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애(兼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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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을 구별하지 않고 아울러 사랑함을 뜻하는 묵자의 중심 학설.

개설

중국 전국시대 여러 학파 중 하나인 묵자(墨子)가 주장한 학설이다. 묵자는 공자와 같이 인(仁)이나 의(義)를 말하지만 특히 겸애(兼愛) 사상을 주장하여, 양주(楊朱)의 위아설(爲我說)과 대립하며 활약하였다.

내용 및 특징

묵자는 유가 계통이 차별적 사랑인 별애(別愛) 사상을 전개한다고 비판하며 겸애(兼愛) 사상을 주장하였다. 그의 겸애사상은 점점 권위주의와 공리주의의 이론으로 전개된다.

겸애는 보편적으로 서로 사랑하는 것을 말하나, 이는 국가의 치란(治亂) 문제에서 착안한 것이지 개인의 도덕 차원에서 펼친 이론이 아니다. 묵자는 "성인은 천하를 다스리는 것을 일로 삼는 사람이다. 반드시 혼란이 일어나는 유래를 알아야 곧 그것을 다스릴 수 있다. 혼란이 일어나는 유래를 알지 못하면 천하를 다스릴 수 없다."고 하였다. 천하 사람들이 남을 자기처럼 사랑하면 안정될 것인데, 이는 유가 계통에서 주장하는 차별적 사랑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그 저변에 깔려 있다.

묵자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벗을 사랑하고, 자기 어버이를 사랑하는 만큼 친구의 어버이를 사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을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를 사랑하는 일이 되어 종국에 이익을 주는 것이다. 즉, 이익은 남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데서 생겨난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유가 계통의 차별적 사랑은 천하를 이롭게 하지 못하고 천하를 혼란스럽게 한다고 하였다. 천하의 모든 이익은 바로 남을 자기의 몸처럼 사랑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묵자는 강조하였다. 이는 마치 공리주의를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공리를 위한 겸애사상에 의해서만 이상 세계가 실현된다고 보았다.

묵자의 겸애사상은 큰 진보를 이루지 못하였다. 전국시대 맹자가 양주(楊朱)·묵적(墨翟)을 이단으로 여겨 철저하게 비판하면서 유가의 인 사상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변천

조선시대 학자나 문신들은 양주의 위아설과 묵적의 겸애설을 거론하였다. 특히 "맹자(孟子)가 이 두 학설을 변명하여 배척하지 아니하였다면 천하의 풍속이 금수(禽獸)가 되었을 것이다."라고 하면서 불교의 퇴폐를 논하였다(『태종실록』 5년 11월 21일).

불교의 폐단이나 불당 설치의 불가함을 상소할 적에도 거론하자, 성종은 정자(程子)의 말을 들어 "불씨(佛氏)의 해로움은 양주·묵적보다 심하니 마땅히 음탕한 소리와 아름다운 여색처럼 멀리하라."고 하였다(『성종실록』 20년 2월 5일).

유가적인 시각에서 풀이하면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은 인(仁)인데, 겸애하는 것은 친하고 소원함을 따지지 않는 것이 되어 종국에 부모도 없는 것으로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중종 때 전주부윤이언적(李彦迪)은 "말세에 이르자 양주와 묵적의 위아설과 겸애설이 어지럽혔다. 그래서 인심이 비로소 그 바름을 잃어 공리(功利)를 숭상하고 인의(仁義)를 버리게 되었으므로 드디어 천하가 크게 어지러워졌다."(『중종실록』 34년 10월 20일)고 하여, 묵자의 겸애설을 인간 사회의 해악으로 여겼다. 그 폐해는 홍수와 맹수의 피해보다 심할 것으로 보았다(『숙종실록』 43년 12월 10일).

영조대에 오면 편벽된 당론을 경계할 때 양주와 묵적을 지적하며 천리(天理)와 물칙(物則)의 지정(至精)으로서의 중(中)을 지향하도록 하기도 하였다(『영조실록』 13년 9월 17일). 이는 당론에서 주장하는 잘못된 언설을 파기시켜 세도를 안정시키려는 측면이 있다.

현종대에 유학자들은 이양선(異樣船)이 출몰하자, 유학을 위협했던 양주와 묵적에 빗대며 단호히 대처할 것을 종용하였다(『현종실록』 13년 8월 9일). 이후 유학자들은 양주와 묵적을 물리치는 자를 성인의 무리로 여겨 위정척사의 논리로 발전시켜 나갔다.

묵자의 겸애설은 현실적으로 구현되기가 어려운 측면이 많았다. 특히 조선에서는 맹자가 묵자를 사설(邪說)로 여긴 것에 의거하여 불교의 폐단, 이기적 당론, 음사(陰邪)한 서구의 출몰 등을 비판하는 근거로 이용되었다.

참고문헌

  • 『묵자(墨子)』
  • 노사광 저, 정인재 역, 『중국철학사』, 탐구당, 1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