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화법(炬火法)

조선시대 봉수제(烽燧制)에서, 적변(賊變)에 따라 봉수대에서 올리던 거화 수(數)의 차이와 신호 불통에 대비한 각종 신호 방법 등을 규정한 법식.

개설

봉수는 횃불을 뜻하는 ‘봉(烽)’과 연기를 뜻하는 ‘수(燧)’가 합쳐진 말이다. 봉은 횃불을 나타내는 ‘거(炬)’와, 수는 연기를 의미하는 ‘연(煙)’과 서로 통용되었다. 봉수는 국경과 해안을 방비하기 위해, 정해진 거수(炬數)에 따라 신호하여 차례로 중앙과 지방의 각 읍 및 중요 영(營)과 진(鎭)에 상황을 전하던 군사 통신 제도였다. 따라서 봉수의 신호 체계는 낮에는 연기를, 밤에는 횃불을 이용해 신호하는 주연야화(晝煙夜火)가 기본 방식이었다. 그러나 안개와 구름이 끼거나 비바람이 불 때는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할 것을 우려하여 나팔이나 천아성(天鵝聲), 화포(火砲) 등을 이용한 신포(信砲)로써 신호를 주고받기도 하였다. 이러한 봉수의 신호 체계를 거화법이라고 한다.

제정 경위 및 변천

조선시대의 봉수제는 처음에는 고려의 4거제를 계승하였으나, 이후 2거제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세종 초기에 오거화제(五擧火制)로 확립되었다. 1419년(세종 1)에 병조에서 봉화의 수(數)를 해상과 육지의 적변(賊變)에 따라 다섯 종류 곧 5거제로 구분하고, 낮에는 연기로 대신하도록 하는 봉수제를 확정하였다. 즉, 세종 대 이전까지 각 도의 봉화는 별다른 일이 없으면 1거(擧), 일이 생기면 재거(再擧)로 신호하였으나, 오거화제에 따라 왜적이 해중(海中)에 있으면 재거, 근경(近境)이면 3거, 병선으로 싸우면 4거, 육지에 내리면 5거로 상황을 전달하도록 하였다. 또 육지에서 적변이 발생했을 경우 경계 밖에 있으면 재거, 근경이면 3거, 경계를 침범하면 4거, 싸움이 일어나면 5거로 표시하게 하였다(『세종실록』 1년 5월 26일).

그 뒤 1423년(세종 5)에는 병조의 건의에 따라 남산에 5개의 봉화대를 설치하여 각지에서 오는 봉수 신호를 수신하도록 하였다(『세종실록』 5년 2월 26일). 1454년(단종 2)에는 1419년에 확정한 5거의 거화법을 변경하여 봉화를 적변에 따라 한꺼번에 들도록 하는 개선책을 마련하였다(『단종실록』 2년 11월 8일). 이때 거화법을 개선한 것은 봉졸들의 무지와 시간 차에 의한 착오를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경국대전(經國大典)』에서는 해상과 육지의 적변을 구분하지 않게 바뀌었고, 이는 1895년(고종 32)에 봉수제가 폐지될 때까지 유지되었다.

내용

거화법에 따른 신호의 전달은 『경국대전』의 규정에 의해 봉수의 횃불을 드는 방법이 가장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여러 자연현상에 의해 봉수의 신호전달이 용이하지 않을 때는 봉수군이 직접 달려가서 보고하는 치고(馳告)를 활용하였다. 그 밖에 화포나 나팔 등 청각 수단을 이용해 신호를 전달하는 신포(信砲), 깃발 등 시각에 의존한 수단인 현기(懸旗) 등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중국 당나라 때의 봉수제가 내침한 적의 수에 따라 거화의 수를 1거에서 4거까지 차등을 둔 데 비해, 조선시대의 봉수제는 평상시의 1거 외에 적침의 상황에 따라 거화의 수를 2거에서 5거까지 구분하여 사용하였다. 그러므로 봉수제가 비록 성립 초기에는 중국의 제도를 받아들여 사용되었다 하더라도, 조선시대에는 그 운영 방식이 중국과는 확연히 달랐다.

아울러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및 후기의 『동국여지지(東國輿地志)』·『속대전(續大典)』·『만기요람(萬機要覽)』·『대동지지(大東地志)』·『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 등 각종 문헌에는 5거의 거화 규정 및 목멱산봉수를 중심으로 하는 노선과 직봉·간봉의 수, 봉수군 인원, 근무 사항 등이 규정되었다. 이로써 봉수는 조선시대 전 시기에 국가의 중요한 군사·통신 시설로서 확립되어 운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1660년(현종 1)에는 『경국대전』의 규정에 따라 마련된 거화법이 있음에도 이를 어기고 거짓으로 보고한 남소(南所)의 부장(部將)을 의금부에 하옥하였다(『현종실록』 1년 7월 25일). 현종은 부장을 잡아들여 국문한 뒤 적당한 조처를 가하여 후일의 본보기로 삼으라고 명하였다. 그만큼 봉수는 국가의 기간 통신망으로써 그 중요성이 컸다.

참고문헌

• 『경국대전(經國大典)』
• 『속대전(續大典)』
•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 『동국여지지(東國輿地志)』
• 『만기요람(萬機要覽)』
• 『대동지지(大東地志)』
•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
• 김주홍, 『조선시대 봉수연구』, 서경문화사, 2011.
• 김주홍, 『朝鮮時代의 內地烽燧』, 충북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