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제(什一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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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수확물의 1/10을 국가가 수취하는 제도.

개설

십일제는 수확물의 1/10을 거두어들인다는 뜻으로, 중국 고대국가인 하·은·주의 토지제도였던 정전제(井田制)에 근거한 과세 방식을 말하였다. 조선에서는 건국 직후부터 세금 과세의 이념으로 십일제가 통용되었다. 그러나 세종 26년(1444) 공법의 성립으로 종래와 달리 수확량의 1/20을 세금으로 거두게 되자 십일제의 원칙에서 벗어난 세금 운영이 도입되었다(『세종실록』 26년 8월 24일). 이후 조선후기 영정법의 도입, 대동법의 성립 등 다양한 세금제도에 대한 개혁이 실시되었는데, 이러한 세제개혁 와중에도 백성에게 1/10의 부담시키는 십일제의 이념은 준수해야 할 가치로 천명되었다. 비록 한 세목(稅目) 안에서 1/10의 세율이 고수되지는 못하였으나 실제 국가에서 거두는 수취량은 백성의 총 수입의 1/10에 준하게 설정되도록 노력하였다.

내용 및 특징

『맹자』 등의 유교 경전에 따르면, 중국 고대 하·은·주 시대에는 경작지를 우물 정(井) 자(字)로 나누고 가운데 토지는 공전(公田)으로, 그 외 8칸의 토지는 각 민가에 귀속되도록 하는 정전법이 통용되었다. 정전법에서는 민가에 귀속된 8칸 토지의 수확물은 각 민가가 차지하고, 가운데 공전에 대해서는 8칸의 민가가 힘을 합쳐 경작하여 그 수확물을 세금으로 바치게 되어 있었다. 따라서 이를 경작 면적으로 계산해 보면, 각 민가가 경작하는 전체 토지의 약 1/10에서 나오는 토지 수확물이 국가의 세금이 되는 것이었다. 또한 지정된 토지의 수확물을 세금으로 납입하기 때문에 그해 농사의 풍년과 흉년에 따라 세액이 자연스럽게 조정되는 것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정전법에 근거한 세금 운영 방식을 유교 이념에서는 십일제라 칭하여 이상적인 과세 방식으로 인식하였다.

조선은 건국 직후 토지제도를 정비하고 수조권(收租權)을 나누어 주면서 십일제를 적극 도입하였다. 국가 소속의 공전은 물론 개인에게 수조권이 귀속되는 과전(科田), 그 외 다른 사전(私田)에서도 수확물의 1/10에 해당하는 양만을 조(租)로 수취하게 하였다. 조선건국 당시에는 토지 1결(結)당 최대 300두(斗)를 수확하는 것으로 간주하였으므로, 그에 대한 전조(田租)는 그 1/10인 30두를 넘지 못하도록 하였다.

변천

세금 운영, 특히 일관된 십일세를 적용하던 세목인 전세 수취에서 십일제를 처음으로 적용하지 않은 것은 세종대였다. 세종은 즉위 이후 공법의 도입을 구상하였다. 공법은 정전법과 달리 수확량에 상관없이 일정하게 고정된 세액을 수취하는 세법으로 유학자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한 세법은 아니었다. 세종은 일정한 세액 수취를 도입하여 국가 재정을 안정시키려 기획하였으나 당시 신료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본래 기획했던 방침을 철회하였다. 대신 토지의 품질을 6등분으로 세분화하고 풍흉을 9단계로 조정하였으며, 토지 1결당 최대 생산량을 400두로 책정하였다. 공법에서는 생산량의 1/20을 수취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는데, 이에 따라 최대 20두에서 최소 4두를 납부하게 되었다.

십일제는 유교 이념상 이상적 세금 부과 방식이었다. 때문에 조선후기 대동법과 균역법의 시행 등으로 다양한 세목이 토지 생산물에 대한 부과로 전환되었지만 십일제의 이념은 관철되었다. 즉, 다양한 세목으로 부과하더라도 그 세액의 총량은 토지 생산의 1/10에 해당하도록 세액을 설정한 것이었다. 비록 각 군현에서 부과하는 잡세 등으로 인하여 이러한 원칙이 항상적으로 적용되지는 못하였으나, 적어도 중앙정부는 1/10 과세 원칙을 지키려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재정제도에 대한 개혁론을 제기하는 여러 학자도 십일제를 개혁의 요체로 간주하였다. 일례로 『반계수록』의 저자인 유형원은 여러 세목을 전세로 통합하고, 수확물의 1/10만 거두어도 충분히 국가 운영이 가능하다는 개혁론을 제시하였다.

참고문헌

  • 『경국대전(經國大典)』
  • 『대전회통(大典會通)』
  • 『반계수록(磻溪隧錄)』
  • 『맹자집주(孟子集註)』
  • 이정철, 『대동법: 조선 최고의 개혁: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 역사비평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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