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쇄 문화

From Korea100
Jump to: navigation, search
Eng icon.JPG


한국의 인쇄 문화

세계 최초의 목판 인쇄물 발견

무구정광대다라니경[1]

현존하는 세계 최초의 목판 인쇄물은 한국에서 발견되었다. 이는 751년 무렵에 간행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 목판 권자본(두루마리)이다. 경주 불국사 석가탑에서 불경과 함께 나온 묵서지편(墨書紙片)을 모두 판독한 결과 그 이전부터 이미 목판 인쇄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초기 목판 인쇄는 본문 내용이 짧은 『다라니경(陀羅尼經)』 등의 불경을 작은 판에 새겨 다량으로 인쇄하여 탑에 넣어 공양한 데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작은 목판본으로, 판목에 본문과 다라니의 경문을 완전하게 새겨서 평면으로 놓고 글자 면에 먹물을 칠한 다음 종이를 놓고 그 위를 문질러 찍어낸, 목판 인쇄술의 성격을 완전하게 갖춘 인쇄물이다. 목판에 글자를 새긴 기술이 정교하여 글자체의 힘찬 필력을 살려 주고 있다. 정교하면서도 고아한 멋을 지닌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당시 고도로 발달한 우리 민족의 인쇄 문화 수준을 입증하고 있다.

9세기 후반기인 신라시대 말기에는 일반 학문 서적을 목판에 새겨 인쇄해내는 단계로까지 인쇄술이 발전하였다.

목판 인쇄의 절정, 팔만대장경

고려시대로 들어서서 불교가 국가 종교로 승격되고 그 진흥책이 강화되면서 목판 인쇄는 불교 서적의 판각으로 더욱 성행하게 되었다.

현재 해인사 장경판전에 보관 중인 팔만대장경은 이 때 절정을 이룬 목판 인쇄 문화를 보여준다. 국보 제32호로 지정되어 있는 이 대장경은, 1232년에 만든 『초조대장경(初雕大藏經)』이 몽골군의 침입으로 불타자 다시 만들기 시작하여 1251년 9월 25일(양력으로 10월 11일)에 완성한 재조대장경이다. 고려 시대에 판각되었기 때문에 ‘고려대장경판’, 목판이 8만여 매에 달하기 때문에 ‘팔만대장경’이라고 부른다.

현재 세계의 한문 대장경 중 가장 오래되고 오자나 탈자도 거의 없으며 뒤틀리거나 변형된 것이 하나도 없이 보존되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이 대장경판은 몽골군의 침입을 물리치려는 염원을 담아 한 자 한 자 정성을 다하여 새긴 것으로 내용면에서도 깊이 있는 고려 불교의 연구 수준을 보여주고, 많은 자료를 망라하고 있어 완벽한 대장경으로서 그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최초의 금속활자를 보여준 직지심경

목판 인쇄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필요한 책을 간편하게 찍어내기 위해 노력한 결과 금속활자가 만들어졌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만들어낸 나라이기도 하다. 현재 전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물은 1377년에 간행된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이다. 『직지심경』이라고도 불리는 이 책은 1436년부터 1446년 사이에 제작된 독일의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 1397~1468)금속활자보다 60년이나 앞선 것이다. 『직지심체요절』은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금속활자 인쇄는 고려시대 중앙 정부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발명 시기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13세기 전기에 금속활자 인쇄가 실시된 것을 기록에 의해 확인할 수 있다. 이규보(李奎報, 1168~1241)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는 금속활자로 『상정고금예문(詳定古今禮文)』을 28부 찍어 각 관서에 나누어 주었다는 기록도 실려 있다.

중앙 관서가 관장하였던 금속활자 인쇄술은 이후 지방의 사찰에까지 전파되었다. 1377년에 청주목의 교외에 있었던 흥덕사에서 금속 활자로 찍어낸 『불조직지심체요절』 하권 1책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이 책은 플랑시(Plancy,C.de.)가 1887년 서울 주재 프랑스 공사로 부임하여 수집한 장서 중의 하나로,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 책이 1972년 ‘세계 도서의 해’를 기념하기 위한 전시회에 출품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임이 확인되었다.

