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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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까래를 이르는 말.

개설

『조선왕조실록』에서 서까래는 연목(椽木)이라는 용어로 많이 등장한다. 연목은 서까래용 재목이나 실제 건물에 사용한 서까래를 지칭하는 두 가지 사례가 모두 사용되었다. 『조선왕조실록』에서 구체적인 서까래의 명칭이 등장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데, 『광해군일기』 1616년(광해군 8) 8월 5일자 기록에 장연목(長椽木)이 보이며, 『선조실록』 1578년(선조 11) 1월 11일자 기록에 선(扇)이 보인다. 그런데 『선조실록』에 등장하는 ‘선’은 단독으로 사용되어 선자서까래를 지칭하는데 매우 이례적인 내용이다. 『경종실록』 1721년(경종 1) 7월 20일자 기록에는 부연(付椽)이 등장한다. 그러나 글의 내용이 부연이라는 건축 부재를 지칭하는지, 동쪽 편의 서까래를 지칭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그리고 『조선왕조실록』에는 연(椽)이라는 용어가 포함된 충연(衝椽)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여기서 사용한 충연은 서까래와 전혀 다른 부재를 말한다. 충연은 추녀를 가차한 용어인데, 건축 관련 의궤에서는 춘혀[春舌]라고 표기하고 있다.

형태

연은 도리 상부에 얹어 기와나 볏짚으로 지붕을 덮을 수 있게 틀을 만들어주는 기능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연은 일반적으로 원형 단면의 목재를 사용하고,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방형 단면도 사용한다. 건물 규모가 작은 삼량(三樑) 건축물의 경우에는 정면과 배면에 한 종류의 연만 사용한다. 그러나 건물 규모가 커질수록 하나의 연만으로는 지붕을 만들 수가 없기 때문에 두 종류 이상이 사용된다. 보통의 건축물은 두 종류의 연이 사용된다.

연은 길이에 따라 단연(短椽)과 장연(長椽)으로 구분된다. 건축물의 상부에 위치한 연의 길이가 아래쪽에 사용한 연에 비하여 짧기 때문에 위쪽 연이 단연, 아래쪽 연이 장연이다. 장연은 처마 서까래라는 의미의 첨연(簷椽)이라는 용어도 사용되지만 일반적으로는 장연이라 한다. 경복궁이나 경회루와 같이 건물 크기가 큰 경우 세 종류의 연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때에는 단연, 장연 외에 중앙부에 사용한 중연(中椽)이라는 부재가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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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도리 위에 부착하는 방법은 매우 이색적이다. 단연과 단연, 장연과 단연은 도리 위에서 서로 교차하도록 구성하는데, 이때 서로 맞닿는 부분에서 양쪽 연에 구멍을 뚫어 이곳에 싸리나무 같은 가는 나무 다발을 끼워 넣는다. 이때 끼워 넣는 나무를 연침(椽針)이라고 한다. 인근의 연을 연침을 이용하여 서로 위치가 변경되지 않게 고정하는 것이다. 연침으로 시공하지 않고 긴 쇠못을 박아 연을 관통시켜 도리에 부착하는 방법도 사용한다. 이때 사용하는 못을 연정(椽釘)이라고 한다. 모든 연을 연정으로 고정하는 것이 부착하는 데 훨씬 합리적일 수 있지만, 철의 사용은 최소화하였다.

연은 항상 곧은 목재만을 이용하여 가공하는 것이 아니다. 한옥의 지붕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지붕의 끝단이 건물 중앙부에서 가장 짧고, 바깥으로 진행될수록 길이가 길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지붕을 정면에서 보면 가운데가 가장 낮은 높이를 이루고 가장자리로 갈수록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옥의 아름다운 지붕 곡선을 이루는 데 연이 가장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며, 특히 외부로 돌출하는 장연이 곡선을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장연은 중앙부에 사용한 것이 가장 짧고 곧게 만들어지며, 가장자리로 갈수록 길어지면서 끝부분을 들리게 가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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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외부에 노출되는 처마 쪽의 연 하부는 일정 크기만큼 깎아 조성하는데, 이를 소매걷이라고 한다. 또 연 끝단은 약간 안쪽으로 빗잘라낸 모습으로 만든다. 이것은 육중한 처마가 가벼운 느낌을 갖도록 시각적인 배려를 한 것이다.

