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지:임원에서 즐기는 청아한 즐길거리(상):향:향료:용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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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용연(龍涎)[1]
《유환기문(游宦紀聞)[2]》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러 향 중에서 용연이 가장 귀하니, 광주(廣州)[3]의 시가(市價)는 1냥(兩)[4]당 10만 전(錢)에서 내려가지 않았고, 다음 등급도 5만~6만 전에서 내려가지 않았다. 대식국에서 난다. 가까운 바다 옆에서 구름이 산골짜기에 항상 끼어 있으면 곧 용이 그 아래에서 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간혹 반년 또는 2~3년 동안 그 지역 토박이들이 서로 번갈아 가며 지켜보면서 구름이 흩어지길 기다리다 보면 용이 이미 떠나갔다는 사실을 아니, 이때 그곳에 가서 살펴보면 반드시 용연을 얻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용은 대부분 바닷속 큰 바위에 서려 있는데, 용이 누워서 침[涎]을 토해내면, 물고기들이 모여들어 그것을 삼킨다. 토박이들이 이를 발견하면 물로 들어가 잡는다.’라 했다.”[5]
다른 일설은 다음과 같다. “큰 바닷속에 소용돌이치는 곳이 있는데, 용이 그 아래에 머문다. 그곳에서 용이 침을 뱉어내었을 때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면 침이 조각으로 굳어져서 바람을 따라 표류하다가 해안에 이르게 되니, 사람들이 그것을 줍는다. 나는 일찍이 천광(泉廣)[6]에서 향을 만드는 사람을 찾아간 적이 있는데, 그가 말하길 ‘용연을 다른 향에 넣으면, 용뇌와 사향의 향기를 함께 잘 간직하여 비록 수십 년이 지나도 향의 풍미가 그대로 남아 있게 할 수 있다.’라 했다.”[7] 《영외잡기(嶺外雜記)[8]》에 기재된 글에서 ‘용연은 대식국에서 나는데, 그 서쪽 바다에는 많은 용이 있다. 용이 돌을 베고 한숨 자면, 침의 거품이 물에 뜨는데, 이것이 쌓여서 딱딱해질 수 있다. 교인(鮫人)271[9]들은 그것을 채취하여 지극한 보배로 여긴다. 새것은 백색이지만 시간이 점점 오래 지나면 자색으로 되고, 아주 오래되면 흑색으로 된다.’라 했다.[10]
다른 일설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흰 용연은 백약전(百藥煎)[11]과 같지만, 그보다 결이 매끄럽다. 검은 용연은 이 다음 등급으로, 오령지(五靈脂)[12] 모양과 같으나 이보다 더 광택이 난다. 그 향기는 누린내에 가깝고 부석(浮石)[13]과 비슷하지만 그보다 더 가볍다. 어떤 사람은 ‘기이한 향기’라 하고, 어떤 사람은 ‘향기가 비리면서 온갖 향기를 발산할 수 있다.’라 하지만, 모두 틀린 말이다. 향에는 본래 덜고 더하는 것이 없으니, 다만 향의 연기를 모을 수 있을 뿐이다. 향을 섞고서 진짜 용연을 써서 향을 피우면 푸른 연기가 공중에 떠올라 맺혀 있으면서 흩어지지 않으니, 앉아 있는 손님이 가위를 써서 연기의 가닥을 끊을 수 있을 정도다. 그럴 수 있는 까닭은 신기루[蜃氣樓臺][14]의 남은 기운이 강렬하기 때문이다.”[15]
다른 일설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용은 바다에 출몰하면서 침의 거품을 토해내는데, 여기에는 3가지 품등이 있다. 첫째는 ‘범수(汎水)’라 하고, 둘째는 ‘삼사(滲沙)’라 하며, 셋째는 ‘어식(魚食)’이라 한다. 범수는 가벼워서 수면에 떠오르니, 물을 잘 아는 사람들은 용이 나오는 곳을 엿보고 있다가 쫓아가서 그 용연을 취한다. 삼사란 곧 파도에 휩쓸려서 섬들 사이를 표류하다가 여러 해 동안 엉키고 쌓이며, 비바람에 점점 젖어 들어가서 그 향기가 모두 모래땅[沙土] 속에 스며든[滲] 용연이다. 어식이란 곧 용이 침을 토해내면 물고기들이 다투어 먹었다가 다시 똥을 싸서 모래더미에 흩어 놓은 용연이니, 그 냄새가 비리고 더럽다. 오직 범수향(汎水香)만이 향의 반열에 넣을 수 있고, 나머지 2개는 향으로 쓰기에 적당하지 않다.”[16] 《금화경독기》[17][18]

각주

  1. 용연(龍涎):향유고래가 뱉어낸 토사물로 만든 향. 향유고래는 오징어 등의 먹이를 대량으로 먹는데, 그중 소화되지 않은 부분을 담즙과 함께 밖으로 토해낸다. 때로는 향유고래가 싸는 똥과 함께 나오기도 한다. 이것을 알코올에 녹여 정제하면 고급 향료가 된다. 본문에서는 용의 침이 변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설명했다.
  2. 유환기문(游宦紀聞):중국 송나라의 문인 장세남(張世南, ?~?)이 편찬한 저서. 문학·역법·술수·의약·원예 등 여러 분야의 다양한 기록을 모아 편찬한 책이다.
  3. 광주(廣州):중국 광동성(廣東省) 광주시(廣州市) 일대. 중국 남부지역의 가장 큰 도시이고, 여러 물산이 집결하는 곳이다.
  4. 냥(兩):무게 단위.
  5. 여러……했다:출전 확인 안 됨.
  6. 천광(泉廣):중국 광동성 광주시 부근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지역은 확정하기 어렵다.
  7. 큰……했다:출전 확인 안 됨.
  8. 영외잡기(嶺外雜記):중국 송나라의 문인 주거비(周去非, 1134~1189)가 편찬한 《영외대답(嶺外代答)》의 이칭. 중국 바깥 지역의 풍토·지리·향·기물·식품·보화(寶貨) 등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다.
  9. 교인(鮫人):중국의 전설로 전해지는 바닷속의 동물. 인어와 유사하다.
  10. 용연은……했다:출전 확인 안 됨.
  11. 백약전(百藥煎):오배자·찻잎·누룩 등을 섞어 발효시킨 약재로, 그 모양은 검고 단단한 두부와 비슷하다. 기침이나 담증 등을 치료하는 약재로 쓴다.
  12. 오령지(五靈脂):날다람쥐의 똥을 말린 약재.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거나 어혈과 통증을 없애는 약재로 쓴다.
  13. 부석(浮石):물 위에 뜨는 돌 모양의 석회질 덩어리. 속돌이라고도 한다. 종기나 악창을 치료하는 약재로 쓴다.
  14. 신기루[蜃氣樓臺]:원래는 큰 조개가 내뿜는 연기가 마치 건물처럼 보이는 모습을 의미한다. 여기서는 용을 신기루로 표현한 듯하다. 현재는 더운 대기 속에서 빛이 굴절하는 성질 때문에 공중에 건물이나 물건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으로 설명한다.
  15. 흰……때문이다:출전 확인 안 됨.
  16. 용은……않다:출전 확인 안 됨.
  17. 출전 확인 안 됨.
  18. 《임원경제지 이운지(林園經濟志 怡雲志)》 1,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9), 375~3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