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와 일본해: 두 이름을 가진 바다

Korea100
이동: 둘러보기, 검색
Eng icon.JPG


동해와 일본해: 두 이름을 가진 바다

식민통치의 잔재, ‘일본해’

여러 나라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바다를 어떤 이름으로 표기할 것인가는 국제적인 문제이다. 제국주의가 흥성하던 시절에 강대국 임의로 표기한 지리 명칭은 민족 국가가 들어서면서 국가 간 분쟁의 시발점이 되었다. 한국에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 명칭에 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이 있다. 바로 한반도와 일본, 러시아 연해주와 사할린 섬에 둘러싸여 있는 한반도 동쪽 바다인 ‘동해’이다. 한국은 동해가 역사적으로 '동양해(Oriental Sea)' 또는 '한국해(Sea of Korea)'로 불려 왔으므로 '동해(East Sea)'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일본은 '일본해(Sea of Japan)'라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외국 교과서와 지리부도 등 대부분은 이 바다를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다. 그리고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세계 주요국에서는 동해를 일본해로 인식하고 표기하는 게 대세였다. 그렇게 된 것은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지로 점령하여 지명을 바꾸고, 이 지명이 일본이 한국을 점령하고 있을 때 국제협약(국제수로기구)에 의해 표준화되었기 때문이다.

1929년 일본의 강압적 식민통치가 맹위를 떨치던 시기, 국제수로기구에서 처음으로 세계 해양 명칭의 표준안을 결정하여 『해양과 바다의 경계(Limits of Oceans and Seas)』라는 해도집을 발간하였다. 이 때 ‘동해’는 일본의 주장에 따라 ‘일본해’로 표기되었다. 가장 최근에 나온 『해양과 바다의 경계』는 1953년 발간된 제3판이며, 여기에도 ‘일본해’로 단독 표기되어 있다. 한국은 1957년 국제수로기구에 가입하였고, 1992년부터 ‘일본해’ 명칭에 이의를 제기하였으나 일본은 ‘일본해’ 단독 표기 주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일본이 ‘일본해’ 단독 표기를 주장하는 이유는 마테오 리치가 1602년 만든 최초의 세계지도인 「곤여만국전도(坤輿萬國全圖)」에 ‘동해’ 해역을 ‘일본해’라 표기를 하여 그 이름이 역사적으로 오래되었고, ‘일본해’ 명칭이 국제수로기구의 승인을 통해 한국과 북한을 제외한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서 ‘일본해’로 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랜 역사적 기록, ‘동해’

이러한 일본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역사적으로 외국에서 발간된 고지도들을 살펴보면 이 해역이 단일 명칭이 아니고 'Sea of Korea', 'East Sea', 'Oriental Sea' 등의 다양한 명칭으로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말까지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동해’ 명칭은 기원전 37년에 해당하는 『삼국사기(三國史記)』 고구려 동명왕에 대한 기술, 광개토대왕릉비(414년)에 등장할 정도로 2,000년 이상 된 고유한 명칭이었다. 반면에 일본에서 ‘일본’이라는 국호가 사용된 것도 8세기 즈음이었으므로 ‘일본해’ 명칭 또한 일본에서 본래부터 사용된 이름이 아니었다.

16세기까지 일본에는 자기네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에 이름을 붙인 지도가 거의 없었다. 일본의 지도 제작은 거의 전적으로 자기 나라를 표현하는 데만 관심을 쏟았다. 반대로 조선은 16세기부터 「팔도총도(八道總圖)」, 「아국총도(我國摠圖)」, 「동람도(東覽圖)」 등 ‘동해’라는 단어를 쓰는 지도를 수없이 많이 갖고 있었다.

19세기 말까지 대부분의 일본 지도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은 두 나라 사이의 큰 바다에 ‘조선해’라는 이름을 붙인 반면, 일본 해안의 동쪽 바다를 칭할 때에만 ‘일본해’라는 이름을 썼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제국주의가 정점을 찍던 19세기 말이 되자 일본의 모든 지도와 지구본은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에 ‘일본해’를 사용했다. 일본에서 ‘동해’나 ‘조선해’라는 단어를 마지막으로 사용한 지도는 1894년에 발간되었다. 1894년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를 거둔 직후 오직 ‘일본해’만이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를 의미하는 말이 되었다. 한국이 유사 이래 써오던 이름은 모두 지워지고 ‘일본해’로 대체된 것이다. 이 새로운 이름은 1910년의 한일 병합으로 확정되었다.

