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운(協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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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에서 본래 같은 운에 속하지 않은 운자를 동일한 운으로 사용하는 일.

개설

협운(協韻)은 압운(押韻)을 중시하는 한시에서 서로 다른 운(韻)을 사용하는 일을 말한다. 서로 운이 통할 수 있는 글자들로 통운(通韻)하는 방식과 달리, 명백히 다른 운에 속한 운자들을 동일한 운으로 취급하여 각운(脚韻) 등에 사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내용 및 특징

한시에서는 운율을 지키기 위해 평측(平仄)과 압운을 함께 사용하였다. 평측은 평성과 상성(上聲)·거성(去聲)·입성(入聲) 등 측성을 아울러 이르는 말인데, 시가에서는 평성과 측성의 배열 관계가 정확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압운은 시행(詩行)의 일정한 자리에 같은 운(韻)을 규칙적으로 다는 일, 또는 그 운을 말한다. 운은 운모(韻母)와 성조(聲調)가 동일한 글자의 무리를 가리킨다. 따라서 동일한 운에 속하는 글자는 발음과 성조가 모두 같아야 한다.

협운은 서로 다른 운에 속한 글자를 같은 운인 양 여기고 사용하는 한시 작법이다. 서로 발음이 유사하여 같은 운으로 통용하는 것이 통운(通韻)이라면, 비록 유사성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같은 운으로 인정해 사용하는 것이 협운의 원칙이라 할 수 있다.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인 두보(杜甫)가 지은 「비진도(悲陣陶)」라는 작품에는 상성의 지운(支韻)과 거성의 치운(寘韻)이 함께 사용되었다. 원래 이 작품의 압운인 ‘子(자), 水(수), 死(사), 市(시)’ 등은 모두 지운에 속하는데, 유독 마지막 연의 ‘至(지)’만이 치운에 속한다. 그런가 하면 이백(李白)의 「부풍고사가(扶風高士歌)」에서는 거성의 소운(嘯韻)인 ‘笑(소)’와 평성의 침운(侵韻)인 ‘吟(음)’이 율격을 이룬다. 이처럼 서로 차이가 있는 운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운자로 채용하여 사용하는 것이 협운이다.

이러한 협운의 관계는 통운을 비롯해 운을 운용하는 다른 방식들과 마찬가지로 암기를 통해 숙지하는 수밖에 없다. 또한 협운과 통운 등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가 매우 잦아서, 우리나라에서 한자음의 규범을 세우기 위해 운서(韻書)를 정비하거나 편찬하려 할 때 큰 난관으로 작용하였다(『정조실록』 2년 11월 29일).

참고문헌

  • 문선규, 『中國古代音韻學』, 민음사, 1987.
  • 왕력 지음, 송용준 옮김, 『중국시율학』, 소명출판, 2005.
  • 최영애, 『중국어란 무엇인가』, 통나무, 1998.
  • 유성준, 「唐古詩의 押韻과 平仄 考」, 『언어와 언어학』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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