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ft 동해와 일본해:두 이름을 가진 바다

Korea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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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동해’와 ‘일본해’는 병기되어야 한다.
집필자 이어라
교열자 유안리
인물/기관/단체 국제수로회의, 국제수로기구(IHO)
장소/공간 동해
사건 러일전쟁, 일본의 한국병합
기록물 삼국사기, 한국의 고지도, 일본의 고지도, 세계의 고지도
개념용어 동해, 조선해, 일본해, 한국해



1차 원고

여러 나라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바다의 이름을 어떻게 표기할 것인가는 국제적인 문제이다. 제국주의가 흥성하던 시절에 강대국 임의로 표기한 지리 명칭은 민족 국가가 들어서면서 국가 간 분쟁의 시발점이 되었다. 한국에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 명칭에 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이 있다. 바로 한반도와 일본, 러시아 연해주와 사할린 섬에 둘러싸여 있는 한반도 동쪽 바다인 ‘동해’이다. 한국은 동해가 역사적으로 '동양해(Oriental Sea)' 또는 '한국해(Sea of Korea)'로 불려 왔으므로 '동해(East Sea)'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일본은 '일본해(Sea of Japan)'라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외국 교과서와 지리부도 등의 대부분이 이 바다를 ‘일본해’라고 표기하고 있다. 그리고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세계 주요국에서는 동해를 일본해로 인식하고 표기하는 게 대세였다. 그렇게 된 것은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지로 점령하여 지명을 바꾸고, 이 지명이 일본이 한국을 점령하고 있을 때 국제협약(국제수로기구)에 의해 표준화되었기 때문이다.

1929년 일본의 강압적 식민통치가 맹위를 떨치던 시기, 국제수로기구에서 처음으로 세계 해양 명칭의 표준안을 결정하여 『해양과 바다의 경계(Limits of Oceans and Seas)』라는 해도집을 발간하였다. 이 때 ‘동해’는 일본의 주장에 따라 ‘일본해’로 표기되었다. 가장 최근에 나온 『해양과 바다의 경계』는 1953년 발간된 제3판이며, 여기에도 ‘일본해’로 단독 표기되어 있다. 한국은 1957년 국제수로기구에 가입하였고, 1992년부터 ‘일본해’ 명칭에 이의를 제기하였으나 일본은 ‘일본해’ 단독 표기 주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일본이 ‘일본해’ 단독 표기를 주장하는 이유는 마테오 리치가 1602년 만든 최초의 세계지도인 <곤여만국전도>에 ‘동해’ 해역을 ‘일본해’라 표기를 하여 그 이름이 역사적으로 오래되었고, ‘일본해’ 명칭이 국제수로기구의 승인을 통해 한국과 북한을 제외한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서 ‘일본해’로 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역사적으로 외국에서 발간된 고지도들을 살펴보면 이 해역이 단일 명칭이 아니고 Sea of Korea, East Sea, Oriental Sea 등의 다양한 명칭으로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말까지 사용되었다. 또 ‘동해’ 명칭은 한국의 기록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2,000년 이상된 고유한 명칭인데 반하여 ‘일본해’ 명칭은 일본에서 본래부터 사용된 이름이 아니었다.

16세기까지 일본에는 자기네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에 이름을 붙인 지도가 거의 없었다. 일본의 지도 제작은 거의 전적으로 자기 나라를 표현하는 데만 관심을 쏟았다. 반대로 조선은 ‘동해’라는 단어를 쓰는 지도를 수없이 많이 갖고 있었다.

