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척보(工尺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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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한국의 고대 음악 악보.

개설

공척보(工尺譜)는 10개의 문자를 사용한다 하여 십자보(十字譜)라고도 한다. 공척보라는 이름은 율려명 가운데 이칙(夷則)과 남려(南呂)를 표시하는 문자 공(工)과 임종(林鍾)을 표시하는 문자 척(尺)에서 따온 것이다. 공척보는 12율(律), 4청성(淸聲), 즉 16음을 하나 혹은 둘·셋씩 한데 묶어 10개의 문자로 대용한 것인데, 음의 고저와 길이가 분명하지 못하다. 12율려 4청성에 사용된 문자들을 보면 황종(黃鍾)은 합(合)으로, 대려(大呂)·태주(太簇)는 사(四)로, 협종(夾鍾)·고선(姑洗)은 일(一)로, 중려(仲呂)는 상(上)으로, 유빈(蕤賓)은 구(勾)로, 임종은 척으로, 이칙·남려는 공으로, 무역(無射)·응종(應鍾)은 범(凡)으로, 청황종(淸黃鍾)은 육(六)으로, 청대려(淸大呂)·청태주(淸太簇)·청협종(淸夾鍾)은 오(五)로 각각 기보하였다.

내용 및 특징

공척보는 12율 4청성을 10개의 문자로 줄여 사용하는데, 12율려를 한자 원음으로 표기하는 율자보(律字譜)보다는 더 간략하게 되어 있고, 공척보를 더 약자로 표기한 것을 약자보(略字譜)라 한다. 이 악보는 조선 세종 때 당악을 기보하기 위하여 사용되었으나 불편하여 오래 쓰이지 못하였다.

변천

공척보는 고려시대인 1114년(고려 예종 9)에 중국 송에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공척보는 중국에서 쓰던 기보법이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전기에 주로 당악 악보에 사용한 흔적이 있으나, 한 글자에 여러 음을 한꺼번에 기보하기 때문에 음정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어 별로 쓰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척보가 사용된 악보로는 『세종실록』 악보 중 임우(林宇)의 『대성악보』와 『세조실록』악보 중 『신제아악보』가 있다.

의의

나열식 문자 악보의 일종인 공척보는 율자보와 달리 음악의 음고 관계를 표시하는 12율려명이 아니라 그에 대응하는 한자 부호로 선율을 표기하는 악보이다. 그러므로 12율려명의 첫 글자를 율려명으로 쓰는 율자보보다 번거롭지 않다. 어려운 한자 표기는 물론 율려의 한자 음훈(音訓)이 상용한자 음훈이 아닌 악률명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그 뜻을 쉽게 알 수 없는 점을 간단히 표기하기 위하여 고안된 기보법이란 점에서 공척보는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참고문헌

  • 『대성악보(大成樂譜)』
  • 국사편찬위원회편, 『기록과 유물로 본 우리음악의 역사』, 두산동아,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