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

평안남도 대동군 재경리면 천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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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현 (토론 | 기여) 사용자의 2020년 6월 11일 (목) 02:03 판

  • 「목넘이마을의 개」의 배경이 천서리이다.


목넘이마을의개그리고천서리.png

어디를 가려도 목[1]을 넘어야 했다. 남쪽만은 꽤 길게 굽이돈 골짜기를 이루고 있지만, 결국 동서남북 모두 산으로 둘러싸여 어디를 가려도 산목을 넘어야만 했다. 그래 이름지어 목넘이 마을이라 불렀다. 이 목넘이 마을에 한 시절 이른봄으로부터 늦가을까지 적잖은 서북간도 이사꾼이 들러 지나갔다. 남쪽 산목을 넘어오는 이들 이사꾼들은 이 마을에 들어서서는 으레 서쪽 산 밑 오막살이 앞에 있는 우물가에서 피곤한 다리를 쉬어 가는 것이었다.
여인들은 애를 업고도 머리에다 무어든 이고 있고. 이들은 우물가에 이르자 능수버들 그늘 아래서 먼첨 목을 축였다.
그러나 떠날 때에는 여전히 다리를 쩔룩이며 북녘 산목을 넘어 사라지는 것이었다. 저녁녘에 와 닿는 패는 마을서 하룻밤을 묵는 수도 있었다. 그럴 때에는 또 으레 서산 밑에 있는 낡은 방앗간을 찾아 들었다. 방앗간에 자리 잡자 곧 여인들은 자기네가 차고 가는 바가지를 내들고 밥 동냥을 나섰다. 먼저 찾아가는 것이 게서 마주 쳐다보이는 동쪽 산기슭에 있는 집 두 채의 기와집이었다.
이 목넘이 마을 서쪽 산 밑 간난이네 집 옆 방앗간에 웬 개 한 마리가 언제 방아를 찧어 보았는지 모르게, 겨 아닌 뽀얀 먼지만이 앉은 풍구(바람을 일으켜 곡물에 섞인 먼지나 겨, 쭉정이 등을 제거하는 농기구) 밑을 혓바닥으로 핥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또 신둥이 몸에 든 황톳물도 어쩐지 평안도 땅의 황토와는 다른 빛깔 같았다.

각주

  1. 다른 곳으로 빠져나갈 수 없는 중요한 통로의 좁은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