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

"현진건의 「불국사 기행」"의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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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ckquote|7월 12일, 아침 첫 차로 경주를 떠나 불국사로 향하다. 떠날 임시에 봉황대(鳳凰臺)에 올랐건만, 잔뜩 찌푸린 일기에 짙은 안개는 나의 눈까지 흐리고 말았다. 시포(屍布)를 늘어 놓은 듯한 희미한 강줄기, 몽롱한 무덤의 봉우리, 쓰러지는 듯한 초가집 추녀가 도모지 눈물겹다. 어젯밤에 나를 부여잡고 울던 옛 서울은 오늘 아츰에도 눈물을 거두지 않은 듯, 그렇지 않아도 구슬픈 내 가슴이어든 심란한 이 정경에 어찌 견디랴. 지금 떠나면 1년, 10년, 혹은 20년 후에나 다시 만날지 말지! 기약 없는 이 작별을 앞두고 눈물에 젖은 임의 얼굴! 내 옷소매가 축축이 젖음은 안개가 녹아 나린 탓만이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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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ckquote|7월 12일, 아침 첫 차로 경주를 떠나 불국사로 향하다. 떠날 임시에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794334&cid=46619&categoryId=46619 봉황대(鳳凰臺)]에 올랐건만, 잔뜩 찌푸린 일기에 짙은 안개는 나의 눈까지 흐리고 말았다. 시포(屍布)를 늘어 놓은 듯한 희미한 강줄기, 몽롱한 무덤의 봉우리, 쓰러지는 듯한 초가집 추녀가 도모지 눈물겹다. 어젯밤에 나를 부여잡고 울던 옛 서울은 오늘 아츰에도 눈물을 거두지 않은 듯, 그렇지 않아도 구슬픈 내 가슴이어든 심란한 이 정경에 어찌 견디랴. 지금 떠나면 1년, 10년, 혹은 20년 후에나 다시 만날지 말지! 기약 없는 이 작별을 앞두고 눈물에 젖은 임의 얼굴! 내 옷소매가 축축이 젖음은 안개가 녹아 나린 탓만이 아니리라.
  
 
장난감 기차는 반 시간이 못 되어 불국사역까지 실어다 주고, 역에서 등대(等待)했던 자동차는 십릿길을 단숨에 껑청껑청 뛰어서 불국사에 대었다. 뒤로 토함산을 등지고 왼편으로 울창한 송림을 끌며 앞으로 광활한 평야를 내다보는 절의 위치부터 풍수쟁이 아닌 나의 눈에도 벌써 범상치 아니했다. 더구나 돌 층층대를 쳐다볼 때에 그 굉장한 규모와 섬세한 솜씨에 눈이 어렸다.
 
장난감 기차는 반 시간이 못 되어 불국사역까지 실어다 주고, 역에서 등대(等待)했던 자동차는 십릿길을 단숨에 껑청껑청 뛰어서 불국사에 대었다. 뒤로 토함산을 등지고 왼편으로 울창한 송림을 끌며 앞으로 광활한 평야를 내다보는 절의 위치부터 풍수쟁이 아닌 나의 눈에도 벌써 범상치 아니했다. 더구나 돌 층층대를 쳐다볼 때에 그 굉장한 규모와 섬세한 솜씨에 눈이 어렸다.

2019년 9월 16일 (월) 20:22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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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현진건, 『고도순례 경주(古都巡禮慶州)』(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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