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황순원 문학상 심사평"의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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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셨군요. 정확히는, 기억하고자 하는 노력에 저항하는 노인성 ‘현기증’. 이 현기증이 작품 도입부에서 비석모양 버티고 있습니다. ‘7월 24일에 특급 열차 탈선과 화재 사고가 났다. 분명하지는 않았지만 혹시 휴가……’에서 보듯 ‘분명하지는 않았지만’이 작품 속에 무수히 울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P가 그 열차를 탔든 타지 않았든 P가 죽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로 변주곡을 이루어냅니다. P가 사고 열차를 탔을지도 모르며 안 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열차를 P가 탔든 안 탔든 관계없이 P가 죽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는 것. 이런 ‘의식’이야말로 시체 냄새라는 것. 그러니까 헤겔 투로 하면 ‘의식’이 주인공인 셈이겠지요.” | “잘 보셨군요. 정확히는, 기억하고자 하는 노력에 저항하는 노인성 ‘현기증’. 이 현기증이 작품 도입부에서 비석모양 버티고 있습니다. ‘7월 24일에 특급 열차 탈선과 화재 사고가 났다. 분명하지는 않았지만 혹시 휴가……’에서 보듯 ‘분명하지는 않았지만’이 작품 속에 무수히 울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P가 그 열차를 탔든 타지 않았든 P가 죽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로 변주곡을 이루어냅니다. P가 사고 열차를 탔을지도 모르며 안 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열차를 P가 탔든 안 탔든 관계없이 P가 죽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는 것. 이런 ‘의식’이야말로 시체 냄새라는 것. 그러니까 헤겔 투로 하면 ‘의식’이 주인공인 셈이겠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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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확실한 자기의 소유물 속에 완고히 자폐될 때, 미래의 불확실성 앞에 비틀거리며 타자라는 이질성에 마음을 닫는다면 창조적 자유란 나올 수 없는 법. 이러한 실존적 형식을 기독교의 전통은 ‘죄’라 불렀던 것. 어째서 타자를 거부하는가. 그럴 만한 이유가 없지 않지요. 과도하게 자기 존재에 기울어져 불안 속에 내쫓기는 지금의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 확보하고자 했기 때문이지요. 근원적으로는, 죽음에 대한 불안에서 말미암지요. 죽음의 불안 속에 흔들리면서 자기의 존재를 자각함에서 말미암은 것이니까. 죽음에 대한 불안이 만일 인간의 보편적 느낌이라면 그 구제 방법은 무엇일까. 『시취』는 아직 거기까지 이른 것은 아니겠지요. 다만 그 입구에 가까이 갔다고나 할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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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8일 (월) 21:10 판
수상작
『손풍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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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작
『시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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