19세기 말까지 대부분의 일본 지도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은 두 나라 사이의 큰 바다에 ‘조선해’라는 이름을 붙인 반면, 일본 해안의 동쪽 바다를 칭할 때에만 ‘일본해’라는 이름을 썼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제국주의가 정점을 찍던 19세기 말이 되자 일본의 모든 지도와 지구본은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에 ‘일본해’를 사용했다. 일본에서 ‘동해’나 ‘조선해’라는 단어를 마지막으로 사용한 지도는 1894년에 발간되었다. 1894년 청일 전쟁에서 일본이 승리를 거둔 직후 오직 ‘일본해’만이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를 의미하는 말이 되었다. 한국의 이름은 지워지고 ‘일본해’로 대체된 것이다. 1910년의 한일 병합은 이 새로운 이름을 확정했다.

1929년 국제수로기구에서 ‘일본해’ 명칭을 승인한 것은 한국이 일본의 강점기하에서 모든 고유 명칭을 일본식 이름으로 개명을 당하던 시기에 일본 만이 참석한 회의에서 결정된 특수한 상황이므로 ‘일본해’ 명칭이 국제적인 표준으로 합의되었다고 주장할 수 없다.

현재 한국인들은 ‘동해’ 지역의 명칭에 대해 한국과 일본 사이에 논쟁이 있는 것이 확실하므로, 지명 분쟁에 관한 국제 규범인 유엔지명표준화회의 및 국제 수로 기구의 결의에 의거하여, 한일 양국이 공통의 명칭에 합의하기 전까지는 ‘동해’와 ‘일본해’ 두 명칭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은 일본의 적극적인 방해에도 불구하고 세계 지식인들의 동의를 얻어 저명한 지도 제작 업체, 내셔날 지오그래픽, 월드 애틀러스, 론리 플래닛 등의 출판물, 교과서 및 언론 등에서 ‘일본해’ 단독 표기에서, 점차 ‘동해ㆍ일본해’ 병기로 확산되고 있다.

연구원 검토

검토의견
유투브에 게시된 ‘동해’ 동영상도 추가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mF2o3NEUd4)
“조선은 ’동해‘라는 단어를 쓰는 지도를 수없이 많이 갖고 있었다,”는 서술에서 주요지도의 구체적 이름을 예시해 주었으면 한다.


수정 원고

여러 나라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바다의 이름을 어떻게 표기할 것인가는 국제적인 문제이다. 제국주의가 흥성하던 시절에 강대국 임의로 표기한 지리 명칭은 민족 국가가 들어서면서 국가 간 분쟁의 시발점이 되었다. 한국에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 명칭에 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이 있다. 바로 한반도와 일본, 러시아 연해주와 사할린 섬에 둘러싸여 있는 한반도 동쪽 바다인 ‘동해’이다. 한국은 동해가 역사적으로 '동양해(Oriental Sea)' 또는 '한국해(Sea of Korea)'로 불려 왔으므로 '동해(East Sea)'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일본은 '일본해(Sea of Japan)'라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외국 교과서와 지리부도 등의 대부분이 이 바다를 ‘일본해’라고 표기하고 있다. 그리고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세계 주요국에서는 동해를 일본해로 인식하고 표기하는 게 대세였다. 그렇게 된 것은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지로 점령하여 지명을 바꾸고, 이 지명이 일본이 한국을 점령하고 있을 때 국제협약(국제수로기구)에 의해 표준화되었기 때문이다.

