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음(鄕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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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한자음.

개설

향음(鄕音)은 『조선왕조실록』에서 주로 중국 발음을 뜻하는 화음(華音)의 상대어로서, 한자의 조선 음, 즉 동음(東音) 또는 동속음(東俗音)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었다.

내용 및 특징

『조선왕조실록』에는 향음과 관련된 사례가 그리 많지 않고, 『세종실록』과 『광해군일기』 등에 몇몇이 실려 있을 뿐이다.

먼저 『세종실록』에는 1423년(세종 5)에 명나라에서 사신으로 온 양선(楊善)에게 제사 때의 여러 절차에 대해 묻자, 양선이 "축관(祝官)이 만일 한어(漢語)로 제문을 읽으면 선왕의 영혼이 아마도 알아듣지 못할 것이니 마땅히 향음으로 읽어야 한다."고 대답했다는 기사가 실려 있다(『세종실록』 5년 4월 11일). 여기에서의 향음은 우리나라식 한자음을 가리킨다. 이는 마치 신라시대에 우리나라의 노래를 향가(鄕歌)라고 하고 그 표기 체계를 향찰(鄕札)이라고 한 것과 마찬가지로, 조선의 한자음을 중국 한자음[華音]에 상대하여 향음이라고 표현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한편 『광해군일기』에는 1614년(광해군 6)에 추국청에서, "김덕룡(金德龍)의 언문 공사 내용 중 첫째 줄에 ‘왕치국이라고 하는 자는 장수이다[王齒國爲之者長帥也]’라고 쓰고 그 밑에 인명을 차례로 기록하였는데, ‘장(長)’자는 진서(眞書)로 쓰고 ‘수(帥)’자는 언문으로 썼으니, 이것은 장수(將帥)를 잘못 기록한 것입니다. 그 때문에 당초에 왕치국이 사람의 이름이고 장수라고 칭한 자라고 잘못 알고서 체포할 자의 명단에 초계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27일 김덕룡을 자세히 조사할 때 공초하기를 ‘나는 양반도 아닌 연로한 사람인데 어떻게 반역을 하여 왕이 되어 나라를 다스릴 수 있겠는가’ 하였는데, 처음에는 신들이 알아듣지 못하여 자세히 힐문하니 왕치국(王治國)이란 석 자는 왕이 되어 나라를 다스리는 것을 가리킨 것이고 사람 이름이 아닌 성싶었습니다. 아마 ‘치(齒)’와 ‘치(治)’를 향음에서 혼동하여 일컬은 듯합니다. 도목(都目) 중 인명을 기록한 곳에도 ‘치(治)’자를 ‘치(齒)’로 적은 것이 있으니, 음운상 잘못된 것이 분명합니다."라고 아뢰었다는 기사가 실려 있다(『광해군일기(중초본)』 6년 4월 4일). 여기서도 조선의 한자음을 향음이라고 표현하였다.

변천

오늘날에는 향음을 화음의 상대어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박성원(朴性源)은 1747년(영조 23)에 편찬한 『화동정음통석운고(華東正音通釋韻考)』에서 각 글자의 아래 우측에 화음을, 좌측에 동음(東音)을 병기하였는데, 여기서 이미 향음을 대신하여 동음이라는 용어를 쓴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현대 국어에서 향음이라는 말은 고향이나 고국의 말소리, 또는 우리나라 고유의 말소리, 혹은 고향에서 소식을 전해 온 편지 등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되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참고문헌

  • 강신항, 『수정증보 훈민정음연구』, 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03.
  • 이돈주, 『한자음운학의 이해』, 탑출판사,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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