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법(書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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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를 서사(書寫)하는 기예(技藝)를 이르는 말, 또는 문자를 소재로 삼아 작가의 사상과 정서를 나타내는 예술 장르.

개설

서법(書法)이라는 용어는 과거 동아시아에서 공통적으로 쓰였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서예(書藝), 중국은 서법, 일본은 서도(書道)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한다. 서법이라는 용어에는 서사의 대상이 되는 문자와, 유연한 모필(毛筆)의 사용이라는 기본 전제가 내포되어 있다.

내용 및 특징

중국 고대 문헌에서 서법에 대한 용례는 주로 글자를 쓰는 기예적인 측면에서 언급되었다. 그러나 더 많은 한자의 서체가 발생하고 서사의 기법이 진전함에 따라 글씨 쓰기에 기운을 불어넣고 정신성을 부여하여 개인의 성격이나 감정, 취향, 소양, 사상까지도 전달할 수 있게 되면서 서법을 하나의 독립된 예술 장르로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글씨 쓰기가 문자의 내용이 갖는 제약을 받지 않고서도 문자 자체만을 소재로 삼아 개인의 감정을 발현하고 성령(性靈)을 도야할 수 있는 수단으로 진전된 것이다. 이에 한(漢)나라의 채옹(蔡邕)은 「필론(筆論)」에서 “서(書)라는 것은 ‘흩뜨리는 것[散]’이다. 글씨를 쓰고자 하면 먼저 회포를 흩뜨리고 솔직한 감정과 성정에 자신을 맡긴 이후에 써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후 당(唐)나라의 장회관(張懷瓘)은 「문자론(文字論)」에서 “서를 깊이 아는 사람은 오직 신채(神采)만을 보고 글자의 형태는 보지 않는다.”고 하였고, “문(文)은 여러 말을 통해서 그 뜻을 이룰 수 있지만, 서는 한 글자로도 이미 그 마음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이는 모두 예술로서, 혹은 정신 수양의 수단으로서 서법의 정신적인 측면을 강조한 기록들로 이해할 수 있다.

서법이란 용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3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첫째는 필법(筆法)으로, 숙련된 모필의 사용법을 요구한다. 여기에는 손가락으로 붓을 쥐는 방법, 팔을 운용하는 방법, 글자를 쓰는 자세, 지면에서 붓을 운용하는 방법, 먹을 사용하는 방법 등이 해당된다. 둘째는 필세(筆勢)로, 점획(點劃)과 점획 사이, 글자와 글자 사이, 행과 행 사이의 조직적인 상호 호응 관계를 말한다. 셋째는 필의(筆意)로, 글씨를 쓰는 가운데 작자의 정취, 문아(文雅)한 기운, 고상한 인품 등이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것을 말한다. 필법과 필세가 서법의 기법적인 측면에 해당한다면, 필의는 서법의 본령(本領)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에서는 현재 한국에서 쓰는 ‘서예’, 혹은 일본에서 쓰는 ‘서도’라는 용어는 보이지 않는 반면, ‘서법’ 혹은 ‘사자(寫字)’라는 용어가 흔히 보인다. ‘서법’은 주로 예술로서의 글씨 쓰기의 의미가 강한 반면, ‘사자’는 붓글씨의 기능, 혹은 기예의 의미에 가깝다. 한편 한국에서 ‘서예’라는 용어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된 것은 1945년 9월에 서예가 손재형(孫在馨)이 조직한 조선서화동연회(朝鮮書畵同硏會)의 강령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전해지며, 그 후로 점차 확산되어 지금은 온전히 일반화되었다.

참고문헌

  • 梁披雲 主編, 『中國書法大辭典』, 미술문화원 영인본, 1985.
  • 김병기, 「書法, 書道, 書藝, 어떤 명칭을 사용할 것인가?」, 『서예학연구』 8호, 한국서예학회,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