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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0일 (일) 02:43 기준 최신판
주요 정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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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표제 | 천변 |
한글표제 | 천변 |
한자표제 | 天變 |
분야 | 문화/과학/천문 |
유형 | 개념용어 |
집필자 | 김일권 |
조선왕조실록사전 연계 | |
천변(天變) | |
조선왕조실록 기사 연계 | |
『태조실록』 5년 7월 20일, 『정종실록』 1년 8월 19일, 『세종실록』 8년 11월 5일, 『태종실록』 11년 1월 5일, 『세종실록』 13년 6월 28일 |
해와 달과 별 등 천체가 정상적인 흐름을 벗어나 운행하거나 출몰이 일정치 않은 각종 천상(天象)의 이상 현상을 통틀어 지칭함.
개설
천변(天變)은 글자로 보면 천상의 변화를 일컬으나, 대개 재이학(災異學) 관점에서 하늘이 정상적인 상궤를 벗어난 것이라 여겨지는 이상 현상을 포괄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특히 군주가 정사를 올바로 펴지 못하고 정치사회가 어지러우면 하늘에서 이를 경고하고 견책하는 수단으로 천변이 발생한다고 보아 천변 현상의 관찰과 대책은 고대 제왕학으로서 매우 중시된 영역이 되었다. 『한서(漢書)』「오행지(五行志)」에는 천변 중 가장 큰 것으로 일월난행(日月亂行)과 성진역행(星辰逆行)을 꼽고 있다. 일월박식(日月薄蝕)이 발생하고 천체가 역행하거나 객성(客星)과 혜성 등 비정상적 천체가 갑자기 출현하는 따위를 모두 군주와 인간 사회를 견책하는 하늘의 조짐으로 간주하였다. 재이는 천재지이(天災地異)의 줄임말로 보는데 하늘의 이상 현상은 천재(天災), 땅의 이상 현상은 지이(地異)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는 재변이라 하는데 이때에도 천재지변(天災地變)의 줄임말이어서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은 재(災)가 되고, 땅에서 발생하는 이상 현상은 변(變)이 되는 것이다.
내용 및 특징
먼저 천변 현상이 동아시아 사회에서 중요해진 이유는 자연의 재변들을 자연물 그 자체의 변화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와 밀접하다고 보는 감응론적 재이학의 발달에서 찾을 수 있다. 재이학의 경전적 전거로는 『춘추(春秋)』와 『상서(尙書)』의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춘추시대부터 자연의 재변 현상을 정치사회적 변화와 연관 지어 해석하는 천인감응적 춘추재이론이 발달하였고, 공자가 썼다고 전하는 『춘추』는 노나라의 242년간의 역사서이면서 재이학의 원전 격이다. 또 다른 계통으로 『상서』「홍범(洪範)」은 천도(天道)를 기준으로 인사와 만사가 펼쳐져야 한다고 믿는 홍범재이론의 원전이 되며, 여기에서 발달한 황극재이론은 바로 천변 현상 등을 군주의 제왕학 관점에서 이론화시킨 바탕이 된다.