1929년 일본의 강압적 식민통치가 맹위를 떨치던 시기, 국제수로기구에서 처음으로 세계 해양 명칭의 표준안을 결정하여 『해양과 바다의 경계(Limits of Oceans and Seas)』라는 해도집을 발간하였다. 이 때 ‘동해’는 일본의 주장에 따라 ‘일본해’로 표기되었다. 가장 최근에 나온 『해양과 바다의 경계』는 1953년 발간된 제3판이며, 여기에도 ‘일본해’로 단독 표기되어 있다. 한국은 1957년 국제수로기구에 가입하였고, 1992년부터 ‘일본해’ 명칭에 이의를 제기하였으나 일본은 ‘일본해’ 단독 표기 주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일본이 ‘일본해’ 단독 표기를 주장하는 이유는 마테오 리치가 1602년 만든 최초의 세계지도인 <곤여만국전도>에 ‘동해’ 해역을 ‘일본해’라 표기를 하여 그 이름이 역사적으로 오래되었고, ‘일본해’ 명칭이 국제수로기구의 승인을 통해 한국과 북한을 제외한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서 ‘일본해’로 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역사적으로 외국에서 발간된 고지도들을 살펴보면 이 해역이 단일 명칭이 아니고 Sea of Korea, East Sea, Oriental Sea 등의 다양한 명칭으로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말까지 사용되었다. 또 ‘동해’ 명칭은 기원전 37년에 해당하는 <삼국사기> 고구려 동명왕에 대한 기술, <광개토대왕릉비(414년)>에 등장할 정도로 2,000년 이상 된 고유한 명칭인데 반하여, 일본에서 ‘일본’이라는 국호가 사용된 것도 8세기이니 ‘일본해’ 명칭은 일본에서 본래부터 사용된 이름이 아니었다.

16세기까지 일본에는 자기네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에 이름을 붙인 지도가 거의 없었다. 일본의 지도 제작은 거의 전적으로 자기 나라를 표현하는 데만 관심을 쏟았다. 반대로 조선은 16세기부터 ‘팔도총도’, ‘아국총도’, ‘동람도’ 등 ‘동해’라는 단어를 쓰는 지도를 수없이 많이 갖고 있었다.

19세기 말까지 대부분의 일본 지도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은 두 나라 사이의 큰 바다에 ‘조선해’라는 이름을 붙인 반면, 일본 해안의 동쪽 바다를 칭할 때에만 ‘일본해’라는 이름을 썼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제국주의가 정점을 찍던 19세기 말이 되자 일본의 모든 지도와 지구본은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에 ‘일본해’를 사용했다. 일본에서 ‘동해’나 ‘조선해’라는 단어를 마지막으로 사용한 지도는 1894년에 발간되었다. 1894년 청일 전쟁에서 일본이 승리를 거둔 직후 오직 ‘일본해’만이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를 의미하는 말이 되었다. 한국의 이름은 지워지고 ‘일본해’로 대체된 것이다. 1910년의 한일 병합은 이 새로운 이름을 확정했다.

1929년 국제수로기구에서 ‘일본해’ 명칭을 승인한 것은 한국이 일본의 강점기하에서 모든 고유 명칭을 일본식 이름으로 개명을 당하던 시기에 일본 만이 참석한 회의에서 결정된 특수한 상황이므로 ‘일본해’ 명칭이 국제적인 표준으로 합의되었다고 주장할 수 없다.

현재 한국인들은 ‘동해’ 지역의 명칭에 대해 한국과 일본 사이에 논쟁이 있는 것이 확실하므로, 지명 분쟁에 관한 국제 규범인 유엔지명표준화회의 및 국제 수로 기구의 결의에 의거하여, 한일 양국이 공통의 명칭에 합의하기 전까지는 ‘동해’와 ‘일본해’ 두 명칭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은 일본의 적극적인 방해에도 불구하고 세계 지식인들의 동의를 얻어 저명한 지도 제작 업체, 내셔날 지오그래픽, 월드 애틀러스, 론리 플래닛 등의 출판물, 교과서 및 언론 등에서 ‘일본해’ 단독 표기에서, 점차 ‘동해ㆍ일본해’ 병기로 확산되고 있다.

