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문(宣化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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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의 희정당 남쪽에 있는 중문.

개설

선화문(宣化門)은 창덕궁의 남쪽 행각들 사이에 있는 문이다. 『현종실록』에는 선화문을 통화문과 함께 창경궁의 문이라고 기록하였고,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숙장문의 동쪽에 건양문, 그 동쪽에 동룡문·선화문·승지문이 있어 중국인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던 한려들이 그 문들을 지킨다고 기록되었다. 비록 「동궐도」나 「동궐도형」에서는 찾을 수가 없지만 창경궁에도 선화문이 있었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선화문에 대한 주된 기록은 창덕궁 희정당 남쪽의 중문을 가리킨다. 창덕궁은 정전의 북쪽에 편전을 두어 남북 직선 축을 궁궐 배치의 축으로 삼는다는 궁궐 제도의 규례를 따르지 않았다. 창덕궁은 인정전의 동쪽 옆으로 편전인 선정전을 마련하였고 그 동북쪽으로 다시 희정당을 마련하였다. 국장이 있을 때면 선정전을 주로 빈전이나 혼전으로 사용했는데, 이때 희정당을 편전으로 사용하였다.

위치 및 용도

선정전과 희정당의 남측에는 궁궐과 왕실을 관리하고 시위하는 여러 부서가 행각으로 각각의 영역을 만들며 복잡하게 얽혀 배치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선정전과 희정당으로 들어가는 길은 이들 행각 사이에 빈 공간을 만들어 구역을 나누고 문으로 출입하게 하였다. 창덕궁의 남쪽에서 희정당과 내전으로 출입하기 위해서는 가장 남쪽에 있는 협양문으로 들어가 길쭉한 마당을 지나 중간문인 선화문을 경유하고, 희정당 행각에 있는 내문 또는 차비문이라 부르는 문들을 통과해 들어갔다. 그러므로 희정당이나 내전에서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제신들은 주로 선화문의 바깥마당에 모여 왕의 명이나 다음에 일어날 상황을 기다리곤 하였다. 더욱이 내전의 정전인 대조전 영역으로는 여하한 상황이 아니고는 제신 누구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에 이 선화문의 바깥에서 전갈을 받기 위해 기다려야 했다.

왕은 공식적인 업무로 신하들과 대면하는 자리가 아니라 파행적인 상황에서 면담을 거부하려는 의사가 있을 때 편전이 아닌 이곳에서 자신의 뜻을 전달하기도 하였다. 편전 및 내전으로의 출입이 허락되지 않은 때에 신하가 들어갈 수 있는 가장 마지막 공간이었다.

변천 및 현황

선화문은 『조선왕조실록』 1530년(중종 25)의 기사에서 처음 나타나지만 창덕궁의 중요 영역이기 때문에 조선초기에 조성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임진왜란으로 소실되었다가 광해군대에 창덕궁을 복원할 때 다시 조성되어 1900년대 초까지 있었으나 일제강점기에 창덕궁이 여러모로 훼손되면서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형태

선화문은 행각들 사이에 있는 행각솟을문이었다. 「동궐도」와 「동궐도형」에서는 선화문의 배치 형태가 약간 다르다. 「동궐도」에는 선화문의 서쪽으로만 행각이 있고 동쪽은 비어 있다. 「동궐도형」에는 선화문은 서쪽 행각이 2칸의 문으로 표시되어 있고 동쪽은 행각에 연결되어 방이 배치되었다.

「동궐도」에서 보이는 선화문은 행각에 있는 여타의 문들과 달리 정면은 1칸이지만 측면은 2칸 규모이고 주칠을 한 판장 2짝이 가운데 기둥에 달려 있다. 맞배지붕을 이고 있지만 용마루에 취두를 놓아 격조를 높였다.

관련사건 및 일화

1752년(영조 28)에 영조는 사도세자에게 선위를 하겠다며 세자는 물론이고 제신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영조는 자신의 생애 가운데 여덟 번에 달하는 선위 사건을 일으켰는데 이때가 여섯 번째 선언이었다. 12월의 매서운 추위를 견디며 왕세자와 신하들이 전교를 거두어달라고 조아렸지만 영조는 듣지 않았다. 추위를 무릅쓴 것은 영조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신하들을 선화문 앞에 불러 모았고, 추위가 심하니 희정당으로 들어가자는 대비와 신하들의 만류에도 끝내 선화문 앞을 고집하였다. 이유를 묻는 신하들에게 “희정당은 정사당(政事堂)이므로 왕세자에게 대리청정케 한 뒤로는 다시는 앉고 싶지 않아서이다.”라고 대답했다. 하루 종일 왕과 대비, 세자와 신하들이 대치하며 선화문에 있는 영조를 설득했고 추위에 병이 들 것 같다는 대비의 협박에 겨우 이날의 선위 사건은 마무리가 되었다(『영조실록』 28년 12월 8일).

참고문헌

  •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 『일성록(日省錄)』
  •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 『홍재전서(弘齋全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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