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隧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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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왕비 등의 재궁(齋宮), 즉 관을 땅속에 마련한 현궁(玄宮)에 모시기 위해 지상과 지하 현궁을 이은 길.

개설

지상에서부터 관곽이 묻히는 지하까지 이르는 길을 말한다. 이는 죽은 자 위의 땅을 밟지 않기 위해, 다시 말해 죽은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 마련한 길이다. 그러나 사치를 조장하므로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자주 있었다.

내용 및 특성

수도는 중국 진(晉)나라 이전부터 천자의 장례에만 사용되었다고 한다. 『좌전(左傳)』희공(僖公) 25년에 “진 문공(晉文公)이 양왕(襄王)을 보좌한 공이 있었다. 그래서 문공이 수도(隧道)를 만들게 해 달라고 청하였으나, 왕은 ‘이는 천자의 상징이다.’ 하고 허락하지 않았다.”는 기록이 보인다.

조선에서도 수도가 사용되었는데, 조선초기에는 국장 이외에 종친이나 부마 등의 장례에서도 수도와 석곽(石槨) 등을 사용하여 지나치게 사치하는 일이 있었다(『세조실록』 9년 3월 9일). 세조 이후에는 국장 외에는 수도를 사용하는 것을 금하였으나, 사대부들이 부모의 장례를 후하게 지내기 위해 사용했다가 발각되는 일이 있었다[『선조실록』 19년 12월 11일]. 1659년(효종 10)에 민유중(閔維重)은, 김좌명(金佐明)이 그의 아버지 김육(金堉)의 장례에서 수도를 사용하였으니 묘소를 열어 잘못 설치된 수도를 제거하도록 상소한 일도 있었다(『효종실록』 10년 4월 8일).

수도를 중시한 것은 죽은 사람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였다. 땅속에 관을 안치한 뒤 봉분을 완성하면 죽은 사람 위에서 땅을 다지고 밟게 되므로 예가 아니라고 여겼다. 따라서 능묘(陵墓)를 조성할 때, 광(壙)을 파고 석회를 이용하여 구조체를 만든 뒤 그 안에 외재궁을 설치하고 지상에 반달 모양의 분묘까지 미리 만든다. 그런 다음 그 남쪽에서 광까지 이르는 통로인 수도를 만들어 재궁을 밀어 넣은 뒤 수도를 봉하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이다.

능침을 조성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혈(穴)의 중심에 능상각(陵上閣)을 설치하고 금정을 놓고 광의 토질을 살펴가며 땅을 파 내려간다. 광 내부의 벽면에 회를 쌓아 내광과 외광의 구조를 만들고, 광이 완성되면 부석소에서 난간 공사를 시작한다. 봉분의 남쪽, 재궁이 현궁으로 진입하기 위한 길에 수도각을 설치한다. 그 후 봉분의 반달 모양의 언덕을 만들고 사초(莎草)를 입힌다. 이같이 능침의 조성을 마치면 재궁이 이동하는 수도각 입구부터 외광, 즉 퇴광(退壙) 내부까지 재궁을 흔들림 없이 운반하기 위한 일종의 바퀴도르래 형식의 윤여(輪輿)를 설치한다. 장사지내는 당일에 재궁은 영악전에서 능상 위까지 대여를 타고 올라와 수도각 앞에 이른다. 재궁은 수도에 마련된 윤여에 올려져 현궁까지 다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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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의미에서 수도는 수도각 입구부터 외재궁에 이르는 모든 길을 말한다. 좁은 의미로는 영구적으로 지하 구조물로 남는 부분만을 뜻하기도 하는데, 봉분 앞에서 재궁이 수직으로 내려가는 입구와 부장품을 넣어 두는 퇴광까지를 가리킨다. 재궁이 현궁 안에 안치되고 나면 수도에 회를 다져 입구를 닫고, 그 위에 흙을 고른 뒤 사방석을 놓은 다음 혼유석을 배치하였다.

변천

1757년(영조 33)에 정성왕후(貞聖王后)의 홍릉(弘陵)을 조성하면서 수도의 입구에 사방석 놓는 것을 폐지하였다. 내광에도 덮개석이 없는데 잡물만 소장된 외광에 덮개석을 놓는 것은 공간의 위계에 어긋나는 일이며, 이미 석회로 메워 봉하였는데 그 위에 다시 석재를 놓아 막는 것은 이중의 구조이므로 설치하지 말도록 한 것이다(『영조실록』 33년 5월 5일). 사방석 아래 수도 내부에는 지석(誌石)을 넣어두기도 한다.

참고문헌

  • 『국조상례보편(國朝喪禮補編)』
  • 『[인경왕후]산릉도감의궤([仁敬王后]山陵都監儀軌)』「하현궁용작봉기기타설계도(下玄宮用扚捧機其他設計圖)」
  • 국립문화재연구소, 『국역국조상례보편』, 민속원, 2008.
  •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근대건축도면집』, 한국학중앙연구원,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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