교열본

식민통치의 잔재, ‘일본해’

여러 나라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바다를 어떤 이름으로 표기할 것인가는 국제적인 문제이다. 제국주의가 흥성하던 시절에 강대국 임의로 표기한 지리 명칭은 민족 국가가 들어서면서 국가 간 분쟁의 시발점이 되었다. 한국에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 명칭에 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이 있다. 바로 한반도와 일본, 러시아 연해주와 사할린 섬에 둘러싸여 있는 한반도 동쪽 바다인 ‘동해’이다. 한국은 동해가 역사적으로 '동양해(Oriental Sea)' 또는 '한국해(Sea of Korea)'로 불려 왔으므로 '동해(East Sea)'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일본은 '일본해(Sea of Japan)'라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외국 교과서와 지리부도 등 대부분은 이 바다를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다. 그리고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세계 주요국에서는 동해를 일본해로 인식하고 표기하는 게 대세였다. 그렇게 된 것은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지로 점령하여 지명을 바꾸고, 이 지명이 일본이 한국을 점령하고 있을 때 국제협약(국제수로기구)에 의해 표준화되었기 때문이다.

1929년 일본의 강압적 식민통치가 맹위를 떨치던 시기, 국제수로기구에서 처음으로 세계 해양 명칭의 표준안을 결정하여 『해양과 바다의 경계(Limits of Oceans and Seas)』라는 해도집을 발간하였다. 이 때 ‘동해’는 일본의 주장에 따라 ‘일본해’로 표기되었다. 가장 최근에 나온 『해양과 바다의 경계』는 1953년 발간된 제3판이며, 여기에도 ‘일본해’로 단독 표기되어 있다. 한국은 1957년 국제수로기구에 가입하였고, 1992년부터 ‘일본해’ 명칭에 이의를 제기하였으나 일본은 ‘일본해’ 단독 표기 주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일본이 ‘일본해’ 단독 표기를 주장하는 이유는 마테오 리치가 1602년 만든 최초의 세계지도인 <곤여만국전도>에 ‘동해’ 해역을 ‘일본해’라 표기를 하여 그 이름이 역사적으로 오래되었고, ‘일본해’ 명칭이 국제수로기구의 승인을 통해 한국과 북한을 제외한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서 ‘일본해’로 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랜 역사적 기록, ‘동해’

이러한 일본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역사적으로 외국에서 발간된 고지도들을 살펴보면 이 해역이 단일 명칭이 아니고 Sea of Korea, East Sea, Oriental Sea 등의 다양한 명칭으로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말까지 사용되었다. 또 ‘동해’ 명칭은 기원전 37년에 해당하는 <삼국사기> 고구려 동명왕에 대한 기술, <광개토대왕릉비(414년)>에 등장할 정도로 2,000년 이상 된 고유한 명칭이었다. 반면에 일본에서 ‘일본’이라는 국호가 사용된 것도 8세기 즈음이었으므로 ‘일본해’ 명칭 또한 일본에서 본래부터 사용된 이름이 아니었다.

16세기까지 일본에는 자기네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에 이름을 붙인 지도가 거의 없었다. 일본의 지도 제작은 거의 전적으로 자기 나라를 표현하는 데만 관심을 쏟았다. 반대로 조선은 16세기부터 ‘팔도총도’, ‘아국총도’, ‘동람도’ 등 ‘동해’라는 단어를 쓰는 지도를 수없이 많이 갖고 있었다.

19세기 말까지 대부분의 일본 지도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은 두 나라 사이의 큰 바다에 ‘조선해’라는 이름을 붙인 반면, 일본 해안의 동쪽 바다를 칭할 때에만 ‘일본해’라는 이름을 썼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제국주의가 정점을 찍던 19세기 말이 되자 일본의 모든 지도와 지구본은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에 ‘일본해’를 사용했다. 일본에서 ‘동해’나 ‘조선해’라는 단어를 마지막으로 사용한 지도는 1894년에 발간되었다. 1894년 청일 전쟁에서 일본이 승리를 거둔 직후 오직 ‘일본해’만이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를 의미하는 말이 되었다. 한국이 유사 이래 써오던 이름은 모두 지워지고 ‘일본해’로 대체된 것이다. 이 새로운 이름은 1910년의 한일 병합으로 확정되었다.