지붕 형태가 맞배지붕인 경우에는 지붕면이 정면과 배면에만 있기 때문에 단연과 장연만으로 지붕을 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지붕이 팔작지붕 또는 우진각지붕은 정면과 배면의 지붕 외에 측면의 지붕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구성이 전혀 다르다. 특히 정면, 배면과 측면이 만나는 45도 방향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팔작지붕 또는 우진각지붕으로 만들 경우에는 건축물의 구조 및 부재 가공에서부터 측면 지붕과 가장자리 지붕에 대한 고려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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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은 이 부분에 선자서까래, 즉 선자연(扇子椽)을 사용한다. 선자연은 서까래가 조립된 모습이 마치 부챗살을 펴놓은 듯하여 붙여진 명칭이다. 일본에서는 이곳에 선자서까래가 아닌 평행서까래를 사용한 건물도 있다. 선자연의 가장 중심에는 매우 굵은 부재를 놓는데, 이를 추녀라고 한다. 지붕의 45도 부분이 외부로 가장 많이 돌출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의 하중을 담당하는 부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추녀는 매우 길고 지붕의 곡선을 위하여 건축 부재 가운데 가장 많이 굽어야 하기 때문에 적합한 목재를 찾기 매우 어렵다. 이런 연유로 실록에 추녀와 관련된 목재 수급 논의에 관한 기록이 실려있다.

추녀 양쪽에 붙는 선자연은 계획 단계에서 건물의 규모에 따라 7장, 9장 등의 일정한 숫자를 정하여 치목한다. 추녀 양쪽에는 하나의 선자연을 위치시키는데, 온장이 아니라 반장 또는 2/3장의 연을 사용한다. 이를 초장 또는 붙임혀라고 하며 좌우로 진행하면서 2장, 3장…… 최후의 것을 막장이라고 한다. 선자연의 초장은 가장 강한 곡선으로 치목되며 막장으로 갈수록 곡선이 줄어들고 길이 또한 짧아진다. 각각의 선자연은 추녀와 더불어 매우 강한 곡선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곧은 목재만으로는 치목이 부적합하며 어느 정도 굽은 목재를 이용하여 한다. 또한 선자연은 치목 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손실되기 때문에 일반 연 목재보다 굵은 목재를 사용한다. 선자연을 구성하는 모든 연은 뒤뿌리 쪽이 모두 한 점에 모이게 만들어진다. 그러나 간혹 연의 뒤뿌리가 한 점에 모이지 않는 건물도 있다. 이때에는 선자서까래라 하지 않고 말굽서까래라고 한다. 말발굽처럼 중심점이 하나로 모이지 않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건축 관련 의궤에서는 마족연(馬足椽) 또는 마제연(馬蹄椽)이라고 한다. 권위 있는 건축물에서는 말굽서까래가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규모가 작고 중요도가 떨어지는 건물에서 선자서까래의 모양을 흉내 낸 서까래이다.

규모가 작은 건물의 경우 장연으로 지붕의 처마를 마감하지만 권위 있고 규모가 큰 건물은 장연 끝단에 부연을 덧대어 마감한다. 연은 원형 단면으로 가공하는 데 반하여, 부연은 방형 단면으로 가공한다. 연 끝에 부연을 덧대면 처마 길이가 길어지고 또한 처마 끝이 가볍게 들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부연을 시공한 처마를 겹처마라 하고 부연을 달지 않은 처마를 홑처마라 한다. 신라의 건축 법령을 전하는 『삼국사기』 옥사조에서도 부연을 확인할 수 있다. ‘진골……불시비첨(眞骨……不施飛詹)’이라는 문구가 등장하는데, 비첨이 부연에 해당하는 말로 진골 집에는 부연을 달 수 없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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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에서도 부연의 유무가 건축물의 등급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건축을 다룬 의궤에서도 부연을 찾아볼 수 있는데 17~18세기에는 부연(付椽)이라는 표기로, 19세기에는 부연(婦椽)이라고 썼다. 특히 선자연이 위치한 곳에 사용한 부연을 고대부연(高臺婦椽)이라고 기록하였다. 지붕이 겹처마로 구성되면 추녀 끝에도 추녀와 같은 굵기의 부재가 첨가되는데 이를 사래[蛇羅]라고 한다.

