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2024-C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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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이 담긴 자리, 장인이 서다

이야기

광주 신창동 유적에서는 목제유물과 함께 원통형 칠기가 발굴되었다. 깊은 흑빛을 머금은 이 칠기는 오늘날의 나전칠기와 연결되는 뿌리이자, 광주가 오래도록 옻칠 문화를 이어온 증거였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광주광역시 무형유산 중 하나인 나전칠장이 전승되었다.

그 장인 가운데 김기복은 섬세한 손길과 완숙한 기법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의 작품들은 전통문화관 무형유산 작품 전시실에 소장되어, 방문객들에게 나전과 칠의 미감을 전하고 있다. 김기복의 뒤를 잇는 제자 최진경은 조선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수학하며 스승의 기법을 연구했고, 현재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23년 열린 '제3회 옻채' 전시를 기획해 흑칠의 깊이를 현대인에게 전했다.

'제3회 옻채' 전시는 북구 각화동 금봉미술관에서 열렸으며, 광주 신창동 유적 출토 흑칠기류를 기념해 기획되었다. 전시는 흑칠의 농도와 빛의 변화를 주제로, 과거의 유물과 현대 장인의 작품을 나란히 선보였다. 특히 고인이 된 김기복의 유작전은 관람객에게 장인이 남긴 마지막 숨결을 전했다.

이렇게 유적에서 발견된 한 점의 칠기가, 무형유산을 지키는 장인과 제자, 그리고 그들의 손끝에서 이어진 전시로 살아났다. 광주의 칠 문화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자리에서 여전히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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