 성종대에 이르러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당시 여진족의 창궐과 흉년으로 군량·진휼곡을 확보해야 했다. 이러한 대책을 논의하는 가운데 납속자를 모집하는 방안의 하나로 납속보관제가 거론되었다. 그러나 당시만 하더라도 대신들은 아주 절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제도 시행은 곤란하다는 입장이 대부분이었다(『성종실록』 16년 6월 25일).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명분론을 바탕으로 한 이러한 입장은 중종대까지 유지되었다.

그러나 1522년(중종 17) 예조판서한효원(韓效元)이 우리나라 재정 형편상 납속보관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예견하였다(『중종실록』 17년 3월 12일). 명종대에 이르면 납속보관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1553년(명종 8)에 영의정심연원(沈連源), 좌의정상진(尙震), 우의정윤개(尹漑)는 납속보관의 재정 보용(補用)적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제도 시행을 왕에게 건의하였다(『명종실록』 8년 12월 1일). 이때 윤개는 납속 모집 대상과 납속량까지 제시하였는데, 이후 사헌부조차 조속한 제도 실시를 건의하면서 충청도·경상도·전라도에서 시행하게 되었다.

납속보관제는 임진왜란을 계기로 확대 실시되었다. 1592년(선조 25) 5월에 이르면 대신들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납속보관제는 전국적으로 시행되기에 이르렀다(『선조실록』 25년 5월 8일). 이후 이 제도는 19세기 말까지 계속되었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영직(影職)·군직(軍職)·동반 실직(東班 實職) 등이 판매되었다. 영직은 직함(職銜)만 있고 직사(職司)는 없는 허직(虛職)이며, 노직(老職)·증직(贈職)과 함께 명칭만 있는 산직(散職)이었다. 그러나 천민과 상민들이 납속을 통해 쉽게 영직을 구입하여 군역(軍役)에서 벗어났고, 이들이 양반 신분을 사칭하면서 조선후기의 신분제 변동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납속으로 주어지는 실직 또한 직함만 있는 가설직(加設職)이었다. 그러나 양반을 비롯하여 신분이 낮은 사람도 납속량이 많거나 거듭하여 납속하면 수령·변장(邊將)·참봉 등에 임용되었다.

변천

조선후기에 이르면 마을 수령이 관내의 부자에게 권하여 가난한 백성을 구제하는 권분(勸分)을 장려하였다. 그러면서 부유한 백성 가운데 원납(願納)하거나 사진(私賑)한 사람들에 대해 납속보관이 이루어졌다(『영조실록』 8년 7월 5일). 이때에도 신분에 따라 동지·첨지 등의 가설직이 제수되었지만, 정직(正職)당상(堂上) 품계를 가진 자나 한 도(道)에서 진휼을 가장 많이 한 사람에게는 변장·능침 참봉 등의 실직이 주어지기도 하였다.

참고문헌

  •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 『비변사등록(備邊司謄錄)』
  • 『일성록(日省錄)』
  • 박용숙, 「조선 왕조의 납속보관고(納粟補官考)」, 『(부산대학교)논문집』, 1975.
  • 이현, 「금대(金代) 납속보관제에 대하여(상)」, 『동아논총』 8, 1971.
  • 이현, 「금대(金代) 납속보관제에 대하여(하)」, 『동아논총』 9, 1972.
  • 문수홍, 「조선시대 납속제에 관한 연구」, 성균관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86.
  • 서한교, 「조선 후기 납속 제도의 운영과 납속인의 실태」, 경북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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