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

"제2회 황순원 문학상 심사평"의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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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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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취란 사전적 뜻은, 시체에서 풍기는 냄새 아닙니까. 그런데 그 냄새가 몸에서 나는 것이 아니군요. ‘의식’의 냄새라고나 할까. 그러니까 ‘치매스러움’의 냄새이겠는데요.”
 
“시취란 사전적 뜻은, 시체에서 풍기는 냄새 아닙니까. 그런데 그 냄새가 몸에서 나는 것이 아니군요. ‘의식’의 냄새라고나 할까. 그러니까 ‘치매스러움’의 냄새이겠는데요.”
  

2020년 6월 8일 (월) 20:57 판

수상작

『손풍금』


“『손풍금』을 읽고 있노라면, 두 가지 점에서 절로 머리가 숙여집니다. 하나는 이 과제에 대한 작가의 지속성. 『어둠의 혼』(1973)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중단 없이 매달린 작가의 놀라운 일관성은 유레를 찾기 어려울 정도. 다른 하나는, 실은 이 점이 중요한데, 실험성이 그것. 이런 일관성과 실험성을 에워싸고 있는 것이 바로 치열성이겠는데.”


“적절한 사례가 아닐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흔히 지독한 충격을 받은 사람이 어떻게든 그 사건을 되풀이하여 그 사건을 타인에게 말하고 있음을 자주 보아왔는데, 『손풍금』의 작가의 경우도 이와 방불한지 모르겠습니다. 제 말씀은 그러니까 작가 자신이 근원적인 의미에서 사건의 주체라는 것. 그러니까 그는 그것을 말함으로써 그토록 견디기 어려운 결과에서 자기를 해방하는 한편 그 사건을 객관화하고자 꾀합니다.”

후보작

『시취』


“시취란 사전적 뜻은, 시체에서 풍기는 냄새 아닙니까. 그런데 그 냄새가 몸에서 나는 것이 아니군요. ‘의식’의 냄새라고나 할까. 그러니까 ‘치매스러움’의 냄새이겠는데요.”


“잘 보셨군요. 정확히는, 기억하고자 하는 노력에 저항하는 노인성 ‘현기증’. 이 현기증이 작품 도입부에서 비석모양 버티고 있습니다. ‘7월 24일에 특급 열차 탈선과 화재 사고가 났다. 분명하지는 않았지만 혹시 휴가……’에서 보듯 ‘분명하지는 않았지만’이 작품 속에 무수히 울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P가 그 열차를 탔든 타지 않았든 P가 죽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로 변주곡을 이루어냅니다. P가 사고 열차를 탔을지도 모르며 안 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열차를 P가 탔든 안 탔든 관계없이 P가 죽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는 것. 이런 ‘의식’이야말로 시체 냄새라는 것. 그러니까 헤겔 투로 하면 ‘의식’이 주인공인 셈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