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찬(進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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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연(進宴)보다 규모가 작고 진작(進爵)보다는 성대한 조선시대 궁중 연향.

개설

영조대에는 진찬(進饌)이 ‘조촐하게 차려 올리는 잔칫상’ 또는 ‘조촐하게 잔칫상을 차려 올리다’라는 의미로 쓰였다. 그 뒤 1795년(정조 19)에 혜경궁의 회갑 경축연에 ‘진찬’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진연보다는 규모가 작은 예연(禮宴)을 뜻하게 되었다. 이후 검소라는 덕목을 강조하는 성리학적 가치관이 사회 전반에 널리 퍼지면서 비교적 간소한 진찬이 주로 행해졌다.

내용 및 변천

진풍정(進豐呈)과 진연이 조선시대 초기에는 ‘웃어른에게 올리는 잔칫상’ 또는 ‘잔칫상을 올리다’라는 일반적인 의미였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특정한 예연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리 잡은 것처럼, 진찬 또한 마찬가지 과정을 거쳤다.

영조가 79세 되던 해인 1772년(영조 48), 왕의 장수를 경축하기 위해 2월 25일에 의정부에서 진찬을 올렸다. 그날 도총부·기로소·종친부·돈녕부 등에서도 진찬을 올리기를 청하여, 다음 날인 26일에는 중추부에서, 27일에는 도총부에서, 28일에는 기로소 및 종친부·돈녕부·충훈부에서 각각 진찬을 올렸다.

2월 25일에 신하들이 진찬 올리기를 청하고 바로 다음 날부터 연이어 진찬을 올린 것과, 2월 28일 하루 동안 기로소 외에 세 부서에서 각각 진찬을 올린 것으로 미루어, 이 당시의 진찬은 격식과 규모를 갖춘 예연이 아니라 ‘조촐하게 차려 올리는 잔칫상’ 정도의 의미였음을 알 수 있다.

같은 해 5월에 신하들이 연향 올리기를 간절히 청했지만 왕이 완강하게 거절하고, 7월 15일에 덕유당에서 진찬례를 행하였다. 또 왕의 보령이 82세가 된 1775년(영조 51)에도 5월에서 7월에 걸쳐 대신들이 진연을 청했으나 왕이 엄중하게 거절하였다. 다만 7월 29일에 덕유당에서 진찬을 올렸으며, 8월 15일에는 종친부를 비롯한 여러 관사에서 진찬을 올렸다. 이러한 기록을 통해 이 당시 진찬은 연향으로 간주되지 않을 정도의 간소한 잔칫상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비록 그렇더라도 천세(千歲) 삼창과 무동의 춤 및 음악 연주는 갖춰져 있었다.

그러나 1795년 윤2월 혜경궁의 환갑 진찬 때에는 왕이 직접 1686년(숙종 12)과 1743년(영조 19) 및 1743년(영조 20)의 『진연의궤(進宴儀軌)』를 참조하여 진찬을 준비하라고 독려할 정도로 그 이전과는 양상이 달라졌다(『정조실록』 18년 12월 19일).

수개월 전부터 준비한 이때의 진찬은, 하루 전날 청하고 바로 다음 날 올린 1772년의 진찬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즉, 1795년 이후의 진찬이란 용어는 영조대의 그것과는 달리 격식과 규모가 성대한 예연을 뜻하였다. 또 1828년(순조 28) 11월에 올린 효명세자(孝明世子)의 상소문을 살펴보면, 진찬은 진연보다는 규모가 작은 예연이었음을 알 수 있다(『순조실록』 28년 11월 24일).

한편 1827년(순조 27)에는 훗날의 헌종인 왕세손의 탄생을 경축하는 연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진작이라는 용어가 새로 등장했다. 왕세손의 아버지인 효명세자는 “진연이나 진찬으로 이름 붙일 것까지는 없고, 조그만 술자리를 베풀어 경사를 기념하려고 한다. 그런데 병신년(1776)의 진찬 의절은 너무 약소한 듯하니, 이번에는 넉넉하게 마련하고, 의주(儀註)는 진작의로 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하였다(『순조실록』 27년 7월 25일).

“진연이나 진찬으로 이름 붙일 것까지는 없고, 진작으로 하라.”는 구절은 진작이 진연이나 진찬보다 규모가 작은 연향임을 말해준다. 그런데 곧바로 이어지는 “병신년의 진찬 의절이 너무 약소한 듯하니, 이번 진작에는 넉넉하게 마련하라.”는 구절은 앞 구절과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진찬이라는 용어가 영조대와 순조대에 각각 다른 의미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즉 영조대에는 진찬이 아주 소략한 곡연(曲宴)을 뜻했으나, 순조대에는 격식과 규모를 갖춘 예연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
  • 김종수, 「규장각 소장 연향 관련 儀軌 고찰」, 『규장각소장 분류별의궤 해설집』, 서울대학교 규장각,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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