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정도감(豊呈都監)

조선 왕실의 잔치 의식인 ‘풍정(豊呈)’을 주관하던 임시 관청.

개설

조선 왕실의 잔치 의식은 조선후기 의궤 기록 등을 참조하여 진연(進宴)으로 칭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조선왕조실록』 용례를 보면 조선중기까지는 왕실의 큰 잔치 의식을 뜻하는 용어로 ‘풍정’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풍정 의식을 기록한 의궤로는 인조대인 1630년(인조 8) 『풍정도감의궤』가 유일한데, 어람용으로 제작되었으며 파리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설립 경위 및 목적

‘풍정’이란 국가에 경사가 있을 때 이를 축하하기 위해 왕실 등에서 음식 등을 바치는 잔치 의식을 말한다. 풍정도감은 이 의식을 주관하기 위하여 설치하였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왕실의 큰 잔치 의식인 풍정이 몇 차례 거행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풍정도감을 설치하고 풍정 의식을 치른 것은 인조대인 1630년 인목대비를 위해서였다. 인조반정으로 즉위한 인조는 광해군 때 탄압받은 인목대비에 대한 존숭 작업을 통해 자신의 정통성을 강화하려 하였다. 풍정 의식은 이러한 목적에서 인조 초반부터 논의되었지만, 이괄의 난과 정묘호란 같은 국내외적인 상황으로 거듭 연기되다가 1630년에야 행하였다. 도감의 처소는 장악원으로 정했다.

조직 및 역할

풍정도감에서는 왕실 잔치인 풍정 의식을 주관하였다. 『숙종실록』에는 대왕대비께 풍정연을 올렸고, 이튿날 풍정도감 제조영돈녕부사김만기 등을 불러 인정전 뜰에서 선온을 내리고 차등을 두어 상품을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숙종실록』 12년 윤4월 7일). 여기에서 풍정도감의 책임자가 제조임이 나타난다. 그러나 조선후기로 가면서 풍정 대신 진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풍정도감 조직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변천

‘풍정’이라는 용어는 조선 건국 직후인 1402년(태종 2)에 이미 등장하였다. 즉『태종실록』에는 풍속에 시관(試官)인 공거(貢擧)를 학사(學士)라 부르고, 잔치를 베풂을 풍정이라 부르는데 학사가 된 사람으로서 풍정을 베푸는 것은 옛날부터 내려오는 풍습이다(『태종실록』 2년 2월 18일)라고 기록하였다. 이를 통해 풍정이라는 용어가 조선시대 이전부터 사용되었으며 일반적인 잔치 의식을 지칭한 용어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세종실록』 초기 기록을 보면 풍정은 왕에게 올리는 잔치 의식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세종 즉위년 10월 어가(御駕)가 근교로 행차하자 노상왕, 대비, 공비(恭妃)가 각각 사람을 보내어 풍정을 바쳤다고 기록하면서 풍속에 상감에게 음식을 차려 바치는 것을 풍정이라고 한다고(『세종실록』 즉위년 10월 11일) 하였고, 세종이 태종에게 문안하자 태종이 중국 당 태종과 현종의 사례를 인용하면서 자신이 주상의 생신을 당하면 친히 풍정을 하겠다고 했다는 기록(『세종실록』 1년 4월 1일) 등에서 풍정은 ‘왕을 위한 잔치 의식’임이 분명히 나타나 있다. 그러나 “세종이 풍정을 두 상왕과 모후의 앞에 올렸다”는 기록(『세종실록』 1년 5월 16일) 등을 보면, 풍정은 왕만을 위한 잔치 의식이 아니라 왕과 왕비, 대비 등 왕실 잔치 의식 전반을 뜻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결국 풍정이라는 용어는 조선의 문물이 어느 정도 정비된 세종대 이후에는 ‘왕실의 잔치 의식’을 뜻하는 용어로 굳어진 듯하다.

광해군은 생모인 공성왕후 추숭 작업의 일환으로 자전인 인목대비를 위한 풍정을 실시하였다. 이때 구체적으로 도감을 설치한 것은 확인되지 않는다. 인조대에는 인목대비를 위하여 풍정도감을 설치한 것이 『조선왕조실록』과 의궤의 기록으로 나타나 있다.

효종대 이후 왕실의 잔치 의식을 칭하는 용어로 진연이 사용되면서 풍정의 용례는 별로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풍정은 진연보다 규모가 큰 잔치 의식이었던 듯하다. 『현종개수실록』에서는 정유년에 진연할 때는 집안사람의 예에 따라 하였으니 풍정에 비하여 조용하게 치렀던 듯하다고(『현종개수실록』 6년 7월 29일) 하였고, 『숙종실록』에서는 풍정을 진연이라 이름을 바꾸고 낭비를 줄이자고 (『숙종실록』 8년 7월 21일) 한 기록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참고문헌

• 『풍정도감의궤(豊呈都監儀軌)』
• 신병주, 「인조대 ‘풍정’ 의식의 추진과 관련 의궤 연구」, 『한국학보』제30권 제1호,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