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무늬 토기[無文土器]

설명

빗살무늬 토기(櫛文土器)와 대비되는 의미에서 불리기 시작한 것으로, 무늬가 없는 것은 물론 무늬가 새겨진 것도 포함하여 넓은 의미에서 청동기 시대의 토기에 대한 총칭이다. 때로는 간 토기(磨硏土器) 등을 제외한 좁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대략 800℃ 이내의 낮은 온도에서 소성되었으며, 바탕흙(胎土)에는 석립(石粒)이 포함되어 다소 거친 느낌을 준다. 토기에 새겨진 무늬의 종류로는 돋을띠무늬(突帶文), 겹아가리(二重口緣), 톱니무늬(鋸齒文), 구멍무늬(孔列文), 골아가리(口脣刻目), 짧은 빗금무늬(短斜線文) 등이 있다. 토기의 용도에 따라서는 크게 생활용과 제사·의례용으로 나누어진다. 생활용은 주로 집자리를 비롯한 생활 공간에서 출토되며, 음식의 조리와 저장 등에 사용되었다. 제사·의례용은 주로 장송 의례에 사용된 붉은 간 토기(赤色磨硏土器)가 대표적이며, 생활 의례용으로 집자리 등에서 출토되는 것도 있다. 민무늬 토기의 기종은 주로 기형에 따라 크게 깊은 바리(深鉢)·얕은 바리(深鉢)·독(甕)·항아리(壺)·굽달린 바리(臺附鉢)·굽다리 접시(高杯)·뚜껑(蓋) 등으로 분류된다.

바리는 최대 지름이 아가리에 있으며 몸통에서 꺾임이 없이 곧장 구연으로 연결되는 것인데, 대체로 윗 지름보다 높이가 큰 쪽을 깊은 바리로, 높이가 낮은 쪽을 얕은 바리로 나눈다. 항아리는 몸통이 점차 좁아져 목이 부착된 것을 지칭한다. 이에 반하여 독은 최대 지름이 몸통에 있으면서 목이 없는 것이며 늦은 시기에 나타난다. 즉 아가리와 몸통이 그대로 이어진 것이나, 아가리가 몸통에서 껶여 있어도 팽이 토기(角形土器)·덧띠 토기(粘土帶土器)처럼 아가리가 짧은 형태를 말한다. 굽달린 바리는 바리에 대각이 부착된 것이다.

굽다리 토기(臺附土器)는 여러 기종의 토기에 높고 낮은 대각을 부착한 것인데, ‘대부 토기(臺附土器)’라고도 부르며 한반도에서는 덧띠 토기 단계에 보편화하는 기종이지만 그 이전 시기에는 붉은 간 토기에 주로 확인된다. 중국 동북 지역에서 비롯되었으며 덧띠 토기 시기의 것으로 원통형의 높은 굽다리가 붙은 토기는 ‘두형 토기(豆形土器)’라고도 불린다. 뚜껑은 남한 지역에서는 덧띠 토기 단계가 되어서야 일상화되지만, 그 직전 시기에도 확인되는 사례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기종의 분류는 반드시 형태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아가리가 내만하는 깊은 바리의 경우는 기형 분류에 따른다면 독이라고 해야 하겠지만, 이것이 시간에 따라 아가리가 직립에서 내경하는 쪽으로의 변천이라고 한다면 비록 독 모양이라도 깊은 바리로 분류되어도 좋을 것이다. 이처럼 역사적 분류와 형태적 분류에 따라 그 분류 기준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각 기종에 따른 기능은 항아리가 저장기(貯藏器), 독과 깊은 바리는 자비기(煮沸器), 얕은 바리는 식기(食器)로 보통 알려져 있지만, 이것도 시기에 따라 혹은 크기에 따라 변동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각 지역의 지역색에 따라 분류되는 민무늬 토기 기종의 구성비는 압록강 유역이 깊은 바리, 대동강 유역이 독, 두만강 유역이 항아리 중심의 특징을 가진다. 남한 지역은 깊은 바리가 중심이지만, 송국리 단계에는 항아리 중심이며 덧띠 토기 단계에는 독 중심으로 변화한다. 그런데 남한 지역에서도 동남 지역은 늦은 시기에도 깊은 바리가 우세한 경향이 있다. 이렇게 각 지역에서 기종 구성의 차이를 보이는 것은 생활 양식의 차이, 즉 농경민은 독이라면 수렵 채집민은 바리가 대표적인 기종이고, 문화의 계통적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민무늬 토기의 성형(成形)은 점토띠를 바깥쪽에 덧붙여 쌓아 가는 외경 접합(外傾接合)과 안쪽으로 쌓는 내경 접합(內傾接合)으로 나눈다. 또 점토띠의 형태에 따라 판상의 점토띠를 고리 모양으로 한 단 두 단 쌓아 올리는 윤적법(輪積法)과 점토띠를 코일 모양으로 쌓아 올리는 권상법(捲上法), 손으로 점토띠를 오목하게 눌러 성형하는 수날법(手捏法)이 있다. 대부분의 민무늬 토기는 외경 접합의 윤적법으로 성형되지만, 가장 이른 시기에 속하는 돋을띠무늬 토기(突帶文土器)에서는 내경 접합 기법을 찾아 볼 수 있고 점토띠의 폭이 좁은 특징이 있다. 기종에 따라 윤적의 점토띠 폭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쌓아 올리는 점토띠의 단수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소형이나 명기(明器)의 기능을 가지는 민무늬 토기는 권상법이나 수날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민무늬 토기의 아랫 부분에는 가끔 잎이 큰 나뭇잎이나 볍씨와 같은 곡물의 흔적이 찍힌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아마 회전축이 없는 제작대 위에 넓은 나뭇잎을 깔고 그 위에서 토기를 제작하였으며, 주로 곡물의 수확기인 가을철에 만든 것이라고도 추정한다.

