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시대의 문을 열다, 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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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대의 문을 열다, 고조선

고조선 연구의 한계

고조선은 한국 역사에 최초로 등장한 국가이다. 지금의 평양시를 가로질러 흐르는 대동강 일대에서부터 한반도 북부와 만주 일부 지역에 걸쳐 자리 잡았던 나라이다. 성립 시기는 청동기 시대(기원전 2000~1500년 경)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개국 시기를 비롯하여 영토의 범위, 도읍지의 위치, 지배자의 존재와 성격 등 국가 전반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아직 명료하게 규명되지 못하고 있으며, 현재 학계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것은 고조선이 남긴 역사적 문헌 기록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같은 시기, 혹은 후대 중국 역사서의 기록처럼 단편적인 내용만으로 규명을 시도하여야 하는 한계에 원인이 있다. 동시에 고조선의 중심지와 영역이 대부분 북한과 중국 동북부 지역에 걸쳐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한국의 적극적인 고고학적 접근과 발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인 점도 또 하나의 원인이다. 따라서 고조선에 대한 논란은 단순히 고조선 자체의 성격 규명 뿐만 아니라 국제적 이해관계와도 연결되어 매우 민감하게 다뤄지고 있는 형편이다.

고조선이 등장한 기록

고조선의 건국과 관련해서는 설화로 전해지는 「단군신화」에서 그 일면을 엿볼 수 있다. 「단군신화」에 대한 가장 오랜 기록인 『삼국유사(三國遺事)』의 내용에 따르면, 고조선은 기원전 2333년 단군에 의해 건국되었다.

다른 한편, 고대 중국의 기록에는, 기원전 12세기에 중국 상(商)나라 사람인 기자(箕子)가 고조선으로 망명하여 왕이 되었고, 이를 계기로 중국의 선진 문물이 고조선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이 내용을 근거로 유학을 국가의 통치 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시대에는 한국이 아주 일찍부터 중국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여 중국과 거의 대등한 문명국가임을 자부하는 등 이를 크게 내세우기도 하였다. 하지만 기자는 그 존재 여부부터가 논란거리로 남아있고 또 중국의 해당 기록이 사실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라기보다는 관념과 신화를 기록한 성격이 강하므로 그 수용에는 보다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학계에서 보는 고조선 건국

현대의 역사학자들은 고고학적 발굴 성과를 토대로 대동강 일대의 부족들이 세력을 통합하던 기원전 7세기에서 4세기 사이에 고조선이 건국되었다고 보고 있다. 이후 고조선은 기원전 2세기에 연(燕)나라의 공격을 받고 약화되면서, 한때 왕위가 중국으로부터 망명한 고조선 사람 위만(衛滿)에게 넘어갔다가 끝내 기원전 108년에 한(漢)나라 무제(武帝)에게 멸망당했다.

학계에서는 위만이 중국사람인지 중국에서 활동하던 고조선 사람인지에 대한 논란도 분분하다. 그를 고조선 사람으로 보는 견해는 위만이 고조선으로 올 때 고조선의 말과 옷을 사용하였고, 고조선 고유의 상투를 틀었으며, 국호를 조선으로 계속 이어갔던 점을 제시한다. 또 고조선이 한나라에 멸망당하면서 한나라가 의도적으로 위만을 중국인으로 조작하여 기록으로 남겼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하지만 위만의 출신에 대해서는 아직도 명확히 정리되지 못한 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고조선 이후

고조선 멸망 이후 그 영토는 훗날 삼국시대에 접어들어 고구려의 일부로 흡수되었다. 고구려고조선의 중심지에 설치된 한나라의 군현들을 몰아내고 급기야 고조선 영토의 대부분을 장악하게 되었다. 한편 기원전 4세기 무렵에는 고조선의 영역을 넘어 한반도 남부 지역에 진(辰)이라는 나라가 등장하였다. 소규모 성읍국가들의 연맹체로 짐작되는 이 나라는 기원전 1세기에 연맹 왕국인 삼한(三韓)으로 계승되었다.

관련항목

참고문헌

  • 국가의 출현과 형성과정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최몽룡, 『한국 선사시대의 문화와 국가의 형성』, 주류성, 2016.
크리스토퍼 스카레, 브라이언 페이건 공저, 『고대 문명의 이해』, 사회평론아카데미, 2015.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동아시아 청동기문화의 교류와 국가형성』, 학연문화사, 2012.


『한국 선사시대의 문화와 국가의 형성』은 선사시대 인류의 삶이 어떻게 국가의 출현으로 이어지는지를 선사시대의 삶의 내용과 역사시대로의 진입 이후를 망라해 거시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제9강에서는 초점을 한국에 맞추면서 구체적으로 고조선과 한국의 청동기 문화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소개하고 있어, 선사시대 한국인이 어떻게 최초의 국가 고조선을 출현시켰는지를 상세히 밝히고 있다.

『고대 문명의 이해』는 문명사적 관점에서 문명의 출현과 국가의 출현의 과정을 세계사의 범주에서 전방위적으로 정리해 소개하고 있다. 특히 제2장에서 다양한 국가발생의 이론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우리가 자칫 놓치기 쉬운 국가의 발생이 갖고 있는 문명사적 조건과 의미들을 생각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고조선의 역사성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내용이라고 보겠다. 특히 민족 최초의 국가라는 타이틀 속에서 민족사적 관점으로만 이해하려는 경향이 강한 고조선의 존재를 인류사, 문명사적으로 보다 넓게 해석해 보기 위해서 매우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겠다.

