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암리식 토기(欣岩里式土器)

khw
이동: 둘러보기, 검색




설명

흔암리식 토기는 가락동식 토기, 역삼동식 토기, 미사리식 토기 등과 함께 청동기 시대 이른 시기를 대표하는 민무늬 토기의 한 형식이다. 전형적인 흔암리식 토기(欣岩里式土器)는 역삼동식 토기의 구멍무늬(孔列文)와 가락동식 토기의 겹아가리(二重口緣) 또는 짧은 빗금무늬(短斜線文)가 하나의 개체에 복합적으로 새겨진 것을 말한다. 문양으로 구멍무늬+겹아가리를 비롯하여 구멍무늬+겹아가리+짧은 빗금무늬, 구멍무늬+짧은 빗금무늬, 구멍무늬+골아가리(口脣刻目)+짧은 빗금무늬, 구멍무늬+골아가리+겹아가리+짧은 빗금무늬 등이 확인된다. 일부 토기에는 짧은 빗금무늬 대신에 ‘X’자 모양이나 톱니무늬(鋸齒文) 등이 새겨지기도 하며, 구멍무늬 역시 구멍이 완전히 뚫린 것(孔列文)과 그렇지 않은 혹무늬(突瘤文)도 모두 존재한다. 이들 문양 요소가 새겨진 기종은 대부분 깊은 바리(深鉢)이다.

역삼동식 토기와 함께 거의 전국적인 분포 현상을 보이지만, 가락동 유형의 지역색이 강한 충청도 동부의 금강 유역에서는 거의 확인되지 않는다. 중요 유적으로는 여주 흔암리, 하남 미사리, 속초 조양동, 강릉 방내리, 천안 백석동, 보령 관산리, 남원 고죽동, 산청 사월리, 경주 월산리, 제주 상모리 유적 등이 있다.

흔암리식 토기가 출토된 집자리는 대부분 장방형 또는 세장방형 평면에 무시설식(無施設式) 화덕 자리(爐址)저장 구덩이(貯藏孔)가 설치되어 있다. 여기에 흔암리식 토기와 주로 공반되는 유물로는 구멍무늬 토기, 골아가리 토기, 붉은 간 토기(赤色磨硏土器) 등의 토기류가 있다. 석기는 피 홈(血溝)이 있는 홈 자루 간 돌검(二段柄式磨製石劍)을 비롯하여 삼각 오목 돌살촉(三角灣入石鏃), 턱 슴베 돌살촉(二段莖式石鏃), 반달 돌칼(半月形石刀), 돌도끼(石斧) 등 각종 석기류가 확인된다.

흔암리식 토기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는 서북 지방의 팽이 토기(角形土器)와 동북 지방의 구멍무늬 토기가 한강 유역에서 결합하여 형성된 것으로 이해하는 한강 유역 발생설이 통설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이후의 연구 성과에 따라 압록강·청천강 유역의 겹아가리 토기 요소와 두만강 유역의 구멍무늬 토기 요소가 원산만 유역에서 접촉하여 형성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연대에 대해서는 가락동식 토기나 역삼동식 토기보다 늦은 청동기 시대 이른 시기의 후반으로 보는 견해가 주류였으나, 최근에는 그보다 빨리 등장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절대 연대는 아직 측정 자료가 많지는 않으나, 방사성 탄소 연대는 대체로 기원전 13~9세기의 범위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