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

"박지원의 「호곡장론(好哭場論)」"의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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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pdudskakk/60202468546 백탑(白塔)]이 보입니다.”
 
“[https://blog.naver.com/pdudskakk/60202468546 백탑(白塔)]이 보입니다.”
  
라고 했다. 태복은 정 진사(鄭進士)의 마두다. 그러나 산모롱이에 가려 백탑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말을 채찍질하여 수 십 보를 가서 산모롱이를 벗어나자 안광(眼光)이 어른어른하는데 갑자기 검고 둥그런 덩어리 하나가 오르락내리락 하였다. [나는 오늘에야 처음으로 인생(人生)이란 아무런 의지하거나 붙일 곳 없이 하늘을 머리에 이고 땅을 밟으며 떠도는 것임을 알았다.] 말을 세우고 시방을 둘러보다가 나도 모르게 손을 이마에 얹고 말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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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했다. 태복은 정 진사(鄭進士)의 마두다. 그러나 산모롱이에 가려 백탑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말을 채찍질하여 수 십 보를 가서 산모롱이를 벗어나자 안광(眼光)이 어른어른하며 눈에 헛것이 오르락내리락하여 현란했다. [나는 오늘에야 처음으로 인생(人生)이란 아무런 의지하거나 붙일 곳 없이 하늘을 머리에 이고 땅을 밟으며 떠도는 것임을 알았다.] 말을 세우고 시방을 둘러보다가 나도 모르게 손을 이마에 얹고 말하기를,
  
 
“아! 울기 좋은 곳이로구나, 가히 한 번 울 만하구나.”
 
“아! 울기 좋은 곳이로구나, 가히 한 번 울 만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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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물었다. 내가 말하기를,
 
라고 물었다. 내가 말하기를,
  
“맞습니다. 천고의 영웅들은 울기를 잘 하였고, 미인들도 눈물이 많았다지요. 그러나 그들은 몇 줄기 눈물을 소리 없이 옷깃에 굴려 떨어뜨렸을 뿐이지요. 그래서 천지에 가득 찬 울음, 쇠나 돌 같은 것으로부터 울려나오는 울음소리는 듣지 못했지요. 그리고 사람들은 다만 칠정(七情: 喜·怒·哀·樂·愛·惡·欲의 일곱 가지 감정) 가운데 슬플 때만 우는 줄로 알고, 칠정 모두가 울 수 있는 줄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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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그러나 아닙니다. 천고의 영웅들은 울기를 잘 하였고, 미인들도 눈물이 많았다지요. 그러나 그들은 몇 줄기 눈물을 소리 없이 옷깃에 굴려 떨어뜨렸을 뿐이지요. 그래서 [천지에 가득 찬 울음, 쇠나 돌 같은 것으로부터 울려나오는 울음소리]는 듣지 못했지요. 그리고 사람들은 다만 칠정(七情: 喜·怒·哀·樂·愛·惡·欲의 일곱 가지 감정) 가운데 슬플 때만 우는 줄로 알고, 칠정 모두가 울 수 있는 줄은 모릅니다.
  
[https://www.youtube.com/embed/nrVgO3HzHgg 기쁨이 극에 이르면 울게 되고] 노여움도 극에 이르면 울게 되고, 즐거움도 극에 이르면 울게 되고, 사랑도 극에 이르면 울게 되고, 미움[惡]도 극에 이르면 울게 되고, 욕심[欲]도 극에 이르면 울게 되고, 가슴이 답답함을 풀어버림에는 소리(를 지르는 것)보다 더 빠른 것이 없으니, 울음은 천지간에 우레와도 같은 것이지요. 지극한 정(情)이 우러나오는 것, 이것이 능히 이치에 맞는다면 울음과 웃음이 어찌 다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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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embed/nrVgO3HzHgg 기쁨이 극에 이르면 울게 되고] 노여움도 극에 이르면 울게 되고, 즐거움도 극에 이르면 울게 되고, 사랑도 극에 이르면 울게 되고, 미움[惡]도 극에 이르면 울게 되고, 욕심[欲]도 극에 이르면 울게 되고, 가슴이 답답함을 풀어버림에는 소리(를 지르는 것)보다 더 빠른 것이 없으니, 울음은 천지간에 우레와도 같은 것이지요. 지극한 정(情)이 우러나오는 것, 이것이 능히 이치에 맞는다면 울음과 웃음이 어찌 다르겠습니까?
  
살아가면서 일상의 감정(感情)이 모이더라도 이러한 지극한 것을 아직 경험하지 못하고서, 칠정을 교묘히 늘어놓으면서 슬픔에다 울음을 배치했으니, 이런 까닭으로 죽음에 임했을 때 비로소 억지로 울부짖는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https://www.youtube.com/embed/ptiaG1XVh2g 그러니 진실로 칠정에 감응(感應)하여 내는 지극하고 진실된 소리는 저 천지 사이에 참고 눌러서 천지 사이에 서리고 엉기어서 감히 펴내지 못하지요.] 저 가생(賈生: 한나라 문인 賈誼)은 울고 싶으나 울 곳을 얻지 못하고 참다가 별안간 선실(宣室 : 한나라 궁전)을 향해 한 마디 길게 울부짖었으니, 이 어찌 사람들이 놀라고 괴이하게 여기지 않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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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일상의 감정(感情)이 모이더라도 이러한 지극한 것을 아직 경험하지 못하고서, 칠정을 교묘히 늘어놓으면서 슬픔에다 울음을 배치했으니, 이런 까닭으로 죽음에 임했을 때 비로소 억지로 울부짖는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https://www.youtube.com/embed/ptiaG1XVh2g 그러니 진실로 칠정에 감응(感應)하여 내는 지극하고 진실된 소리는 저 천지 사이에 참고 눌러서 천지 사이에 서리고 엉기어서 감히 펴내지 못하지요.] 저 [https://terms.naver.com/entry.nhn?cid=62144&docId=3432238&categoryId=62250 가생]은 울고 싶으나 울 곳을 얻지 못하고 참다가 별안간 선실(宣室 : 한나라 궁전)을 향해 한 마디 길게 울부짖었으니, 이 어찌 사람들이 놀라고 괴이하게 여기지 않으리오.”
  
 
라고 하니, 정 진사가 말하기를,
 
라고 하니, 정 진사가 말하기를,

2019년 9월 27일 (금) 14:45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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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박지원, 『열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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