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

법정의 「무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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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토론 | 기여) 사용자의 2019년 9월 16일 (월) 19:40 판 (새 문서: {{버튼클릭|작품 목록으로 돌아가기}} =='''본문'''== <div style="text-align:justify"> {{Blockquote|내가 잠시 낙향(落鄕)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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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e-left.png 내가 잠시 낙향(落鄕)해서 있었을 때 일.

어느 날 밤이었다. 달이 몹시 밝았다. 서울서 이사 온 윗마을 김 군을 찾아갔다. 대문은 깊이 잠겨 있고 주위는 고요했다. 나는 밖에서 혼자 머뭇거리다가 대문을 흔들지 않고 그대로 돌아섰다.

맞은편 집 사랑 툇마루엔 웬 노인이 한 분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달을 보고 있었다. 나는 걸음을 그리로 옮겼다. 그는 내가 가까이 가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아니했다.

“좀 쉬어가겠습니다.”

하며 걸터앉았다. 그는 이웃 사람이 아닌 것을 알자,

“아랫마을서 오셨소?”

하고 물었다.

“네, 달이 하도 밝기에…….”

“음! 참 밝소.”

허연 수염을 쓰다듬었다.

두 사람은 각각 말이 없었다. 푸른 하늘은 먼 마을에 덮여 있고, 뜰은 달빛에 젖어 있었다. 노인이 방으로 들어가더니, 안으로 통한 문소리가 나고 얼마 후에 다시 문소리가 들리더니, 노인은 방에서 상을 들고 나왔다. 소반에는 무청김치 한 그릇, 막걸리 두 사발이 놓여 있었다.

“마침 잘 됐소, 농주(農酒) 두 사발이 남았더니…….”

하고 권하며, 스스로 한 사발을 쭉 들이켰다. 나는 그런 큰 사발의 술을 먹어 본 적은 일찍이 없었지만 그 노인이 마시는 바람에 따라 마셔 버렸다.

이윽고,

“살펴 가우.”

하는 노인의 인사를 들으며 내려왔다. 얼마쯤 내려오다 돌아보니, 노인은 그대로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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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윤오영, 『고독한 반추』(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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