1929년 국제수로기구에서 ‘일본해’ 명칭을 승인한 것은 한국이 일본의 강점기하에서 모든 고유 명칭을 일본식 이름으로 개명을 당하던 시기에 일본 만이 참석한 회의에서 결정된 특수한 상황이므로 ‘일본해’ 명칭이 국제적인 표준으로 합의되었다고 주장할 수 없다.

나란히 쓰이는 동해와 일본해

현재 한국인들은 ‘동해’ 지역의 명칭에 대해 한국과 일본 사이에 논쟁이 있는 것이 확실하므로, 지명 분쟁에 관한 국제 규범인 유엔지명표준화회의 및 국제 수로 기구의 결의에 의거하여, 한일 양국이 공통의 명칭에 합의하기 전까지는 ‘동해’와 ‘일본해’ 두 명칭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은 일본의 적극적인 방해에도 불구하고 세계 지식인들의 동의를 얻어 저명한 지도 제작 업체, 내셔날 지오그래픽, 월드 애틀러스, 론리 플래닛 등의 출판물, 교과서 및 언론 등에서 ‘일본해’ 단독 표기에서, 점차 ‘동해ㆍ일본해’ 병기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특히 주요 세계지도 대부분을 제작하는 G7 국가들 가운데 일본을 제외한 조사에서도 동해·일본해 병기 비율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신승혜, 동해 표기 문제의 결과와 ‘동해’ 표기의 정당성, 《동북아역사재단》)

2차 교열본

  • 타이틀
    • 동해와 일본해: 두 이름을 가진 바다

식민통치의 잔재, ‘일본해’

여러 나라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바다를 어떤 이름으로 표기할 것인가는 국제적인 문제이다. 제국주의가 흥성하던 시절에 강대국 임의로 표기한 지리 명칭은 민족 국가가 들어서면서 국가 간 분쟁의 시발점이 되었다. 한국에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 명칭에 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이 있다. 바로 한반도와 일본, 러시아 연해주와 사할린 섬에 둘러싸여 있는 한반도 동쪽 바다인 ‘동해’이다. 한국은 동해가 역사적으로 '동양해(Oriental Sea)' 또는 '한국해(Sea of Korea)'로 불려 왔으므로 '동해(East Sea)'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일본은 '일본해(Sea of Japan)'라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외국 교과서와 지리부도 등 대부분은 이 바다를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다. 그리고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세계 주요국에서는 동해를 일본해로 인식하고 표기하는 게 대세였다. 그렇게 된 것은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지로 점령하여 지명을 바꾸고, 이 지명이 일본이 한국을 점령하고 있을 때 국제협약(국제수로기구)에 의해 표준화되었기 때문이다.

1929년 일본의 강압적 식민통치가 맹위를 떨치던 시기, 국제수로기구에서 처음으로 세계 해양 명칭의 표준안을 결정하여 『해양과 바다의 경계(Limits of Oceans and Seas)』라는 해도집을 발간하였다. 이 때 ‘동해’는 일본의 주장에 따라 ‘일본해’로 표기되었다. 가장 최근에 나온 『해양과 바다의 경계』는 1953년 발간된 제3판이며, 여기에도 ‘일본해’로 단독 표기되어 있다. 한국은 1957년 국제수로기구에 가입하였고, 1992년부터 ‘일본해’ 명칭에 이의를 제기하였으나 일본은 ‘일본해’ 단독 표기 주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일본이 ‘일본해’ 단독 표기를 주장하는 이유는 마테오 리치가 1602년 만든 최초의 세계지도인 「곤여만국전도」에 ‘동해’ 해역을 ‘일본해’라 표기를 하여 그 이름이 역사적으로 오래되었고, ‘일본해’ 명칭이 국제수로기구의 승인을 통해 한국과 북한을 제외한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서 ‘일본해’로 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랜 역사적 기록, ‘동해’