1929년 국제수로기구에서 ‘일본해’ 명칭을 승인한 것은 한국이 일본의 강점기하에서 모든 고유 명칭을 일본식 이름으로 개명 당하던 시기에 일본만이 참석한 회의에서 결정된 특수한 상황이므로 ‘일본해’ 명칭이 국제적인 표준으로 합의되었다고 주장할 수 없다.

나란히 쓰이는 동해와 일본해

현재 한국인들은 ‘동해’ 지역의 명칭에 대해 한국과 일본 사이에 논쟁이 있는 것이 확실하므로, 지명 분쟁에 관한 국제 규범인 유엔지명표준화회의 및 국제수로기구의 결의에 의거하여, 한일 양국이 공통의 명칭에 합의하기 전까지는 ‘동해’와 ‘일본해’ 두 명칭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은 일본의 적극적인 방해에도 불구하고 세계 지식인들의 동의를 얻어 저명한 지도 제작 업체, 내셔날 지오그래픽, 월드 애틀러스, 론리 플래닛 등의 출판물, 교과서 및 언론 등에서 ‘일본해’ 단독 표기에서, 점차 ‘동해ㆍ일본해’ 병기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특히 주요 세계지도 대부분을 제작하는 G7 국가들 가운데 일본을 제외한 조사에서도 동해·일본해 병기 비율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관련항목

참고문헌

  • 다른 나라의 해양분쟁 사례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고충석, 『이어도 해양분쟁과 중국 민족주의』, 한국학술정보, 2013.
이석용, 『국제 해양분쟁 해결』, 한남대학교출판부, 2007.
한국국제정치학회, 『21세기 해양갈등과 한국의 해양전략』, 2006.


『이어도 해양분쟁과 중국 민족주의』는 현재 이어도의 영유권을 두고 중국과 마찰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잠재적으로 해양분쟁의 상대국가가 될 수 있는 중국의 실체를 분석하고자 한 책이다. 저자는 대부분의 영토분쟁과 해양분쟁은 곧 민족주의의 발현으로 나타난 부작용으로 보고 중국의 경우 그 민족주의의 요소가 해양분쟁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 우선 중국의 민족주의가 가지는 특징을 분석하면서 현재 그것이 진화해 가고 있음도 밝히고 있다. 또 중국에게 있어 이어도를 불러싼 분쟁은 단순한 영유권 분쟁을 넘어서는 또 다른 이슈가 있다고 보고 그것에 따른 영향과 적절한 대응이 무엇인지를 신중하게 따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국은 현재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들과 영토 및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그 분쟁의 실체와 이면, 그리고 적절한 대응을 고민할 수 있어야 하며, 이 책은 그에 대한 적절한 해답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국제 해양분쟁 해결』은 국제적으로 발생하는 해양분쟁의 내용과 그 해결 과정들을 상세하게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구체적인 발생 사례보다는 해양분쟁이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는 국제사회의 제도와 구조, 절차 등에 대해 정밀하게 정리하였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해양과 관련한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마련된 국제 협약의 종류와 내용, 그것을 조율할 다양한 국제기구의 존재와 그 활동들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한일간 해양분쟁을 바라보면서 단순한 민족 감정에 의지해 반응하기보다는 구체적인 국제법상 절차와 과정에 대한 이해 속에 사안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21세기 해양갈등과 한국의 해양전략』은 한국을 둘러싼 국제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해양분쟁의 사례들을 확인하면서 이것을 해결해 나갈 한국의 전략과 방안을 모색해 보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이 책은 해양분쟁을 적절하게 조절하고 해결하는 것이 곧 안보의 문제라고 보고 그것은 전략적인 사고와 접근 속에 국제적인 협력의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이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응전략으로 해군력의 증강과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점이 특징이다. 결국 해양분쟁에 대한 다각도의 전략 마련은 강력한 해군력 증강과 확보 속에서 가능한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라도 안보적 차원에서 다뤄야 할 문제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해양분쟁과 관련해 단순한 민족주의적 감정과 영토적 욕심의 문제를 넘어서서 이를 전략적이고 안보적 차원으로 시야를 넓혀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는 독자들의 인식의 틀을 확산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동해 명칭 관련 연구성과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윤명철, 『현 동아시아 해양국경분쟁의 역사적 근거 연구와 대안 탐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2016.
최장근, 『일본의 영토분쟁 : 일본제국주의 흔적과 일본내셔널리즘』, 백산자료원, 2005.
김신, 『동해의 경계와 명칭』, 지영사, 2004.


