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진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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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진 방언

육진 방언은 동북 방언, 그 중에서도 함경북도 방언에 속하며, 행정 중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 다른 방언들과 접촉이 덜해 초창기 근대 국어의 고유한 모습을 비교적 많이 간직하고 있다. 육진 방언은 중세·근대 국어의 음운적 특징을 많이 지니고 있고, 중세·근대 국어의 어휘가 많이 남아 있어 잔재 지역(relic area)의 성격을 드러내는 방언이다. 즉, 한반도에서 가장 고어적인 모습을 보인다.

(곽충구(2005), <육진방언의 음운변화 – 20세기 초로부터 1세기 동안의 변화 - >, <<진단학보>> 100권 2호, 220쪽.) (곽충구(2018), <동북방언과 국어국문학>, <<개신어문연구>> 제43집, 5-42쪽.)


현재 중국 경내에서 사용하는 조선어(하이퍼링크)는 한반도에서 사용하는 한국어와 기원이 같은 언어이다. 중국 조선어는 근대 조선어에 기초하여 발전하였고 한반도 동북 방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조선인들이 압록강과 두만강 연안으로부터 중국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두만강 이북의 룡정은 일찍부터 조선인들의 문화중심지로 되였다. 연변 지역이 조선인들의 문화 중심지가 되면서 한반도의 동북 방언은 중국 조선어의 발전에 더욱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강용택(2021), <연변 함경도방언지역의 음운변화에 대하여>, <<중국조선어문>> 2021년 제2호, 6쪽.)


동북 방언은 함경남도 정평 이북, 낭림산맥 동쪽의 함경도(북의 행정구역 명칭으로는 함경남북도와 량강도) 방언을 일컫는다. 중국 조선족 자치주의 한인들이 말하는 ‘조선어 방언(=연변말)’, 중앙아시아 및 러시아의 한인들이 말하는 ‘고려말’은 동북방언의 변종(variety)이다. 이들은 언어섬(linguistic island)을 이루며 독자적으로 발전하였다. 일종의 immigrant koine로 발전하다가 그중 고려말은 현재 소멸 단계에 놓여 있다. (곽충구(2018), <동북방언과 국어국문학>, <<개신어문연구>> 제43집, 5-42쪽.)


육진 방언의 음운론

1. 모음 체계:

  - 육진 방언은 /ㅟ/, /ㅚ/가 없는 8모음 체계를 유지하고 있음. 
  - /ㅗ/의 저설화와 /ㅜ/의 후설화가 현저하게 나타남.

2. 자음 체계:

  - 자음 중 ‘ㅈ’은 치조음과 경구개음 두 가지 이음을 가짐.
  - 중세 국어처럼 ‘ㅈ’은 ‘ㅅ’, ‘ㄴ’과 자연부류를 이룸.

3. 성조:

  - 함남 단천, 함북 길주, 학성 등 지역에서는 '상승조, 고조, 저조'가 시차적으로 나타남.
  - 다른 지역에서는 고조와 저조가 시차적으로 나타남. 비시차적인 하강조, 고장조, 저장조 등의 운율소가 존재함.

4. 음운 변화:

  - ㄷ구개음화는 현재 그 변화가 진행 중임.
  - 모음 조화 현상이 있습니다: 단어의 첫 음절 모음이 ‘ㅏ, ㅗ, ㅐ’일 때, 말자음이 ‘ㅂ’인 형용사 어간에는 부사형 어미 ‘-아’가 결합됨. (예: 맵-+-아 → [매바], 배우-+-아 → [배와], 바꾸-+-아 → [바꽈], 무셥-+아서 → [무셔바서])
  - 원순모음화
  - 비원순모음화

5. 음절 구조, 어중자음:

  - 노년층의 전통적인 방언 보유자는 /tyV/, /syV/, /nyV/의 음절 구조가 존재함(V=모음). 예: 둏다(좋다), 땨르다(짧다), 디르다(지르다, 찌르다), 샤랑(곳간, 광), 슈갑(장갑), 셔른(서른), 냥심(양심), 념튀(염통), 녁셰(달력) 등
  - 중세국어 시기의 ‘옛이응, 반치음, 순경음비읍’이 ‘ㄱ, ㅅ, ㅂ’으로 반사되어 있음([*]는 재구형, MK는 중세국어형).

육진방언1.png 육진방언2.png

6. 육진의 회령 등 일부 지역은 서북 방언과 같은 음운 현상을 보임. 즉, /tyV>tV/가 일반적이고, 'ㅈ'은 치조음으로 통일. 예: 돟다(좋다), 따르다(짧다), 낭심(양심) 등


위 특징들을 통해 육진 방언이 보수적인 음운 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중세 국어와 유사한 음운 현상을 다수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곽충구(2018), <동북방언과 국어국문학>, <<개신어문연구>> 제43집, 5-42쪽.)


육진 방언과 고려말 - 통사론을 중심으로

19세기 중후반 연해주로 이주한 최초의 한인들은 함경북도 북부 두만강 유역의 육진 지역 주민들이었다. 이후 육진 지역 외 함경북도 남쪽의 길주, 명천 등의 한인들도 연해주로 이주하게 되어 연해주 지역에서는 육진 방언 외에도 길주, 명천 방언 등 여러 방언이 섞여 쓰이게 되었다. 하지만 여러 방언들 중 특히 육진 방언이 고려말(하이퍼링크)이라는 방언의 발달에 큰 영향을 끼쳤음은 부정할 수 없다. 형태적 측면에서 육진 방언과 고려말은 유사성을 띠고 있어 고려말이 육진 방언에서부터 분화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려말에서 육진 방언과 동일하거나 비슷한 격조사와 종결 어미가 많이 쓰인다.