정면 기법(整面技法)은 가죽이나 천으로써 토기 표면을 고르게 정리한 물손질 기법이 보편적으로 사용되며, 이 외에 마연, 목리 조정(木理調整), 목판 누르기, 두드림(打捺), 깎기, 긁기 등의 기법도 사용된다. 마연 기법은 붉은 간 토기·갈색 간 토기·검은 간 토기에서 관찰되듯이 매끄러운 도구로써 문질러 그릇 표면에 광택을 낸 것이며, 민무늬 토기에서는 극히 부분적으로만 사용된다. 목리 조정은 나무판으로 긁어 생기는 나이테의 요철흔(凹凸痕)을 말한다. 목판 누르기는 나무판으로 토기의 표면을 누른 것인데, 일종의 두드림 기법으로도 볼 수 있지만, 연속적으로 두드린 것은 아니다. 두드림은 나무판에 노끈을 감거나 음각으로 선을 새긴 두들개(拍子)로 토기 표면을 두드린 기법이다. 깎기는 주로 기벽이 두터운 곳을 얇게 하기 위해서 예새와 같은 도구로 점토를 깎아내는 기법이다. 토기의 밑바닥을 깎아 올림 바닥을 만드는데 주로 이용된다. 긁기는 토기를 성형할 때 생긴 기면의 요철 면을 평탄하게 하기 위해 딱딱한 도구로 긁는 기법이며, 토기의 내면에서 주로 관찰된다. 물손질과 마연은 토기의 표면을 마무리한 기법이며, 그 외의 기법은 기벽을 고르게 하기 위한 정면 기법이다. 다만 깎기의 경우는 때때로 성형 기법의 역할도 한다.

민무늬 토기의 색조는 다양하지만 모두 적·황·갈색계로서 산화염(酸化焰)에서 소성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적·황색계의 토기는 충분히 공기를 공급하여 산화염에서 제작된 것이며, 갈색 토기는 태토 속의 유기물이 어느 정도 탄화된 채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간혹 흑색의 반점이 있는 것은 숯덩이가 표면에 붙어 있었거나 토기와 토기가 서로 붙어 있어서, 탄소의 공급이 충분하지 못하여 불완전 연소된 까닭이다. 신석기 시대의 토기가 대체로 민무늬 토기보다 어두운 갈색조가 많은 점은 바탕흙의 유기물의 혼입 정도의 차이도 있겠지만, 소성 온도나 방법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라고도 생각된다. 민무늬 토기의 소성은 한뎃 가마(露天窯)에서 이루어지는데, 얕은 구덩이를 파서 그 속에 땔감을 쌓고 건조된 토기를 올려 소성한다. 송국리 단계에는 볏짚과 점토로 상부를 밀폐한 덮개식 가마가 나타난다. 진주 대평리 유적에서도 일례가 알려져 있지만, 중서부 지역의 해안부 송국리 문화 단계의 유적에서 빈번히 확인된다. 비록 일회용의 밀폐식 구조라고는 하나 이 시기 송국리식 토기의 색조가 적·황색계인 점으로 본다면 공기의 흡입과 배출이 원활한 구조로서 산화염 소성이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가마는 두드림 기법이 채용된 중서부 해안 지역과 관련이 깊다고 생각된다. 아직 북한 지역에서 두드림 기법과 밀폐식 토기 가마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중서부 지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 산둥 반도와의 교류가 예상된다.

토기의 전면이 흑·회색계인 토기는 남한 지역에서는 주로 덧띠 토기와 함께 발견되지만, 북한 지역에서는 미송리식 토기나 간 토기에서도 간혹 발견된다. 이러한 토기는 한뎃 가마에서 토기 소성 마지막에 유기물이나 재를 덮어 씌워 탄소를 토기 표면에 흡착시켜 완성한 것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