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지:임원에서 즐기는 청아한 즐길거리(상):향:만드는 법:사기향병
내용
사기향병(四棄香餠, 버리는 4가지 재료로 만든 향병)
여지껍데기·잣껍데기·설리(雪梨)[1] 껍질·사탕수수[甘蔗] 찌꺼기 각각 같은 양을 가루 낸 뒤, 강진향·단향가루를 더해서 함께 간다. 여기에 설리즙을 섞어 환(丸)을 만든 다음 비벼서 향병을 만들고 그늘에 말린 뒤에 향을 피우면 효과가 빼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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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원추(袁觕)[2]의 《징회록(澄懷錄)[3]》에서 “산림궁사화향(山林窮四和香, 산골 궁벽한 곳에서 4가지를 섞어 만든 향)은 여지껍데기·사탕수수 찌꺼기·말린 측백나무잎·황련(黃連)[4]을 섞어서 향을 피운다. 또는 솔방울·대추씨·배씨를 더한다.”[5]라 했다. 이 방법과 서로 비교하면 자세하기도 하고 간략하기도 하다. 또 《징회록》을 살펴보니 “우집(虞集)[6]이 주만초(朱萬初)[7]에게 준 첩(帖, 글귀)에서 ‘깊은 산골에서 고매하게 살 때, 향로의 향이 없어서는 안 되지만 은퇴하여 쉬는 생활이 오래 되면 좋은 물품이 딱 끊어지게 된다. 이럴 때 사람들은 늙은 소나무와 측백나무의 가지·뿌리·잎·열매를 가져다 함께 찧고, 송진을 떼어내어 잘 뒤섞어 환을 만든다. 하나의 향환(香丸)을 피우기만 하면 청빈하여 힘든 생활을 돕기에 충분하다.’라 했다.”[8] 이 향들은 모두 산골의 가난하고 검소한 생활에 이바지하는 물건이다.】 《고금비원(古今秘苑)[9]》[10]
[11]
각주
- ↑ 설리(雪梨):배의 일종으로, 과육이 매우 하얗고 수분이 많다.
- ↑ 원추(袁觕):?~?. 중국 원(元)나라의 문인. 《징회록》의 저자라는 기록 외의 사적은 전하지 않는다.
- ↑ 징회록(澄懷錄):원추가 지은 책으로, 원나라 및 그 이전의 역사와 일화 등을 수록하고 있다. 《설부(說郛)》 권23에 전한다.
- ↑ 황련(黃連):음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 열독을 해소하는 효능이 있어 소갈이나 폐결핵을 치료하는 약재로 쓰인다. 천련(川連) 또는 왕련(王連)이라고도 한다.
- ↑ 산림궁사화향(山林窮四和香)은……더한다:《說郛》 卷23下 〈澄懐録〉에 있다.
- ↑ 우집(虞集):1272~1348. 중국 원나라의 문인. 자는 백생(伯生), 호는 도원(道園). 주만초와 교류하며 쓴 책 《주만초제묵서(朱萬初制墨序)》가 전한다. 그 외 저서로 《도원학고록(道園學古錄)》·《도원유고(道園遺稿)》가 있다.
- ↑ 주만초(朱萬初):?~?. 중국 원나라의 문인. 먹[墨]의 제조에 매우 능숙했다고 한다.
- ↑ 우집(虞集)이……했다:《說郛》 卷23下 〈澄懐録〉에 있다.
- ↑ 고금비원(古今秘苑):중국 송나라의 문인 증조(曾慥, ?~1155)가 고금의 비술(秘術)을 기술한 저서. 의약·천문·지리·인사·부적·양생법 등에 대한 여러 기록이 수록되어 있다. 증조는 도교의 이론을 집대성한 《도추(道樞)》를 편찬하기도 했다.
- ↑ 《古今秘苑》 〈1集〉 卷4 “賽龍涎餅子”·“四棄香餅”.
- ↑ 《임원경제지 이운지(林園經濟志 怡雲志)》 1,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9), 349~3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