장연의 끝단에는 평고대[平交臺]라는 부재가 얹힌다. 결과적으로 장연 끝에 얹힌 듯한 모양을 나타내지만, 실제 지붕에 장연을 설치할 때 평고대가 장연보다 먼저 지붕에 얹힌다. 연을 치목할 때 지붕의 곡선을 염두에 두어야 하지만, 실제 건물에 장연이 얹힐 때 지붕 곡선의 기준이 미리 설정되어 있다고 한다면 훨씬 아름다운 지붕 곡선을 만들 수 있다. 이 지붕 곡선에서 기준을 담당하는 것이 평고대이다. 따라서 평고대는 곡선 지게 만든다. 또 장연 끝단에 평고대가 위치하면서 사람들에게 지붕의 강한 곡선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지붕 곡선의 마침표와 같은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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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을 겹처마로 만들 경우에는 부연 상부에 또 다른 평고대가 사용된다. 이때 장연 상부의 평고대를 초매기[初平交臺]라 하고 부연 상부의 평고대를 이매기[再平交臺]라 한다. 재평고대는 부연이 형성하는 처마 곡선의 기준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데 겹처마의 경우 초평고대의 형태가 시대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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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연 상부에 부연이 올라갈 경우 부연과 부연 사이의 공간이 외부로 노출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현재는 얇은 판재를 부연과 부연 사이, 초평고대 상부에 끼워 넣어 막는다. 이 얇은 판재를 착고(着罟), 착호(着戶) 또는 착고판이라 한다. 그러나 조선중기까지는 착고라는 부재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대신 초평고대와 착고가 하나의 부재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당시의 초평고대는 상부에 요철을 갖는 형태를 띠고 있다. 건축 관련 의궤에서는 이 부재를 구로대(求露臺), 구루대(仇累臺)라 한다. 한옥의 구성 요소가 끊임없이 변하였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부재이다.

참고문헌

  • 『창경궁수리소의궤(昌慶宮修理所儀軌)』
  • 『창덕궁수리도감의궤(昌德宮修理都監儀軌)』
  • 『저승전의궤(儲承殿儀軌)』
  • 『창덕궁창경궁수리도감의궤(昌德宮昌慶宮修理都監儀軌)』
  • 『창덕궁만수전수리도감의궤(昌德宮萬壽殿修理都監儀軌)』
  • 『영녕전수개도감의궤(永寧殿修改都監儀軌)』
  • 『남별전중건청의궤(南別殿重建廳儀軌)』
  • 『경덕궁수리소의궤(慶德宮修理所儀軌)』
  • 『종묘개수도감의궤(宗廟改修都監儀軌)』
  • 『의소묘영건청의궤(懿昭廟營建廳儀軌)』
  • 『수은묘영건청의궤(垂恩廟營建廳儀軌)』
  • 『건원릉정자각중수도감의궤(健元陵丁字閣重修都監儀軌)』
  • 『경모궁개건도감의궤(景慕宮改建都監儀軌)』
  • 『문희묘영건청등록(文禧廟營建廳謄錄)』
  •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
  • 『인정전영건도감의궤(仁政殿營建都監儀軌)』
  • 『현사궁별묘영건도감의궤(顯思宮別廟營建都監儀軌)』
  • 『서궐영건도감의궤(西闕營建都監儀軌)』
  • 『창경궁영건도감의궤(昌慶宮營建都監儀軌)』
  • 『종묘영녕전증수도감의궤(宗廟永寧殿增修都監儀軌)』
  • 『남전증건도감의궤(南殿增建都監儀軌)』
  • 『진전중건도감의궤(眞殿重建都監儀軌)』
  • 『영희전영건도감의궤(永禧殿營建都監儀軌)』
  • 『중화전영건도감의궤(中和殿營建都監儀軌)』
  • 『경운궁중건도감의궤(慶運宮重建都監儀軌)』
  • 경기문화재단 편집부, 『화성성역의궤 건축용어집』, 경기문화재단,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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