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양법석(祈禳法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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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의 변괴를 물리치기 위해 불경과 다라니를 외우는 불교 의식.

개설

밀교 의식이 성행한 고려시대에는 주로 기양도량[祈禳道場]이라는 명칭으로 설행되었고, 억불숭유가 강조된 조선초기에는 대개 기양법석(祈禳法席)이라 불렀다. 천재지변을 물리치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하는 불교 법회로, 소재법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천변지괴 중에서도 특히 별의 변고[星變], 땅의 괴이함, 불상이 땀을 흘리는 경우 등을 퇴치하기 위해 설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양법석에서는 『금광명경(金光明經)』과 『불설치성광대위덕소재길상다라니경(佛說熾盛光大威德消災吉祥陀羅尼經)』의 ‘소재길상다라니’ 등을 염송하였으며, 다양한 기양 의식을 행하였다.

종류

불교를 국교로 삼은 고려시대에는 다양한 형태의 불교식 기양 의식이 설행되었다. 그중 천변(天變)성변(星變)을 물리치기 위해 거행한 의식에는 『불설치성광대위덕소재길상다라니경』에 근거한 소재법석, 『인왕경(仁王經)』 또는 인왕경다라니를 염송하는 인왕도량, 『금강반야경(金剛般若經)』을 염송하는 금강법석, 『금광명경(金光明經)』 또는 『금광명최승왕경(金光明最勝王經)』에 의거한 금광명경도량, 기우(祈雨)나 질려기양(疾癘祈禳), 기복(祈福)을 목적으로 하는 천제석도량, 『인왕반야경』을 염송하는 백고좌도량 등이 있다.

지계(地界) 및 동식물계의 변괴를 없애기 위해서는 주로 『관정경(灌頂經)』과 그 다라니를 염송하는 관정도량, 『불설관정복마봉인대신주경(佛說灌頂伏魔封印大神呪經)』의 교설에 따라 오방신(五方神)을 모시고 주문을 염송하는 문두루도량, 도교와 습합된 보성도량[寶星道場], 불법의 수호자인 신중(神衆)을 염송하는 신중도량, 『화엄경』과 『반야경』을 염송하는 반야도량, 『금광명경』을 염송하는 금경도량, 진언다라니를 염송하는 진언법석(眞言法席) 등의 기양 의식을 행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억불숭유가 정책 기조로 자리 잡으면서 기양 의식이 크게 줄어들었다. 다만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태조는 7년의 재위 기간 동안 총 21회의 기양법석을 열었다. 특히 1394년(태조 3)에는 별의 괴변을 물리치기 위해 세자를 자운사에 보내 사대연성법석(四大緣成法席)을 설행하게 하였는데, 이례적으로 왕이 친히 거둥하여 참관하였다(『태조실록』 3년 1월 4일). 또 1398년(태조 7) 2월에는 지천사에서 기양법석을, 장의사에서 십이인연법석(十二因緣法席)을 열었다(『태조실록』 7년 2월 14일).

태조와 정종대에는 30여 회의 기양·소재법석이 거행되었으나, 태종대에는 4회가 열렸을 뿐이다. 태종은 도교식 기양 의식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는데, 불교 의식으로는 주로 수륙재를 개최하였다. 세종대 이후에는 도교의 초제(醮祭)와 천재지변의 괴이함을 풀기 위한 ‘해괴제’가 주로 설행되었고, 별의 변괴와 관련된 불교식 기양 의식은 거의 설행되지 않았다.

절차 및 내용

기양법석의 절차는 소재법석과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근거로 삼은 경전이나 다라니에 따라 그 내용은 크게 달라진다.

1393년(태조 2)에는 궁궐 뜰에서 숙위(宿衛)하는 사졸(士卒)들에게 『신중경(神衆經)』의 소재주(消災呪) 즉 ‘재앙을 없애는 주문’을 외게 하였다(『태조실록』 2년 2월 27일). 궁궐을 지키는 사졸들은 법식을 익힌 작법승(作法僧)이 아니므로, 이들이 행한 기양은 다라니를 수없이 반복해 외는 정도였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양법석은 도량설단(道場設壇) 또는 작법 절차에 따라 진행되었다. 가령 천변지괴를 기양하기 위한 도량 의식으로 『불설치성광대위덕소재길상다라니경』의 소재주를 염송하는 소재법석의 절차는 다음과 같다. 먼저 청정한 장소를 택하여 법식에 따라 도량을 건립하고, 불상을 안치하고 도량의 경계를 지은 다음, 꽃과 등(燈)을 공양한다. 그리고 기간을 정해 1일 내지 7일간 매일 다라니 108편, 혹은 1,000편을 일심으로 독송한다.

조선시대의 기양법석은 작법 절차에 따라 5일 또는 7일간 봉행되었으며, 주로 염송된 소재다라니는 다음과 같다. ‘나모 사만다 못다남 아바라디하다 사나남 다디야타 옴 카 카 카혜 카혜 훔 훔 즈바라 즈바라 바라즈바라 바라즈바라 디따 디따 디리 디리 빠다 빠다 산티까 스리에 스바하’

기양법석은 오늘날에도 신중기도, 칠성기도, 산신기도, 용왕기도 등의 형태로 전승되고 있다. 다만 과거에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시행된 기양 의식이었으나, 현재에는 개인적인 기복을 위한 기도로 널리 행해지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참고문헌

  • 『불설치성광대위덕소재길상다라니경(佛設熾盛光大威德消災吉祥陀羅尼經)』, 대정신수대장경(大正新脩大藏經) 19.
  • 서윤길, 『한국밀교사상사』, 운주사, 2006.
  • 정태혁, 『한국불교융통사』, 정우서적, 2002.
  • 김용조, 「조선전기의 국행기양불사연구」, 동국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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