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시삼편
red
초기시
단시삼편
바람
바람이 분다
네나 나나 보지는 못하나
나무닙을 흔들고 간다
저녁
햇발이 서산을 넘엇다
우주는 황혼이 되고
넘어 가마귀 제집을 찾네
달빗
명랑한 달빗
꾸여진 창틈으로 빗취여들고
어렷슬 때 모든 생각
뷔인 머리 속으로 새여든다
1931년 5월 15일 매일신보에 발표.
시집 『골동품』에 수록되었다. 황순원이 『동광』(1931.7)에 「나의 꿈」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시인의 행보를 걷게 되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가 숭실중학교 재학 시절 『매일신보』를 중심으로 한 매체에 동요를 집중적으로 발표했다는 사실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그는 당시의 동요 창작 청년들에게 전문적
인 창작자로 이미 충분히 인정되고 있는 상태였다. 애독자 층도 있어서, 황
순원이라는 필명으로 발표된 동요가 그 자신에 의해 제목만 바뀌어 재발표
된 것에 대해 표절 운운하는 사태도 있었다. 이로 미루어 본다면, 황순원의
동요 창작은 단순한 취미 생활을 이미 넘어서 있는 것이었다. 그는 애독자들
에 의해 보호될 정도로 전문적인 동요 창작자로 널리 인정받고 있는 상태였
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