이러한 일본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역사적으로 외국에서 발간된 고지도들을 살펴보면 이 해역이 단일 명칭이 아니고 'Sea of Korea', 'East Sea', 'Oriental Sea' 등의 다양한 명칭으로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말까지 사용되었다. 또 ‘동해’ 명칭은 기원전 37년에 해당하는 『삼국사기』 고구려 동명왕에 대한 기술, 광개토대왕릉비(414년)에 등장할 정도로 2,000년 이상 된 고유한 명칭이었다. 반면에 일본에서 ‘일본’이라는 국호가 사용된 것도 8세기 즈음이었으므로 ‘일본해’ 명칭 또한 일본에서 본래부터 사용된 이름이 아니었다.

16세기까지 일본에는 자기네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에 이름을 붙인 지도가 거의 없었다. 일본의 지도 제작은 거의 전적으로 자기 나라를 표현하는 데만 관심을 쏟았다. 반대로 조선은 16세기부터 「팔도총도」, 「아국총도」, 「동람도」 등 ‘동해’라는 단어를 쓰는 지도를 수없이 많이 갖고 있었다.

19세기 말까지 대부분의 일본 지도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은 두 나라 사이의 큰 바다에 ‘조선해’라는 이름을 붙인 반면, 일본 해안의 동쪽 바다를 칭할 때에만 ‘일본해’라는 이름을 썼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제국주의가 정점을 찍던 19세기 말이 되자 일본의 모든 지도와 지구본은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에 ‘일본해’를 사용했다. 일본에서 ‘동해’나 ‘조선해’라는 단어를 마지막으로 사용한 지도는 1894년에 발간되었다. 1894년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를 거둔 직후 오직 ‘일본해’만이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를 의미하는 말이 되었다. 한국이 유사 이래 써오던 이름은 모두 지워지고 ‘일본해’로 대체된 것이다. 이 새로운 이름은 1910년의 한일 병합으로 확정되었다.

1929년 국제수로기구에서 ‘일본해’ 명칭을 승인한 것은 한국이 일본의 강점기하에서 모든 고유 명칭을 일본식 이름으로 개명을 당하던 시기에 일본 만이 참석한 회의에서 결정된 특수한 상황이므로 ‘일본해’ 명칭이 국제적인 표준으로 합의되었다고 주장할 수 없다.

나란히 쓰이는 동해와 일본해

현재 한국인들은 ‘동해’ 지역의 명칭에 대해 한국과 일본 사이에 논쟁이 있는 것이 확실하므로, 지명 분쟁에 관한 국제 규범인 유엔지명표준화회의 및 국제수로기구의 결의에 의거하여, 한일 양국이 공통의 명칭에 합의하기 전까지는 ‘동해’와 ‘일본해’ 두 명칭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은 일본의 적극적인 방해에도 불구하고 세계 지식인들의 동의를 얻어 저명한 지도 제작 업체, 내셔날 지오그래픽, 월드 애틀러스, 론리 플래닛 등의 출판물, 교과서 및 언론 등에서 ‘일본해’ 단독 표기에서, 점차 ‘동해ㆍ일본해’ 병기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특히 주요 세계지도 대부분을 제작하는 G7 국가들 가운데 일본을 제외한 조사에서도 동해·일본해 병기 비율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출처 및 관련자료

  • 출처
    • 서정철, 김인환, 『동해는 누구의 바다인가-고지도에서 찾은 동해와 일본해의 역사와 진실』, 김영사, 2014.
    • 존 레니 쇼트 지음, 김영진 옮김, 『지도 밖으로 꺼낸 한국사』, 서해문집, 2015.
    • "유의상, 국제표기명칭대사 "동해 병기는 인내심 필요한 이슈"", 『연합뉴스』, 2017년 4월 6일.
    • 신승혜, 「동해 표기 문제의 결과와 ‘동해’ 표기의 정당성」, 『한국사연구휘보』 제144호, 동북아역사재단,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