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속면죄(納粟免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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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식을 납부한 죄인에게 죄를 사면해 주는 일.

개설

조선초기부터 범죄인이 곡식을 바치면 죄를 면해 주는 경우가 있었으나, 항시적으로 시행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임진왜란을 계기로 군량 확보와 진휼곡 마련을 위하여 납속면죄가 빈번하게 시행되었다. 인조대에는 「속죄별단(贖罪別單)」과 같은 납속면죄 사목(事目)이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내용 및 특징

납속면죄는 진휼곡과 군량의 확보, 영건 시 물자 조달, 대중국 외교비 마련 등의 이유로 꾸준히 시행되었다. 다만 납속하여 죄를 면할 수 있는 대상에는 제한이 있었다. 사형, 강상(綱常)을 범한 죄, 장도(臟盜), 살인죄, 모반죄를 저지른 사람은 납속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납속면죄는 시행 초기부터 논란이 많았다. 크게는 명분론에 바탕을 두고 경상(經常)의 법이 아니라는 주장과 재정을 보전(補塡)한다는 측면에서 권도(權道)로 시행할 만한 계책이라는 입장의 차이가 있었다.

중종 때에는 함경도의 군량과 진휼곡 지원의 한 방안으로 납속면죄가 제기되었는데, 이에 대한 논란이 1512년(중종 7)부터 3년간 계속되었다(『중종실록』 7년 6월 29일). 결국 납속하여 면죄하는 일은 후세에 귀감이 될 만한 일이 아니라는 의견으로 정리되면서 전면적 시행은 유보되었다.

그러나 1553년(명종 8)에 이르면 납속면죄 방식을 도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경상도·전라도의 흉년으로 기민의 구제가 시급해지자, 당시 삼정승은 모두 납속상직제(納粟賞職制)를 실시하자고 건의하였고, 이때 납속자를 모집하는 방편의 하나로 납속면죄 시행을 주장하였다. 이때 영의정심연원(沈連源)은 납속면죄의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였다. 그에 따르면, 기간은 1554년(명종 9) 가을까지, 지역은 경상도와 전라도, 면죄의 대상은 사형을 제외한 도배(徒配)·유배(流配)·장형(杖刑)·태형(笞刑)에 해당하는 범죄로 한정하여 시행하자는 것이었다(『명종실록』 8년 12월 1일). 결국 그의 주장에 따라 납속면죄가 시행되었다.

변천

이후에도 납속면죄의 제도는 삼사(三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선조실록』16년 4월 26일), 임진왜란과 전후 궁궐의 영건사업, 진휼사업이 시행되면서 계속 유지되었다. 구체적 사례로는 1638년(인조 16)과 1641년(인조 19)의 경우가 있다. 이 무렵 조선은 중국 청나라가 명나라의 금주위(錦州衛: 현 중국 요령성(遼寧省)선양(瀋陽) 지방) 공략을 위해 군사와 말의 지원을 요구함에 따라, 이에 필요한 군마와 군량의 모집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말을 내면 죄를 사면하는 「속죄별단」과 곡식을 내면 죄를 면해 주는 「납속사목(納粟事目)」을 각각 제정하였다. 「속죄별단」에서는 충군(充軍)·중도부처(中道付處)의 형벌은 말 2필(匹), 안치(安置)는 말 3필, 도(徒) 1년에서 3년까지는 말 1필이라는 값이 매겨졌다. 또한 「납속사목」에서는 잡범 죄인으로서 참형(斬刑)은 쌀 12석(石), 교수형(絞首刑)은 10석, 유삼천리(流三千里)는 4석, 도삼년(徒三年)은 3석, 도이년반(徒二年半)은 2석 반, 도이년(徒二年)은 2석, 도일년반(徒一年半)은 1석 반, 도일년(徒一年)은 1석, 기신 충군(己身充軍)은 4석, 한년 충군(限年充軍)은 2석을 바치면 면죄하도록 하였다(『인조실록』 19년 12월 29일). 이 사목 규정에 따라 금주군(錦洲軍)에게 쌀을 바친 유배 죄인 6명이 속죄되기도 하였다.

참고문헌

  •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 『비변사등록(備邊司謄錄)』
  • 서한교, 「조선 인조·효종대의 납속 제도와 그 기능」, 『역사교육논집』 18, 1993.
  • 이수건, 「조선 성종조의 북방 이민 정책(상)」, 『아세아학보』 7, 1970.
  • 이수건, 「조선 성종조의 북방 이민 정책(하)」, 『아세아학보』 8, 1970.
  • 서한교, 「조선 후기 납속 제도의 운영과 납속인의 실태」, 경북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