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

읽기 끔찍했던 소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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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제 12회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 '빈집'에 게재된 소설가 '구효서'의 심사평이다.

심사평

한강 『에우로파』

"『에우로파』는 외려 고독을 끔찍하게 갈망하네요...(중략)...현대인들은 각자 고독의 성 안에 쓸쓸히 유폐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실은 지나치게 간섭받고 강요당하여 이미 존재 고유의 천체는 지나치게 유린되고 훼손되고 초토화되었는지도 몰라요. 그러니 천체와 천체 사이의 유현한 거리와 요요한 적막과 그 사이에 울릴 법한 범음이 시처럼 그리워지겠지요. 아. 정말 한강의 문장은 그 굴착의 깊이와 정교함이 남달라요. 근데 너무 시다워서 산문가들의 질투를 산 걸까요. 대상으로 선정되지 못했으니까요."

김숨 『옥천 가는 길』

"김숨은 일상의 소소한 안일함 속에서 끔찍한 것과 맞닥뜨리는 순간을 아주 잘 포착하는데 이번에도 '끔찍하다'는 말을 썼네요."

김인숙 『빈집』

"사실 저는 이 작품의 마지막 부분, 그러니까 남편이 화자로 등장하는 짧은 장이 맘에 안 들었어요. 이건 김인숙의 문장도 아닐뿐더러 무엇보다 헷갈렸으니까요. 김인숙이 어쩌자고 이런 문장들을 용인했을까. 그것도 아주 중요한, 마지막 순간에, 자꾸 질문을 하게 만드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다시 읽었고요, 결국 거칠고 공격적이면서도 유약한 망상으로 착종된 사이코패스의 성정을 가감 없이 드러난 문장으로 이해했습니다. 여러 번의 반전이 놀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