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남도 대동군 재경리면 천서리"의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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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iv style="text-align:center">[[파일:천서리_캡처.png|500px]]<br> | ||
+ | ▲국토지리정보원 북한구지도에 나타난 천서리<ref>사진 출처: [http://map.ngii.go.kr/ms/map/NlipMap.do 국토정보플랫폼 국토정보맵]</ref></div> | ||
+ | {| class="wikitable" style="width:80%; margin: auto;" | ||
+ | ! style="text-align: left; background-color:#ffffff" | | ||
+ | *황순원은 1948년에 단편집 『목넘이마을의 개』를 낸다.<ref>출처: [https://www.yp21.go.kr/museumhub/contents.do?key=1030 황순원문학촌소나기마을> 작가 황순원> 연대기]</ref> | ||
+ | *황순원의 단편소설 「목넘이마을의 개」의 배경인 ''''목넘이마을''''은 '''작가의 외가 마을(대동군 재경면 천서리)'''이다.<ref>출처: [https://www.yp21.go.kr/museumhub/contents.do?key=1030 황순원문학촌소나기마을> 작가 황순원> 연대기]</ref> | ||
+ | *따라서 「목넘이마을의 개」를 통해 당시 천서리의 풍경과 생활상을 상상해볼 수 있다. | ||
+ | |}<br> | ||
+ | ===<big>'''목넘이마을의 개와 천서리'''</big><small><ref>본문 내용 출처: 황순원, 「목넘이마을의 개」, 1948.03.</ref></small>===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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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iv style="text-align:center">[[파일:목넘이마을의개그리고천서리.png|500px|]]</div>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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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어디를 가려도 목<ref>다른 곳으로 빠져나갈 수 없는 중요한 통로의 좁은 곳</ref>을 넘어야 했다. '''남쪽만은 꽤 길게 굽이돈 골짜기를 이루고 있지만, 결국 동서남북 모두 산으로 둘러싸여 어디를 가려도 산목을 넘어야만 했다.''' 그래 이름지어 목넘이 마을이라 불렀다. 이 목넘이 마을에 한 시절 이른봄으로부터 늦가을까지 적잖은 서북간도 이사꾼이 들러 지나갔다. 남쪽 산목을 넘어오는 이들 이사꾼들은 이 마을에 들어서서는 으레 '''서쪽 산 밑 오막살이 앞에 있는 우물가'''에서 피곤한 다리를 쉬어 가는 것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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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여인들은 애를 업고도 머리에다 무어든 이고 있고. 이들은 '''우물가에 이르자 능수버들 그늘 아래'''서 먼첨 목을 축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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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러나 떠날 때에는 여전히 다리를 쩔룩이며 북녘 산목을 넘어 사라지는 것이었다. 저녁녘에 와 닿는 패는 마을서 하룻밤을 묵는 수도 있었다. 그럴 때에는 또 으레 '''서산 밑에 있는 낡은 방앗간'''을 찾아 들었다. 방앗간에 자리 잡자 곧 여인들은 자기네가 차고 가는 바가지를 내들고 밥 동냥을 나섰다. 먼저 찾아가는 것이 게서 '''마주 쳐다보이는 동쪽 산기슭에 있는 집 두 채의 기와집'''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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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 목넘이 '''마을 서쪽 산 밑 간난이네 집 옆 방앗간'''에 웬 개 한 마리가 언제 방아를 찧어 보았는지 모르게, 겨 아닌 뽀얀 먼지만이 앉은 풍구(바람을 일으켜 곡물에 섞인 먼지나 겨, 쭉정이 등을 제거하는 농기구) 밑을 혓바닥으로 핥고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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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러고 보면 또 신둥이 몸에 든 황톳물도 어쩐지 '''평안도 땅'''의 황토와는 다른 빛깔 같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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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방앗간을 나온 신둥이는 바로 옆인 간난이네 집 수수깡 바잣문<ref>바자로 만든 울타리에 낸 사립문</ref> 틈으로 들어갔다. 토방<ref>마루를 놓을 수 있는 처마 밑의 땅</ref>''' 밑에 엎디어 있던 간난이네 누렁이가 고개를 들고 일어서더니 낯설다는 눈치로 마주 나왔다. 신둥이는 저를 물려고 나오는 줄로 안 듯 꼬리를 찰싹 올라붙은 배 밑으로 껴 넣고는 쩔룩거리는 걸음으로 달아나 오고 말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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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게딱지같은 오막살이들이 끝난 곳에는 채전'''<ref>채소밭</ref>이었다. 