조선시대 학인들은 각종 문물전장제도의 해석에 송말원초에 편찬된 마단림(馬端臨)의 『문헌통고(文獻通考)』를 크게 참조하였으며 『조선왕조실록』에 매우 빈번하게 인용되어 나온다. 이 『문헌통고』 중 「상위고(象緯考)」에 서술된 대표적인 천변 현상으로 먼저 태양과 관련된 일식(日食), 일변(日變), 일휘(日煇), 일훈(日暈)과 달에 관련된 월식, 월변, 월휘, 월훈(月暈)을 제시하였으며, 이어서 혜패(彗孛)의 출현, 달과 오행성이 다른 별을 침범하는 월오성능범(月五星凌犯) 현상, 달이 오행성을 가리거나 근접하는 월범오위(月犯五緯) 현상, 하늘에서 별이 떨어지는 유성(流星)과 성운(星隕) 현상을 꼽았다. 그다음으로 별이 낮에 보이는 태백주현(太白晝見) 등의 성주현(星晝見) 현상, 오행성이 한 곳에 모이는 오성취합(五星聚合) 현상을 수록하였으며, 마지막으로 상서로운 별의 출현을 말하는 서성(瑞星), 주기가 일정치 않고 갑자기 찾아드는 객성 및 각종 운기(雲氣) 현상과 홍예(虹蜺)의 출현도 천변의 일종으로 포괄하고 있다. 그 외 각종 요성(妖星)과 성잡변(星雜變), 잡기(雜氣)의 현상도 서술되어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수록된 천변 현상에 대한 몇 가지를 살펴본다. 먼저 천변에 대한 인식은 중국 고대에서 발달한 재이 사상과 동일한 맥락을 보이는데, 천변이 발생하자, 중추원 부사장자충(張子忠)이 인사(人事)가 아래에서 잘못되면 천변이 위에서 응한다고 하여, 하늘과 사람이 서로 감응한다는 천인상응(天人相應)의 이론으로 간언하고 있다(『태조실록』 5년 7월 20일). 문하부에서 시무 3조를 진술하였는데, 천변과 지괴(地怪)는 군주가 모두 정사를 게을리한 소치라고 간하여 직접적으로 왕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정종실록』 1년 8월 19일). 왕은 신하들에게 인사가 아래에서 감동하면 천변이 위에서 응하게 되고, 재이의 변고가 있으려면 재앙이 있을 징조가 응하는 것이 필연의 이치라고 하여, 자연의 징조를 미리 잘 살펴 하늘의 뜻을 올바로 파악할 것을 말하고 있다(『세종실록』 8년 11월 5일).
이러한 천변이 발생하면 왕은 ‘두려워하고 수양하며 반성하고[恐懼修省] 자신을 책망하는’ 또는 ‘공구수성(恐懼修省)하고 자책자성하는’ 소극적인 행위에서 죄수를 사면하고 신불(神佛)에게 기양(祈禳) 의례를 하는 등 적극적인 방책까지 펼친다. 조선초기에는 고려의 유습이 강하여 천변을 기양하는 불사(佛事) 의례를 자주 행하였다.
달이 금성을 범하는 천변이 발생하자, 일관을 불러 그 천변의 위치가 우리나라 분도(分度), 즉 기성(箕星)과 미성(尾星)의 분야에 있지 않으니 천변을 만났다고 반드시 빌 것은 없다는 다소 반론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이때 태종은 『문헌통고』를 보니 28수가 하늘에 포열해 있고 열국이 각기 열수(列宿)의 분도 안에 있게 되어 만약 성변(星變)이 있게 되면 그 분도 안에 있는 나라가 근심한다고 하여 『문헌통고』의 천변재이론을 참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태종실록』 11년 1월 5일). 예조에서 천변 관찰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예조 본사에도 후찰관(候察官)을 세우되, 매양 천변의 유무를 예조와 승정원에 모두 파루 이전에는 고하는 방책을 제시하였고, 그에 따라 부족한 천문생(天文生)을 원액(元額) 20명에서 다시 10명을 더 증원하기를 요청하고 있다(『세종실록』 13년 6월 28일). 하루라도 천변 현상을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 『사기(史記)』
- 『한서(漢書)』
- 『여씨춘추(呂氏春秋)』
- 『회남자(淮南子)』
- 『천문류초(天文類抄)』
-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
- 김일권, 『동양천문사상 하늘의 역사』, 예문서원, 2007.
- 김일권, 『고구려 별자리와 신화』, 사계절, 2008.
- 김일권, 『우리 역사의 하늘과 별자리』, 고즈윈, 2008.
- 김일권, 『임원경제지 위선지 역주』, 소와당, 2011.
관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