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향악(宴享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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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 연향에서 연주된 음악.

개설

연향악(宴享樂)은 왕실의 경사를 축하하기 위해서, 임금과 신하가 화합하기 위해서, 노인을 우대하기 위해서, 이웃 나라에서 본국을 방문한 사신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서 등 여러 목적으로 궁중에서 연향을 베풀 때 수반된 음악을 일컫는다. 궁중의 음악 기관에 소속되어 교육받은 전문 악인(樂人)들이 연주하였다.

내용 및 특징

연향악은 궁중음악을 양분할 때 제례악과 연향악으로 구분할 정도로(『단종실록』 1년 6월 23일) 궁중음악에서 중요하게 여겨졌다. 연향악에 관한 기록은 삼국시대부터 나타나지만 본격적인 내용은 고려시대부터 보인다. 고려시대 연향악에서는 향악(鄕樂)과 당악(唐樂)이 함께 쓰였는데 당악의 비중이 높았다. 고려 조정에서 연주된 당악의 악곡명 다수가 『고려사(高麗史)』「악지(樂志)」에 전해지며, 그중 낙양춘(洛陽春), 보허자(步虛子)는 현재까지 연주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조선 건국 후 세종대에 이르러 당시 전래되던 향악과 당악의 선율을 차용하여 정대업(定大業), 보태평(保太平), 여민락(與民樂), 치화평(致和平), 취풍형(醉豊亨) 같은 신악(新樂)을 창제하면서 연향악으로 사용하였다. 이로 인해 연향악의 연주 목록이 당악 중심에서 신악으로 확장되었고, 당악 사용이 줄어들게 되었다.

이러한 연주 관행은 조선후기로 이어지다가 순조대에 이르러 전환점을 맞이했다. 연향악이 여민락령, 보허자령, 향당교주(鄕唐交奏), 가곡(歌曲) 선율로 구성된 것이다. 당악곡이 거의 사라지고, 세종대 신악 중 여민락이 조선후기까지 지속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향악곡인 향당교주가 빈번하게 연주되고, 민간의 가곡이 궁중연향악으로 도입되었다.

악곡명을 우아하게 만든 아명(雅名)이 연향악에 등장했다는 점도 조선후기 연향악의 특징이다. 아명은 일제강점기 이왕직아악부 시절에 한 차례 정리되었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연향악의 아명으로는 낙양춘을 기수영창지곡(其壽永昌之曲)이라 하고, 보허자를 장춘불로지곡(長春不老之曲), 여민락을 승평만세지곡(昇平萬歲之曲) 또는 오운개서조(五雲開瑞朝) 등으로 칭하는 용례를 들 수 있다.

한편 세종대의 회례연(會禮宴)이라든지 영조대에 영조의 칠순 기념 연향에서 아악(雅樂)을 쓴 사례도 있다. 드물지만 아악이 연향악으로 쓰이기도 했던 것이다.

이렇듯 향악곡(鄕樂曲), 중국에서 유입된 당악곡(唐樂曲), 세종대에 만든 신악, 아악, 민간의 가곡 선율 등은 연향악의 연주 목록으로 시대나 상황에 따라 활용되었고, 그중 일부 연주 목록은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다.

참고문헌

  • 『고려사(高麗史)』 「악지(樂志)」
  • 『악학궤범(樂學軌範)』
  • 『을유수작의궤(乙酉受爵儀軌)』
  • 『순조무자진작의궤(純祖戊子進爵儀軌)』
  • 『순조기축진찬의궤(純祖己丑進饌儀軌)』
  • 김종수, 『조선시대 궁중연향과 여악 연구』, 민속원, 2001.
  • 장사훈, 『國樂大事典』, 세광음악출판사, 1984.
  • 한국학중앙연구원 편, 『조선후기 궁중연향문화 2』, 민속원,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