신둥이는 채전 옆을 지나면서 누렁이가 뒤따라오지 않는다는 것을 안 다음에도 그냥 쩔룩거리는 반 뜀걸음으로 달렸다. '''채전이 끝난 곳은 판이 고르지 못한 조각뙈기 밭'''이었다. '''조각뙈기 밭들이 끝난 곳은, 가물<ref>가뭄</ref>에는 물 한 방울 남지 않고 조약돌이 그냥 드러나는, 지금은 군데군데 끊긴 물이 괴어 있는 도랑'''이었다. 신둥이는 여기서 괴어 있는 물을 찰딱찰딱 핥아먹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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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도랑 건너편이 바로 비스듬한 언덕'''이었다. '''이 언덕 위 안쪽에 목넘이 마을 주인인 동장네 형제의 기와집이 좀 새<ref>사이</ref>를 두고 앉아 있었다. 이 두 기와집 한중간에 이 두 집에서만 전용하는 방앗간이 하나 있었다.''' 신둥이는 이 방앗간으로 걸어갔다. 그냥 쩔뚝이는 걸음으로. 그래도 여기에는 먼지와 함께 쌀겨<ref>쌀을 찧을 때 나오는 가장 고운 껍질</ref>가 앉아 있었다. 신둥이는 풍구 밑을 분주히 핥으며 돌아갔다. 이러는 신둥이의 달라붙은 배는 한층 더 바삐 할딱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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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사실 '''대문에서 들여다뵈는 부엌문 밖 개 구유'''<ref>마소의 먹이를 담아 주는 나무 그릇</ref>에는 검둥이가 붙어 서서 첩첩첩첩 밥을 먹고 있었다. 신둥이는 저도 모르게 꼬리를 뒷다리 새에 끼고 후들후들 떨면서 그리고 가까이 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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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신둥이는 '''어제 비에 제법 물이 흐르는 도랑을 건너, 김 선달이 일하는 조각뙈기 밭 새'''를 지나기까지 그냥 뛰었다. 이런 신둥이는 요행 다리만은 절룩이지 않았다. 서쪽 산 밑 간난이네 집 옆 방앗간으로 온 신둥이는 또 먼지만 내려앉은 풍구 밑으로 가 누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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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 부르짖음은 신둥이가 '''서쪽 산 밑 오막살이''' 새로 사라져 뵈지 않게 되고, 사이를 두어 김 선달의 그 특징 있는, 뜀질할 때의 웃몸을 뒤로 젖힌 뒷모양이 뵈지 않게 된 뒤에도 그냥 몇 번 계속되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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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파투웨다<ref>실패했다</ref>. 그놈의 가이새끼 날래기가 한덩이(한정이) 있어야지요. '''뒷산'''으루 올라가구 말았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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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조반 뒤에 큰 동장과 작은 동장은 그즈음 '''아랫골 천둥지기 논 작답<ref>땅을 일구어 논을 만듦</ref>하는 데'''로 나갔다. '''차손이네가 부치는 큰 동장네 높디높은 다락배미 논<ref>비탈진 산골짜기에 층층으로 된 좁고 작은 논배미</ref>을 낮추어, 간난이네가 부치는 작은 동장네 깊은 우물배미 논(우묵하게 들어간 논배미)에다 메워 두 논 다 논다운 논을 만들려는 것'''이었다. 차손이네와 간난이네는 벌써 해토<ref>얼었던 땅이 녹아서 풀림</ref> 무렵부터 온 가족이 나서다시피 해서 이 작답 부역을 해 오고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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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절가가 남포등을 내다 '''밤나무''' 가지에 걸었다. 남포 불빛 아래서 개기름 땀과 괸돌 동장의 포마드 바른 머리가 살아나 번질거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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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러지 않아도 '''서쪽 산밑 차손이네 마당귀'''에 모여 앉았던 사람들 가운데, 김 선달은 전부터 개고기를 먹고 하는 소리란 에누리없이 그 때 잡아먹는 개가 살아서 짖던 청으로 나온다는 말을 해 모두 웃겨 오던 터인데, 이날 밤도 괸돌 동장과 작은 동장의 주고받는 소리를 두고, 저것은 검둥이 목소리, 저것은 바둑이 목소리 하여 사람들을 웃기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웃긴 김 선달이나 웃는 동네 사람들이나 모두 한결같이, 그까짓 건 어찌 됐던 언제 대보았는지 모르는 비린 것을 한번 입에 대보았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이날 밤 '''큰 동장네 뒤꼍 밤나뭇가지'''에는 밤 깊도록 남포등이 또한 무슨 짐승의 눈알이나처럼 매달려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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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두 달이 지나도 누렁이는 미쳐 나가지 않았다. '''서쪽 산 밑 사람들은 오조<ref>일찍 익는 조</ref> 갈<ref>추수</ref>'''을 해들였다. 