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

"나희덕의 「반 통의 물」"의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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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ko.dict.naver.com/#/entry/koko/2b6cdde0c1ac418f97111a4dfde47c80 미운 풀이 죽으면 고운 풀도 죽는다]는 속담이 있다. 김을 맬 때마다 나는 그 말을 자주 떠올린다. 그럼 내가 뽑고 있는 잡초는 미운 풀이고, 키우고 있는 채소는 고운 풀이란 말인가. 곱고 미운 것의 기준은 어디에 있을까. 사람이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잡초와 채소를 구분하여 하나는 죽이고 하나는 살리는 것이 이른바 농사다. 그러나 미운 풀이 죽으면 고운 풀도 죽는다고 하지 않는가. 선택보다는 공존이 땅의 본래적 질서라고 할 때, 밭은 숲보다 생명에 덜 가깝다.
 
[https://ko.dict.naver.com/#/entry/koko/2b6cdde0c1ac418f97111a4dfde47c80 미운 풀이 죽으면 고운 풀도 죽는다]는 속담이 있다. 김을 맬 때마다 나는 그 말을 자주 떠올린다. 그럼 내가 뽑고 있는 잡초는 미운 풀이고, 키우고 있는 채소는 고운 풀이란 말인가. 곱고 미운 것의 기준은 어디에 있을까. 사람이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잡초와 채소를 구분하여 하나는 죽이고 하나는 살리는 것이 이른바 농사다. 그러나 미운 풀이 죽으면 고운 풀도 죽는다고 하지 않는가. 선택보다는 공존이 땅의 본래적 질서라고 할 때, 밭은 숲보다 생명에 덜 가깝다.
그래서 밭을 일구면서 가장 고민되는 문제가 풀이다. 사람의 손이 미치기 오래전부터 이 둔덕에는 명아주, 저 둔덕에는 개망초, 이 고랑에는 돼지풀, 저 고랑에는 질경이……. 그들이 바로 이 땅의 주인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달갑지 않은 침입자가 삽과 호미를 들고 나타나 그것도 생명을 키운답시고 원주민을 쫓아내니, 사실 원주민 풀들에게는 명목이 서지 않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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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밭을 일구면서 가장 고민되는 문제가 풀이다. 사람의 손이 미치기 오래전부터 이 둔덕에는 [http://www.nature.go.kr/kbi/plant/pilbk/selectPlantPilbkDtl.do?plantPilbkNo=29451#dtlInfo 명아주], 저 둔덕에는 개망초, 이 고랑에는 돼지풀, 저 고랑에는 질경이……. 그들이 바로 이 땅의 주인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달갑지 않은 침입자가 삽과 호미를 들고 나타나 그것도 생명을 키운답시고 원주민을 쫓아내니, 사실 원주민 풀들에게는 명목이 서지 않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풀을 그냥 두면 뿌려 놓은 채소들이 자라지 못하게 되니 어느 정도는 뽑아 주어야 한다. 이런 안절부절 덕분에 우리 밭에는 채소가 반이고 잡초가 반이다. 변명 같지만, 다른 밭보다 우리 밭에 풀이 무성한 것은 게으름 때문만은 아니다. 만일 그렇다 해도 게으름이 농부의 악덕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풀을 그냥 두면 뿌려 놓은 채소들이 자라지 못하게 되니 어느 정도는 뽑아 주어야 한다. 이런 안절부절 덕분에 우리 밭에는 채소가 반이고 잡초가 반이다. 변명 같지만, 다른 밭보다 우리 밭에 풀이 무성한 것은 게으름 때문만은 아니다. 만일 그렇다 해도 게으름이 농부의 악덕은 아닌 것이다.
 
   
 
   

2019년 12월 6일 (금) 20:46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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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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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나희덕, 『반 통의 물』(1999).


학습목표

▶ 교술 갈래로서의 수필의 특성과 형상화 방법을 이해하고 작품을 감상한다.

▶ 수필을 읽는 활동을 통해 삶의 가치와 의미를 성찰한다.

핵심정리

▶ 갈래 : 경수필

▶ 성격 : 사색적, 체험적

▶ 제재 : 밭을 가꾸는 일

▶ 주제 : 밭을 가꾸면서 얻은 깨달음

▶ 특징

① 농사를 짓는 자신의 체험에서 깨달음을 이끌어 내고 있음.

② 밭을 일구면서 느낀 점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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