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판(桃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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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액을 막고 축귀를 위해 복숭아나무판에 글씨를 필사하거나 그림을 그려 만든 부적.

개설

정월 초하루나 입춘에 문에 붙이는 부적이다. 복숭아나무판에 액을 막아 주고 귀신을 쫒아 주는 신의 이름을 필사하거나 그림을 그려 넣었다. 대개 그 신은 신도(神茶)·울루(鬱壘)로 이들은 문신(門神)으로 신앙된다. 도봉(桃棒)·도경(桃梗)·도지(桃枝)·도검(桃劍) 등과 유사한 기능을 지닌다. 조선시대에 나례의식과 신년에 진상되는 물품 중 하나였다. 도판은 악령의 침입을 막기 위해 나례의식에 사용하거나 새해 첫날에 대문 밖에 걸어 두기도 하였다.

연원 및 변천

도판의 기원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의하면 중국의 전설 속에 등장하는 황제(黃帝) 때부터 시작되었으며, 그 역사는 대략 기원전 2700년경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중국의 『유서(類書)』에 의하면, 황제 시절에 신도와 울루라는 형제가 귀신을 죽이는 것으로 유명하였다. 후세 사람이 바다 가운데의 도삭산(度朔山) 방면에 이르러 보니, 큰 복숭아나무가 있는데, 3,000리에 걸쳐 있었다. 그 아래 신도와 울루, 이 두 신(神)이 있었는데 나란히 풀로 엮은 새끼를 쥐고서 상서롭지 못한 것들을 잡아 묶고 있었다. 이러한 까닭으로 섣달 그믐날 도부(桃符)를 만들어 문에 붙이고, 아울러 문에 신상을 그려 넣고 이를 문신(門神)으로 여긴다고 하였다. 이는 새해에 문에 붙여 잡귀를 막는 구실을 하는 그림인 문배(門排) 혹은 입춘 날 문이나 기둥 따위에 써 붙이는 주련인 춘련(春聯)의 기능을 한다.

『동국세시기』에는 복숭아나무를 이용해 부적을 만들어 악귀를 쫓아냈다고 했고, 『계곡집(谿谷集)』에는 신도·울루, 이 두신의 그림을 도판에 그린 것을 세워 귀신을 막았다고 하였다. 또한 복숭아나무로 만든 몽둥이인 도봉은 악령의 침입을 막기 위한 나례 등에 사용하였다가, 이를 버리지 않고 문 앞에 세워 두고 악령 침입을 방지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역질(疫疾)을 예방하고 귀신을 쫓기 위해 도판을 사용하였는데, 1506년(연산군 12)에 계춘(季春)과 중추(仲秋)에 전염병을 옮기는 역질 귀신을 쫓을 때에 도검과 도판을 쓰게 하였다고 전해진다(『연산군일기』 12년 1월 25일). 당시에 복숭아나무로 만든 상징물은 악귀와 역질을 쫓는 데 효과적이라고 여겨진 듯하다. 도판은 조선후기에 들어 비용 절감을 위해 의물(儀物)의 물품 목록에서 제외되었다. 1669년(현종 10) 송엽(松葉)·도지(桃枝)·춘번(春幡)·인승(人勝)·세화(歲畵)와 함께 물품 진상을 폐지시켰다(『현종실록』 10년 2월 13일).

형태

도판은 복숭아나무판에 신도울루의 네 글자를 필사하거나 그림을 그린 형태로 만들었다. 신도와 울루의 그림은 불교의 사대천왕과 유사한 형태로 악귀가 범접할 수 없게끔 위화감을 주는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신도와 울루의 글귀와 그림을 문에 장식할 때, 신도는 좌측에 울루는 우측에 배치한다.

생활·민속 관련 사항

복숭아나무는 꽃이 잎보다 먼저 피어 양기의 촉으로 음기를 쫓는 힘이 있어, 특유의 약미(藥味)가 흉사의 기를 쫓는다는 등 예로부터 여러 속신이 있다. 또한 복숭아나무 가지를 금줄에 달아 문에 걸면 귀신을 막는다고도 믿었다. 복숭아나무는 그 가지 그대로 사용하거나 혹은 도장이나 무구 등을 만들어 귀신을 쫓는 데 사용해 왔다. 일부 지역에서는 내림굿을 할 때 동쪽으로 난 복숭아나무 가지를 꺾어 쇠와 함께 실로 묶어 귀신을 병에 가둘 때 쓴다.

참고문헌

  • 『경도잡지(京都雜誌)』
  • 『도은집(陶隱集)』
  •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 『무명자집(無名子集)』
  • 『송자대전(宋子大全)』
  •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
  • 『자저(自著)』
  • 『퇴계집(退溪集)』
  • 국립민속박물관, 『한국 세시풍속 자료집성: 삼국·고려시대편』, 2003.
  • 국립민속박물관, 『한국 세시풍속 자료집성: 신문·잡지편(1876~1945)』, 2003.
  • 국립민속박물관, 『한국 세시풍속 자료집성: 조선전기 문집편』, 2004.
  • 국립민속박물관, 『한국 세시풍속 자료집성: 조선후기 문집편』, 2005.
  • 국립민속박물관, 『한국 세시풍속 자료집성: 현대신문편(1946~1970)』, 2006.
  • 이능화 지음·서영대 역주, 『조선 무속고-역사로 본 한국 무속-』, 창비, 2008.
  • 임동권, 『한국 세시풍속 연구』, 집문당, 1984.
  • 김명자, 「한국 세시풍속 연구」, 경희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89.
  • 이능화, 「조선 무속고」, 『계명』, 1927.
  • 中村喬, 「春聯と門神」, 『中國歲時史の硏究』, 朋友書店符,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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