방아를 찧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일 년 중에 이 오조밥 해먹는 일이 큰 즐거움의 하나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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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런 일이 있은 지 한 달쯤 뒤, 가을도 다 끝나고 이제 곧 겨울 나무 준비로 바쁜 어느 날, 간난이 할아버지는 서산 너머의 옛날부터 험한 곳이라고 해서 좀처럼 나무꾼들이 드나들지 않는, 따라서 거기만 가면 쉽게 나무 한 짐을 해 올 수 있는 '''여웃골'''로 나무를 하러 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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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간난이 할아버지는 '''여웃골'''에서 강아지를 본 뒤로부터는 한층 조심해서, 누가 눈치 채지 못하게 나무하러 가서는 이 강아지들을 보는 게 한 재미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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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mall>'''각주'''</small>== | ||
+ | <references/> |
2020년 7월 1일 (수) 21:53 기준 최신판
목넘이마을의 개와 천서리[4]
어디를 가려도 목[5]을 넘어야 했다. 남쪽만은 꽤 길게 굽이돈 골짜기를 이루고 있지만, 결국 동서남북 모두 산으로 둘러싸여 어디를 가려도 산목을 넘어야만 했다. 그래 이름지어 목넘이 마을이라 불렀다. 이 목넘이 마을에 한 시절 이른봄으로부터 늦가을까지 적잖은 서북간도 이사꾼이 들러 지나갔다. 남쪽 산목을 넘어오는 이들 이사꾼들은 이 마을에 들어서서는 으레 서쪽 산 밑 오막살이 앞에 있는 우물가에서 피곤한 다리를 쉬어 가는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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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들은 애를 업고도 머리에다 무어든 이고 있고. 이들은 우물가에 이르자 능수버들 그늘 아래서 먼첨 목을 축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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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떠날 때에는 여전히 다리를 쩔룩이며 북녘 산목을 넘어 사라지는 것이었다. 저녁녘에 와 닿는 패는 마을서 하룻밤을 묵는 수도 있었다. 그럴 때에는 또 으레 서산 밑에 있는 낡은 방앗간을 찾아 들었다. 방앗간에 자리 잡자 곧 여인들은 자기네가 차고 가는 바가지를 내들고 밥 동냥을 나섰다. 먼저 찾아가는 것이 게서 마주 쳐다보이는 동쪽 산기슭에 있는 집 두 채의 기와집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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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목넘이 마을 서쪽 산 밑 간난이네 집 옆 방앗간에 웬 개 한 마리가 언제 방아를 찧어 보았는지 모르게, 겨 아닌 뽀얀 먼지만이 앉은 풍구(바람을 일으켜 곡물에 섞인 먼지나 겨, 쭉정이 등을 제거하는 농기구) 밑을 혓바닥으로 핥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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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또 신둥이 몸에 든 황톳물도 어쩐지 평안도 땅의 황토와는 다른 빛깔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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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앗간을 나온 신둥이는 바로 옆인 간난이네 집 수수깡 바잣문[6] 틈으로 들어갔다. 토방[7] 밑에 엎디어 있던 간난이네 누렁이가 고개를 들고 일어서더니 낯설다는 눈치로 마주 나왔다. 신둥이는 저를 물려고 나오는 줄로 안 듯 꼬리를 찰싹 올라붙은 배 밑으로 껴 넣고는 쩔룩거리는 걸음으로 달아나 오고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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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딱지같은 오막살이들이 끝난 곳에는 채전[8]이었다. 신둥이는 채전 옆을 지나면서 누렁이가 뒤따라오지 않는다는 것을 안 다음에도 그냥 쩔룩거리는 반 뜀걸음으로 달렸다. 채전이 끝난 곳은 판이 고르지 못한 조각뙈기 밭이었다. 조각뙈기 밭들이 끝난 곳은, 가물[9]에는 물 한 방울 남지 않고 조약돌이 그냥 드러나는, 지금은 군데군데 끊긴 물이 괴어 있는 도랑이었다. 신둥이는 여기서 괴어 있는 물을 찰딱찰딱 핥아먹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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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랑 건너편이 바로 비스듬한 언덕이었다. 이 언덕 위 안쪽에 목넘이 마을 주인인 동장네 형제의 기와집이 좀 새[10]를 두고 앉아 있었다. 이 두 기와집 한중간에 이 두 집에서만 전용하는 방앗간이 하나 있었다. 신둥이는 이 방앗간으로 걸어갔다. 그냥 쩔뚝이는 걸음으로. 그래도 여기에는 먼지와 함께 쌀겨[11]가 앉아 있었다. 신둥이는 풍구 밑을 분주히 핥으며 돌아갔다. 이러는 신둥이의 달라붙은 배는 한층 더 바삐 할딱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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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문에서 들여다뵈는 부엌문 밖 개 구유[12]에는 검둥이가 붙어 서서 첩첩첩첩 밥을 먹고 있었다. 