해당 소주제에서는 육진 방언과 고려말을 통사론적으로 비교·분석하고자 한다.


주격 조사의 경우, 육진 방언에서는 '이'가 사용되거나 생략되기도 한다. 고려말도 마찬가지이고, 한국어 표준말에 나타나는 조사 '는'이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육진 방언과 고려말에서 주로 '르'라는 목적격 조사가 사용되나, 육진 방언에서는 '우'라는 목적격 조사가 사용되기도 한다.


육진방언, 고려말 2.png


육진 방언에서는 여격 조사로 'ㄹ/르', '게', '게르'가 사용된다. 고려말에서는 여격 조사로 '르', '게루', '인데루'가 사용된다.


육진 방언과 고려말에서 관형격 조사는 생략되기도 하고, 모음으로 끝난 경우에는 '이', 자음으로 끝난 경우에는 '가'가 사용된다.


육진 방언과 고려말에서는 '방향'을 나타내는 도구격 조사에 '르', '으르/을르', '우르', '으루/을루' 등의 다양한 형태가 나타난다. 아래의 a, b는 육진방언, c, d, e는 고려말 예문이다.


육진방언, 고려말 3.png


상대방 높임 표현의 경우, 육진방언에서는 '서'가 주로 사용되고, 고려말에서는 '소'가 사용된다. 또한, '합쇼'체에 해당하는 존대의 서술형 종결 어미의 경우, 육진 방언에서는 '다'가 사용되고, 고려말에서는 '꾸마'가 사용된다. 예를 들어, '내리다(나에요)'와 '내꾸마(나에요)'와 같이 나타난다.


20세기 초 연해주 한인들이 사용했던 육진방언, 다른 함경도방언과의 접촉으로 인한 육진방언의 분화, 중앙아시아로의 강제이주 이후의 고려말 정착 등으로 귀결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모국어와 러시아어 간의 접촉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래는 “한국인을 위한 철자 교과서”에 실린 육진방언 자료이다.

육진방언, 고려말 1.png

연해주의 육진 방언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러시아어와 접촉했고, 초창기에 완전히 낯선 언어인 러시아어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어에 일방적으로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고려말은 육진 방언을 중심으로 여러 방언적 요소가 혼합되어 만들어진 '코이네'로, 오랫동안 러시아어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한인들의 러시아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러시아어에 동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고려말과 러시아어 간의 상호 작용을 통하여 고려말은 러시아어에 동화되어 갔다는 것이다.


(이경희(2020), <중앙아시아 고려말의 형태-어휘적 분석 : 방언과 러시아어와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한국시베리아연구>>, 제24집 2호, 199-223쪽.)


육진 방언은 위에 언급되었듯 주로 북한에서 쓰였고, 쓰이는 방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분단이라는 현실적 장벽으로 인하여 연구가 더딜 수밖에 없다. 육진 방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고려말의 연구는 분단으로 인해 실증 자료를 구할 수 없는 육진 방언 연구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육진 방언의 통사론 - 중국 조선족 자치주 육진 방언을 중심으로

이 탐구를 통해 한반도의 육진 방언과 중국 조선어 간의 관계를 더 잘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을 듯하여, 조선족의 육진 방언에 대한 논문을 골라 읽게 되었다.


육진 방언 화자들은 대우할 대상을 ‘이샹’, ‘등렬’, ‘기하’(또는 기해)로 구분하며, 이는 연령, 항렬, 성별과 같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명령법은 각 등급에 따라 사용되며, 이샹에게는 하압소체, 등렬에게는 하오체, 기하에게는 해라체가 사용된다. 청자는 이에 따라 ‘예’, ‘냥, 양’, ‘옹, 엉, 응’으로 답한다.

육진방언통사론1.png 육진방언통사론2.png


조선족 자치구에서 쓰이는 육진 방언의 어미는 여러 유형으로 분류해볼 수 있다.

 - 육진 본래의 어미.
  예: '-습구마', '-슴둥' 등. '-습구마'는 원래 '-는구마'에 '-습-'이 결합되어 '-습는구마'가 된 뒤 '-는-'이 탈락하여 형성된 것. '-슴둥'은 원래 연결 어미 '-는동'에 역시 '-습-'이 결합되어 '-습는둥'이 된 다음 '-는-'이 탈락하여 형성된 것.
 - '-습-'과 '-이-'가 개입된 어미.
   예: '-습네다'
 - 반말이나 하오체 어미 앞에 '-습-'이 개입된 어미.
   예: '-습디', '-습느', '-습소', '-습다메', '-습더라메' 등
 - 통사 구성이 어미화한 것.
   예: '-댸니리' 등
 - Zㅏㅂ.png이 개입된 융합형 어미.
   예: '-댸니와'


(곽충구(2014), <육진방언의 종결어미와 청자높임법 - 중국 조선족자치주 육진방언을 중심으로>, <<방언학>> 20권, 195-23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