『현 동아시아 해양국경분쟁의 역사적 근거 연구와 대안탐구』는 동아시아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해양국경분쟁과 관련하여 이를 역사적으로 접근하고자 한 성과이다. 해양국경분쟁의 경우 그 영유권과 영해적 권리가 역사성에 근거를 두는 경우가 많은 만큼 각 사례의 역사적 근거 및 배경 등을 살펴 그 해법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일본과의 동해 문제뿐만 아니라 중국과 이어도 문제를 겪고 있는 만큼 그 역사적 근거를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해 명칭 문제는 곧 동해에 대한 영유권을 넘어 역사적으로 누구의 주된 활동 공간이었는지를 중심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얻는 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영토분쟁 : 일본제국주의 흔적과 일본내셔널리즘』은 일본을 둘러싼 다양한 영토분쟁의 본질은 일본의 제국주의 시대에 대한 향수와 강렬하게 유지하고 있는 내셔널리즘적 경향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을 전개해 가고 있다.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체결된 대일평화조약에서 영토의 처리가 명료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이것이 다분히 정치성을 반영한 결과였기 때문에 현재 영토분쟁의 여지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았다. 이것은 전후 조약체결 당시 특수성이 있었으나, 결국은 최종적으로 미국 주도의 정치화 과정 속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동해의 명칭을 일본해라고 주장하는 일본의 성향에는 일정부분 미국의 책임도 없지 않다고 보았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일본이 전개해온 대략적인 영토분쟁의 사례와 내용들을 소개하고 그 의미를 분석함으로써 그 안에 제국주의에 대한 일본의 동경과 내셔널리즘적 성향을 강조하고 있다.

『동해의 경계와 명칭』은 대양과 바다를 구분하면서 바다로써 동해의 경계를 확인하고 그 명칭으로써 ‘동해’의 타당성을 정리해 제시하고자 하였다. 저자는 동해 표기의 역사를 검토하면서 동해가 일본해로 바뀐 과정을 살피고 동해가 처해있는 국제적 환경의 특징도 아울러 밝히고 있다. 또 바다의 명칭 가운데 특정국가 명칭이 부여된 것은 일본해가 유일하다고 주장하면서 ‘일본해’ 표기의 시작이 되었던 20세기 초반 『대양과 바다의 경계』의 출판 과정과 그 내용 속에서 동해의 명칭을 둘러싼 문제의 실마리와 해결점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그는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개정판이 출간되고 있는 『대양과 바다의 경계』의 내용을 지속적으로 검토하면서 그 안에 일본해 표기와 내용, 그 밖에 다른 해양 명칭의 사례와 그 내용들을 비교 검토하여 의미와 해법을 찾고 있다. 동해 명칭을 둘러싼 미시적인 문제와 관련해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얻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독도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김학준, 『독도연구 : 한일간 논쟁의 분석을 통한 한국 영유권의 재확인』, 동북아역사재단, 2012.
존 반 다이크 , 『독도 영유권에 관한 법적쟁점과 해양경계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2008.


『독도연구』는 독도를 둘러싼 한일간 오랜 논쟁의 과정을 분석하여 그 가운데 한국의 영유권을 증명하는 근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동해를 둘러싼 해양분쟁에는 독도 문제가 함께 결부되어 있어 독도에 대한 영유권 인식과 그 궤를 같이 한다. 따라서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한 지식과 정보 역시 필요한데, 한국과 일본이 각자 영유권을 주장하는 근거와 그 논쟁의 전개를 분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기존 역사성에 근거한 입증뿐만 아니라 국제법상의 내용에 대한 검토까지 진행함으로써, 다방면에서 독도의 한국 영유권 확인을 위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말할 수 있겠다.

『독도 영유권에 관한 법적쟁점과 해양경계선』은 한일간 첨예한 영토분쟁의 중심지인 독도 문제와 그 영유권을 둘러싼 갈등을 국제법적 관점에서 진단하고 분석하고자 한 책이다. 일본은 줄곧 독도의 영유권 분쟁을 국제사법재판소로 보내 해결하자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국제법상 독도 영유권에 대한 판결은 누구에게로 귀속될 수 있을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저자는 국제사법재판소의 조사와, 세부적인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지 상세히 소개하는 가운데, 독도를 둘러싼 역사적 근거와 그 사실 여부가 판결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임을 밝히고 있다. 또 한일간 해양경계가 확정되고 배타적 경제수역이 설정되었을 때 이것이 일정하게 독도 영유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보았다. 저자는 말미에 논쟁 해결을 위해 가용한 수단이 무엇인지를 소개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결론지었다. 독도의 영유권을 당연히 우리의 것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보다 시야를 넓혀 국제법적, 국제적 시야에서 조망할 때 그 인식은 더욱 뚜렷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