『동아시아 청동기문화의 교류와 국가형성』은 국가의 형성기인 청동기 문화의 형성과 특징들을 동아시아 전역으로 시야를 넓혀 살펴보고 그 속에 한국의 국가형성과정이 갖는 의미를 도출해 내고자 하였다. 한국 청동기 문화의 특징이 중국 동북지방과 북방 초원, 그리고 일본과 비교해서 어떠한 차이를 보이는지에 대해 규명하면서 각각 일본과 몽골학자까지 참여한 국제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어 균형감 있는 이해에 큰 도움을 준다. 특히 제1장에서는 청동기 문화와 함께 복합사회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국가의 형성을 설명하고 있고, 제2장에서는 구체적으로 한국의 국가형성에 보다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 고조선의 구체적인 실체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동북아역사재단, 『고조선, 단군, 부여 : 우리 민족의 뿌리를 찾아가는 이야기』, 동북아역사재단, 2015.
서영수, 『고조선과 위만조선의 연구쟁점과 대외교류』, 학연문화사, 2015.
박선희, 『고조선 복식문화의 발견』, 지식산업사, 2011.


『고조선, 단군, 부여』는 대중적으로 고조선과 단군 그리고 부여에 대한 이해를 쉽고 친숙하게 풀어낸 대중서이다. 특히 제1강에서는 고조선에 대한 개념을 쉽게 풀어내는 동시에 고조선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그 생활상과 삶의 내용들도 제시하려 노력하였다는 점에서 고조선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를 원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특히 고조선과 함께 반드시 언급되는 단군 신화의 실체와 의미를 제2장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어 일반 대중적 수준의 관점에서 고조선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내용들을 충실히 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고조선과 위만조선의 연구쟁점과 대외교류』는 고조선을 둘러싼 다양한 학계의 쟁점들을 망라해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문헌사료가 없다는 점, 고고학적 발굴에 의존하면서도 강역이 중국 동북지방과 북한에 놓여 있어 그 실체 규명이 힘든 만큼 쟁점도 많은 것이 고조선이다. 따라서 이 책은 그 쟁점들을 망라하되, 사료상 벌어지는 쟁점, 고고학적 쟁점, 이론적 쟁점 등 고조선을 둘러싼 총체적인 논쟁들을 하나로 모아 정리하고 있다. 따라서 고조선에 대한 이해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고조선 복식문화의 발견』은 우리가 고조선에 접근할 때 크게 주목하지 못했던 복식을 특화하여 언급하고 있는 책이다. 복식문화는 결국 당대 사람들의 실질적인 삶의 해석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 책은 고조선 사람들의 구체적인 생활을 재구성한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또 신화를 통해서만 인식되는 경향이 강했던 고조선에 대해 복식문화를 통해 구체적인 삶의 양식 차원으로 접근해 보고자 하는 시도는 매우 가치를 지니는 일이라 하겠다.


  • 단군과 신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면...
전관수, 『단군신화는 천문학이다』, 한국문화사, 2016.
단군학회, 『(남북학자들이 함께 쓴) 단군과 고조선 연구』, 지식산업사, 2005.
신종원 공저, 『일본인들의 단군 연구』, 한국학중앙연구원, 2005.


『단군신화는 천문학이다』는 단군신화를 천문학적 코드로 해석한 참신한 시선의 책이다. 신화를 역사 사료의 영역으로 끌어오기는 매우 어려운 문제이지만, 저자는 자신의 고대 천문학에 대한 지식을 단군신화에 투영하여 그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저자의 해석으로 신화에 접근하는 시선과 방식은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으며, 그 자유로움은 그대로 단군의 실체와 고조선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더 풍부한 상상력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남북학자들이 함께 쓴) 단군과 고조선 연구』는 단군과 고조선을 인식하는 동시대 남한과 북한 학자들의 입장과 견해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의를 지닌다. 특히 제2부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남북 역사학자들이 참여했던 공동학술회의의 성과들이 수록되어 있어 그 의미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그 가운데 489쪽에서 소개되고 있는 「단군 및 고조선 관계 비사들에 대한 리해」나, 551쪽에서 소개되고 있는 「단군신화의 시대적 배경」은 각각 남북한의 시선에서 신화와 역사의 사이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단군과 고조선의 실체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인들의 단군 연구』는 일본에서의 단군관련 연구 성과들을 집대성한 책이다. 단군신화와 단군에 대한 인식이 한국인들의 기원과 역사의 시원을 이해하는 토대가 되는 만큼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면서도 일정부분 민족적 정서 안에서 수용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 책은 한발 떨어져서 일본인들이 근대 역사학적 방법론으로 우리 단군신화와 고조선 전반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제시하면서 자칫 우리가 놓치고 있을지 모를 단군과 고조선의 면면들을 돌아보게 하는 좋은 균형추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평가된다.

주석

  1. 사진출처: "단군", 선현의 표준영정, 『한민족정보마당』online, 한국문화정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