신둥이는 저도 모르게 꼬리를 뒷다리 새에 끼고 후들후들 떨면서 그리고 가까이 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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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둥이는 어제 비에 제법 물이 흐르는 도랑을 건너, 김 선달이 일하는 조각뙈기 밭 새를 지나기까지 그냥 뛰었다. 이런 신둥이는 요행 다리만은 절룩이지 않았다. 서쪽 산 밑 간난이네 집 옆 방앗간으로 온 신둥이는 또 먼지만 내려앉은 풍구 밑으로 가 누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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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르짖음은 신둥이가 서쪽 산 밑 오막살이 새로 사라져 뵈지 않게 되고, 사이를 두어 김 선달의 그 특징 있는, 뜀질할 때의 웃몸을 뒤로 젖힌 뒷모양이 뵈지 않게 된 뒤에도 그냥 몇 번 계속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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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투웨다[13]. 그놈의 가이새끼 날래기가 한덩이(한정이) 있어야지요. 뒷산으루 올라가구 말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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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 뒤에 큰 동장과 작은 동장은 그즈음 아랫골 천둥지기 논 작답[14]하는 데로 나갔다. 차손이네가 부치는 큰 동장네 높디높은 다락배미 논[15]을 낮추어, 간난이네가 부치는 작은 동장네 깊은 우물배미 논(우묵하게 들어간 논배미)에다 메워 두 논 다 논다운 논을 만들려는 것이었다. 차손이네와 간난이네는 벌써 해토[16] 무렵부터 온 가족이 나서다시피 해서 이 작답 부역을 해 오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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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가가 남포등을 내다 밤나무 가지에 걸었다. 남포 불빛 아래서 개기름 땀과 괸돌 동장의 포마드 바른 머리가 살아나 번질거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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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 않아도 서쪽 산밑 차손이네 마당귀에 모여 앉았던 사람들 가운데, 김 선달은 전부터 개고기를 먹고 하는 소리란 에누리없이 그 때 잡아먹는 개가 살아서 짖던 청으로 나온다는 말을 해 모두 웃겨 오던 터인데, 이날 밤도 괸돌 동장과 작은 동장의 주고받는 소리를 두고, 저것은 검둥이 목소리, 저것은 바둑이 목소리 하여 사람들을 웃기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웃긴 김 선달이나 웃는 동네 사람들이나 모두 한결같이, 그까짓 건 어찌 됐던 언제 대보았는지 모르는 비린 것을 한번 입에 대보았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이날 밤 큰 동장네 뒤꼍 밤나뭇가지에는 밤 깊도록 남포등이 또한 무슨 짐승의 눈알이나처럼 매달려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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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이 지나도 누렁이는 미쳐 나가지 않았다. 서쪽 산 밑 사람들은 오조[17] 갈[18]을 해들였다. 방아를 찧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일 년 중에 이 오조밥 해먹는 일이 큰 즐거움의 하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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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있은 지 한 달쯤 뒤, 가을도 다 끝나고 이제 곧 겨울 나무 준비로 바쁜 어느 날, 간난이 할아버지는 서산 너머의 옛날부터 험한 곳이라고 해서 좀처럼 나무꾼들이 드나들지 않는, 따라서 거기만 가면 쉽게 나무 한 짐을 해 올 수 있는 여웃골로 나무를 하러 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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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난이 할아버지는 여웃골에서 강아지를 본 뒤로부터는 한층 조심해서, 누가 눈치 채지 못하게 나무하러 가서는 이 강아지들을 보는 게 한 재미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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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 ↑ 사진 출처: 국토정보플랫폼 국토정보맵
- ↑ 출처: 황순원문학촌소나기마을> 작가 황순원> 연대기
- ↑ 출처: 황순원문학촌소나기마을> 작가 황순원> 연대기
- ↑ 본문 내용 출처: 황순원, 「목넘이마을의 개」, 1948.03.
- ↑ 다른 곳으로 빠져나갈 수 없는 중요한 통로의 좁은 곳
- ↑ 바자로 만든 울타리에 낸 사립문
- ↑ 마루를 놓을 수 있는 처마 밑의 땅
- ↑ 채소밭
- ↑ 가뭄
- ↑ 사이
- ↑ 쌀을 찧을 때 나오는 가장 고운 껍질
- ↑ 마소의 먹이를 담아 주는 나무 그릇
- ↑ 실패했다
- ↑ 땅을 일구어 논을 만듦
- ↑ 비탈진 산골짜기에 층층으로 된 좁고 작은 논배미
- ↑ 얼었던 땅이 녹아서 풀림
- ↑ 일찍 익는 조
- ↑ 추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