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시(乾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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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을 벗기고 꼬챙이에 꿰어서 햇볕에 말린 감.

개설

건시(乾柿)는 감을 말려서 만든 곶감으로 조선시대에 왕실은 물론 민간에서 식용이나 선물용으로 널리 이용하였다. 건시는 건과 그 자체로 제례 때 제수나 잔칫상의 고임음식으로 올리기도 했지만, 단자나 떡, 약밥, 수정과, 화채, 정과 등을 만드는 재료로도 썼다.

원산지 및 유통

감의 원산지는 한국, 중국, 일본으로 내한성이 약하여 중부 이남에서 자랐다. 따라서 건시도 『세종실록』「지리지」를 보면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의 공물이었다. 『승정원일기』에 의하면 1648년(인조 26)에는 경상도에서 봉진한 건시가 빛깔이 좋지 않았다거나, 1726년(영조 2)에 경상도와 전라도에서 기한 내에 건시를 봉진하지 못하여 문제가 되었던 일도 있었다. 허균(許筠)이 지은 『도문대작(屠門大嚼)』에는 곶감을 만들기에 알맞은 감으로 지리산에서 나는 오시(烏柿)를 들었다.

연원 및 용도

왕실과 민간의 각종 제사에서 감은 중요한 제수이다. 홍시를 올릴 수 있는 시기에는 홍시를 쓰지만, 대체로 건시를 제수로 이용하였다. 인경왕후(仁敬王后)의 『빈전혼전도감의궤(殯殿魂殿都監儀軌)』를 살펴보면, 왕후의 국장(國葬) 중에 대제(大祭)와 조석전(朝夕奠)을 지낼 때 각각 건시 1그릇을 진설하였다. 건시마저 상하여 제수로 쓸 수 없는 때도 있었다. 『승정원일기』에서 1875년(고종 12) 5월 2일의 기록을 보면, 건시 대신 개암[榛子]을 봉진하기도 했다. 민간에서도 각종 『제수단자(祭需單子)』에 건시는 빠지지 않는 제수였다. 건시는 『종묘의궤(宗廟儀軌)』의 월별 천신(薦新)을 보면, 10월에 올리는 품목이다.

홍시를 건시로 대용한 일은 물선의 진상 때에도 있었다. 『전향사일기(典享司日記)』에 따르면, 1820년(순조 20)에 육조(六曹)에서 물선을 진상하면서 원래는 홍시자를 올려야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자 1월 초하루, 5월 초8일, 5월 15일, 12월 13일에는 홍시자 대신 건시자를 진상했다고 한다.

건시는 외국에 보내는 선물로도 쓰였다. 세종대에 대마도(對馬島)의 종정성(宗貞盛)에게 보내는 하사품에 건시가 포함되어 있었고(『세종실록』 20년 4월 11일)(『세종실록』 25년 12월 14일)(『세종실록』 29년 3월 16일), 태종대에 대마도 수호관(守護官) 종정무(宗貞茂)에게 편지와 함께 보낸 물품 중에도 건시가 포함되어 있었다(『태종실록』 4년 1월 9일)(『태종실록』 7년 10월 19일). 또한 인조대에 조선에서 금나라에 세폐(歲幣)를 보낼 때도 건시가 들어 있었다(『인조실록』 14년 2월 4일).

민간에서 건시는 선물로 흔히 주고받았으며, 특히 혼례나 상례 때 부조로 많이 이용되었다. 『황일한상사조객기(黃一漢喪事弔客記)』를 포함해 현재 전해지는 각종 부조기를 보면, 민간에서는 상례 시 조문객이 부조로 곶감을 전하는 일을 흔히 볼 수 있다.

식품으로서의 건시는 그대로 상에 올려 사용했다. 각종 궁중연회에 오르는 육색실과(六色實果)에 건시가 포함되었다. 『헌종효정후가례도감의궤(憲宗孝定后嘉禮都監儀軌)』를 살펴보면, 동뢰연(同牢宴)에 차린 육색실과는 잣·호두·밤·대추·황률·건시가 각각 1기(器)로 구성되었다. 고조리서(古調理書)에는 건시가 재료로 쓰이는 음식이 다수 등장한다. 건시가 주재료인 음식으로 수정과와 건시단자 등이 있다. 수정과는 『박해통고(博海通攷)』·『시의전서(是議全書』, 건시단자는 『규합총서(閨閤叢書)』·『시의전서』·『윤씨음식법(尹氏飮食法)』·『술진은법』 등에서 자세히 설명하였다.

생활민속 관련사항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12월의 세시풍속으로 각 관서의 아전들은 친한 집에 살아 있는 꿩[生雉]이나 건시를 선물하며 문안하였다고 한다.

참고문헌

  •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 『규합총서(閨閤叢書)』
  • 『도문대작(屠門大嚼)』
  •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 『박해통고(博海通攷)』
  • 『시의전서(是議全書)』
  • 『전향사일기(典享司日記)』
  • 『종묘의궤(宗廟儀軌)』
  • 『헌종효정후가례도감의궤(憲宗孝定后嘉禮都監儀軌)』
  • 『황일한상사조객기(黃一漢喪事弔客記)』
  • 한복진, 「조상을 위한 천신음식」, 『조선왕실의 식탁』, 한식재단,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