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私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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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수령이 마련한 곡식이나 일반 개인이 소유한 곡식을 활용하여 시행하는 진휼.

개설

농업 생산이 사회의 근간이었던 조선에서는 홍수나 가뭄 등으로 인하여 기근이 항상 발생하였다. 이러한 기근이 발생하면 국가에서는 백성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하여 진휼정책을 시행하였다. 그러나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기민 모두를 국가가 진휼할 수 없었기 때문에, 국가에서는 개인이 소유한 곡식을 진휼에 활용하도록 독려하는 여러 정책을 사용하였다. 한편으로는 각 지방의 수령이 지방 재정으로 활용하려고 비축해 놓은 자비곡(自備穀)을 활용하도록 장려하였다(『영조실록』 36년 12월 2일). 자비곡의 비축은 수령 본연의 임무는 아니었으나 관례적으로 권장되었고, 자비곡을 전혀 준비하지 않은 수령은 처벌을 받기도 하였다. 이렇듯 사진은 개인 혹은 수령이 주체가 되어 시행하던 진휼이었다.

이러한 사진이 국가의 공식적인 진휼정책에 편입된 것은 정조대에 이르러서였다. 정조대 이후에는 국가에서 진휼의 대상이 되는 지역을 3종류로 분류하였는데, 중앙 아문의 환곡을 활용하여 국가가 직접 시행하는 공진읍(公賑邑), 지방 수령이 마련하여 비축한 자비곡이나 개인 소유의 곡식을 활용하는 사진읍(私賑邑), 기민의 수가 극히 적어 곡식이 거의 들지 않는 구급읍(救急邑)이었다. 이 중 사진읍은 공진읍에 비해 기근 정도가 심하지 않은 지역이었다. 이러한 조치로 인하여 사진은 국가가 선택할 수 있는 진휼정책 중 하나가 되었고, 지역 수령의 자비곡 마련이 의무화되었다.

제정 경위 및 목적

민간 차원에서 이루어지던 사진을 국가의 진휼정책에 포함시키게 된 것은 재정 운영과 관련이 깊다. 조선후기에는 잦은 기근이 발생하였고, 이는 국가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하였다. 이에 따라 지방 수령의 자비곡이나 개인 소유의 곡식을 활용하는 진휼이 국가적으로 모색되었다. 정조대에는 사진이 국가의 공식적인 진휼대책의 하나로 정착되었으며, 이때는 진휼정책이 체계화된 시점이기도 하였다. 기근 지역을 공진·사진·구급으로 분류하여 진휼을 시행한 최초의 기록은 1778년(정조 2) 경기·충청·경상·강원도에 시행한 4도의 진휼에 관한 기사였다(『정조실록』 2년 5월 5일). 이를 통해 볼 때, 공진읍과 사진읍을 선정하여 진휼하도록 한 조치는 정조가 즉위한 이후 시행된 것이었다.

내용

조선에서는 일찍부터 민간 사진을 장려해 왔다. 흉년이 들었을 때 승려에게 기민을 구제하도록 하였고, 부유한 백성이 관에 진휼곡을 납부하거나 민간 차원에서 진휼사업을 할 경우 그에 대한 포상을 규정하기도 하였다. 영조대 편찬된 『속대전』에서는 기민에 대해 사진을 시행한 자에게는 상(賞)을 주도록 규정하기도 하였다.

한편 지방 수령에게는 해당 지역의 부세 운영 과정에서 얼마간의 비축곡을 마련토록 하였는데, 이것이 자비곡이었다. 자비곡은 지방관아를 유지하는 각종 비용을 충당하는 데 사용되었고, 기근 시에는 진휼곡으로 활용되었다. 비록 수령 개인 재산은 아니었으나, 조선시대에는 중앙에 대비한 지방의 재정을 ‘사(私)’의 영역으로 분류하고 있었으므로 자비곡을 통한 진휼 역시 사진의 한 유형으로 인식하였다.

사진이 시행될 경우, 진휼곡을 분급하는 방식 등은 중앙에서 시행하는 공진(公賑)에 의거하여 시행하도록 하였다. 『만기요람』에는 진휼을 시행하는 진식(賑式)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진휼곡의 분급은 10일 간격으로 월 3회 시행하였고 장년 남성에게는 쌀 5되, 장년과 노년 여성에게는 4되, 기타의 경우에는 3되씩을 지급하였다. 곡물 외에도 죽이나 소금·장·미역 등을 분급하였는데 이런 물품들은 정해진 방식을 두지 않았다.

변천

정조대 정비된 진휼정책은 이후 조선의 공식적인 진휼대책으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19세기 들어 환곡 운영을 통한 이익이 점차 국가 재정을 보충하는 데 사용되었고, 운영상에서도 갖은 폐단이 노출되었다. 이에 따라 환곡을 활용하는 국가의 진휼정책 역시 원활히 운영되기 어려워졌다. 이러한 추세에서 지방 재정과 개인 소유의 곡식을 활용하는 사진의 빈도가 증가한 것이었다.

참고문헌

  • 『일성록(日省錄)』
  • 『속대전(續大典)』
  • 『만기요람(萬機要覽)』
  • 문용식, 『조선 후기 진정과 환곡 운영』, 경인문화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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