사찰에서 발전한 인쇄술

고려시대, 관청에서 만든 금속활자 인쇄물은 글자의 크기와 모양이 가지런하다. 정교하게 주형을 만들어 활자를 부어 낸 다음 잘 손질하여 인쇄한 듯하다. 그런데 흥덕사 금속활자본은 관청에서 만든 활자로 찍은 것이 아니고 사찰이 전통적인 재래의 밀랍 주조법으로 만든 활자로 찍어낸 것이다. 그래서 활자의 크기와 모양이 고르지 않고 같은 글자라도 모양이 같은 것이 드물다.

하지만 사찰의 금속활자 인쇄는 오히려 고려의 인쇄술을 발전시키는 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 당시 몽골의 지배로 관서의 인쇄 기능은 중단되었지만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 사찰에서 재래의 밀랍주조법으로 활자를 계속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려금속활자 인쇄술은 조선으로 이어지면서 눈부신 발전을 하였다. 조선은 불교를 국교로 삼았던 고려와 달리 숭유억불정책을 실시했다. 그래서 인쇄 문화는 주로 유교 경전과 역사책 간행을 중심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금속활자 인쇄는 동철을 녹여 활자를 부어내는 주조술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주조술은 물론, 부어낸 활자를 판에 고착시키는 점착성 물질과 쇠붙이 활자에 잘 묻는 기름 먹물이 함께 개발되어야 인쇄를 할 수 있다. 또 금속활자로 찍어도 찢어지지 않는 고급 종이가 있어야 인쇄가 가능하다. 고려시대금속활자 인쇄에 성공했다는 것은 당시 한민족이 이 모든 요건을 다 갖추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동영상

직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담다(문화유산채널)

관련항목


참고문헌

  • 활자에 대한 이해 및 역사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천혜봉, 『한국 목활자본』 범우사, 2001.
천혜봉, 『한국금속활자 인쇄사』, 범우, 2012.
옥영정 외, 『동아시아 금속활자 인쇄 문화의 창안과 과학성 1』,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2017.
옥영정 외, 『동아시아 금속활자 인쇄 문화의 창안과 과학성 2』,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2017.


『한국 목활자본』은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고도로 발달한 우리나라 활자본의 종류와 용도, 시기 등을 수록한 연구서이다. 서적원자본, 녹권자본, 추향당자본, 효경대자본, 그 밖의 임진란 이전 목활자본 등 다양한 활자 인본과 기록 자료를 수록했다.

『한국금속활자 인쇄사』는 한국 금속활자 연구의 개척초기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출간된 저술과 논문을 바탕으로, 원전의 해석부터 활자 판종의 식별법과 그 주조 및 조판법에 이르기까지, 실례를 구체적으로 조사하여 구구한 이설(異說)을 바로잡은 책이다. 이설을 하나하나 살펴 고증하여 올바르게 밝히는 데 주력하였으며, 이를 통해 이 분야를 전공하는 이들은 물론, 관심 있는 이들이 참고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하였다.

『동아시아 금속활자 인쇄 문화의 창안과 과학성』 제1권에서는 초기 금속활자 인쇄와 관련된 한국의 현존 서적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한국과 중국, 일본의 금속활자 인쇄 문화를 비교 검토한다. 제2권에서는 동아시아 3국의 초기 금속활자 주조와 조판 기술을 다루고, 조선 초기 금속활자 인본과 계미자에 대하여 살펴본다. 이 책은 세계 인류문명 발전의 시각에서 한국 전통문화의 고유 가치를 발견하고 탐구하고자 기획한 ‘문명과 가치 총서’로서 13세기 고려에서 세계 최초로 창안된 금속활자 자료를 중심으로 초기 금속활자 인쇄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함께 세계 인쇄사에서 한국과 동아시아의 금속활자 인쇄술이 차지하는 위상을 재조명한다.


  • 인쇄사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박문열, 『금속활자장』, 화산문화, 2001.


『금속활자장』은 금속활자 인쇄술이 발명되기까지의 인쇄사적 의미, 금속활자와 금속활자장의 공예사적 의미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금속활자 인쇄술의 문헌적인 접근과 동시에 기능 보유자 오국진의 금속활자 제작과정과 기술을 현장에서 조사하고 면담하여 상세하게 다루면서, 금속활자보다 먼저 발명되었던 목판인쇄술의 역사에 관해서도 문헌적으로 정리했다.

주석

  1. 사진출처: "무구정광대다라니경",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online, 한국학중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