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거주(起居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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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의 측근에서 언행을 기록했던 관원 또는 관직.

개설

중국에는 선진(先秦)시대에 이미 사관(史官)이 있었으며, 한나라 때 이래로 궁궐에 기거주(起居注)를 두었다. 『후한서(後漢書)』「황후기(皇后紀)」에는 평망후(平望侯)유의(劉毅)의 말을 인용한 기사에, “고대의 사관에는 기사(記事)를 담당한 좌사와 기언(記言)을 담당한 우사가 있었으며, 한나라 때의 옛 기록을 보면 대대로 주기(注記)가 있었다.”라는 대목이 있다. 또 “태후가 덕정(德政)이 많아 속히 주기를 기록하도록 하려 하였다.” 등과 같은 기록도 있다. 이로 보아 왕망(王莽) 때까지는 주기가 있었고, 사료를 수집하고 편집·정리하는 제도가 전한(前漢) 때 이미 확립되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의 ‘주기’는 사초(史草)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 때 이후 사가(史家)의 찬술은 모두 주기를 저본으로 정사를 서술하였다. 반고(班固) 이래 사관은 전례대로 본기를 먼저 편찬하였는데, 반드시 주기의 자료에 근거했다.”라는 기록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기록들을 살펴볼 때, 기거주의 활동은 실록청에서 활동한 기주관의 임무와 동일하다고 볼 수 있으며, 승정원 소속의 주서(注書) 역시 기거주의 범주에 포함된다.

담당 직무

오늘날의 주서는 옛날의 기거주라는 기사를 볼 때(『현종개수실록』 4년 11월 16일), 기거주는 주서와 같이 군주의 좌우에서 언행을 기록하는 임무를 담당했다. 이들에 의한 기록은 『승정원일기』로 정리되었다. 그리고 실록청에서 『조선왕조실록』을 편찬할 때, 본문 내용 가운데 별도의 보충을 필요로 하는 부분의 보완, 즉 ‘세주(細註)’의 작성을 담당하였으며, 기타 각종 역사서를 편찬할 때도 본문 내용을 보완하는 업무를 맡아보았다.

따라서 기주관은 도청(都廳)과 각 방(房)에 속한 낭청으로서, 기사와 사론 작성을 담당한 편수관 및 기사관과 더불어 『조선왕조실록』 편찬의 실무를 담당하면서, 『조선왕조실록』의 본문 중 보충을 필요로 하는 사실의 세주를 작성하는 임무를 맡아본 것으로 보인다.

변천

『조선왕조실록』 편찬을 전담한 실록청은 단종 때 처음 설치되었는데, 이때 편찬관의 직제도 갖추어졌다. 실록청의 조직은 최고 책임자인 총재관을 필두로, 도청과 방으로 구성되었다. 도청은 『조선왕조실록』 편찬의 중추적인 기능을 담당하였으며, 지춘추관사와 수찬관 등의 당상관과, 편수관과 기사관 등의 낭청이 여기에 속하였다. 방에도 여러 명의 당상관과 낭청이 편성되었는데, 왕의 재위 기간에 따라 방의 수는 조정되었다.

『경국대전(經國大典)』에는 “춘추관은 영관사·감관사·지관사·동지관사·수찬관·편수관·기주관·기사관으로 구성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런데 실록청의 설치에 대한 규정이나 각 직임 및 편성 인원에 대해서는 별도의 관련 기사가 없다. 실록청은 상설 기구가 아닌 임시 기구였으며, 실록청의 관원은 모두가 겸관으로 운영되었기 때문이다. 기주관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선시대 실록청에 편제된 각 직임 중 기주관에 대해 『조선왕조실록』에는, “견문을 밝게 하고, 기주를 상세히 하고자 하였다.”거나(『태종실록』 4년 9월 16일), “문사 8명을 선발하여 사관이라 하여 실록을 담당하게 하고, 또 대언(代言)·시신(侍臣)으로 하여금 사직(史職)을 겸하게 하여 날마다 좌우에 모시게 하였으니, 시사(時事)를 기주하는 직임이 넓다 할 만한 소이이다.”라는 등의 기사가 있다(『태종실록』 13년 1월 16일). 여기서 ‘기주’란 ‘상세하게 기록한다.’ 혹은 ‘철저하게 기록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참고문헌

  • 『경국대전(經國大典)』
  • 김경수, 『조선시대의 사관연구』, 국학자료원, 1998.
  • 오항녕, 『한국 사관제도 성립사연구』, 한국연구원, 2003.
  • 劉節 저, 신태갑 역, 『중국사학사강의』, 신서원, 2000.
  • 정구복, 『한국중세사학사』(2), 경인문화사, 2002.
  • 김경수, 「조선전기 겸임사관의 운영과 그 성격」, 『조선시대사학보』 5, 1998.
  • 김경수, 「조선전기 실록편찬에 대한 사학사적 고찰」, 『한국사학사학보』 20, 2002.
  • 차장섭, 「조선전기의 사관 - 직제 및 정치적 역할」, 『경북사학』 6, 1983.
  • 한우근, 「조선전기 史官과 실록편찬에 관한 연구」, 『진단학보』 66,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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