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트로이카
| 경성 트로이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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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사진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재유, 김삼룡, 이현상, 이관술, 이효정, 이순금, 박진홍. | |
| 성립 | 1933년 |
| 해체 | 1937년 |
| 선행조직 | 조선공산당 |
| 후행조직 | 경성콤그룹 |
목차
개요
경성트로이카(京城 Troika)는 1933년 전후 경성 지역을 중심으로 노동자·학생·농민을 조직하여 항일 사회주의 운동을 전개한 비밀결사이다. 이재유, 이현상, 김삼룡을 핵심 인물로 하여 결성되었으며, 1928년 조선공산당 해산 이후 급격히 위축된 국내 사회주의 운동을 재건하려는 시도의 중심에 있었다.
경성트로이카는 기존 사회주의 운동이 지식인 중심·상층 지도부 중심으로 운영되던 한계를 비판하며, 대중 속으로 직접 침투하는 조직 노선을 채택했다. 이들은 노동 현장, 학교, 농촌을 혁명의 출발점으로 삼았으며, 일상적인 생존 공간 속에서 항일 의식을 조직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트로이카(Troika)’는 러시아어로 ‘삼두마차’를 뜻하는데, 이는 조직의 기본 단위인 3인 1조 점조직 체계를 상징한다. 이 체계는 보안 유지를 위한 기술적 장치인 동시에, 구성원 간의 수평성과 자율성을 중시한 조직 이념의 표현이었다.
사상적 노선과 특징
경성트로이카는 코민테른의 국제 공산주의 노선을 이론적으로 수용하되, 이를 조선의 현실에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데에는 비판적이었다.
- 현실 적응적 사회주의 노선:
식민지 조선의 조건에서 합법 정당이나 대규모 공개 조직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소규모 비밀 조직을 통한 점진적 대중화 전략을 채택했다.
- 아래로부터의 혁명관:
혁명은 지도부의 선언이 아니라 노동자·학생·농민의 일상적 각성과 조직화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 문화·사상 영역의 중시:
단순한 경제 투쟁을 넘어 독서회, 학습 서클, 토론 모임 등을 통해 사상적 토대를 구축했으며, 이는 이후 저항문학과 지식인 운동으로 확장되는 기반이 되었다.
조직과 구성
트로이카 시스템
경성트로이카의 조직 운영은 철저한 세포 조직을 원칙으로 했다.
- 3인 1조 세포: 각 세포는 상호 간에만 연결되었으며, 다른 세포의 구성원은 알 수 없도록 설계되었다.
- 자율적 의사결정: 세포 단위에서 토론과 합의를 통해 행동 방침을 결정했으며, 상부의 지시는 방향 제시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 확산 구조: 한 세포는 새로운 세포를 조직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조직은 은밀하면서도 빠르게 확산되었다.
주요 인물
특히 여성 활동가들은 동덕여고보 출신의 지식인으로서 공장 노동자로 위장 취업하거나 여성 노동자를 조직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들은 파업 지도, 전단 배포, 자금 전달 등 핵심 임무를 수행했으며, 이는 일제강점기 사회주의 운동에서 여성의 주체적 참여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주요 활동
1기 (1933년 ~ 1934년)
이재유가 출옥 후 경성에 정착하며 조직 건설을 주도한 시기이다.
- 적색노조 운동:
편창제사공장, 별표고무·소화제사, 서울고무, 조선견직 등에서 파업과 쟁의를 지도했다. 이 과정에서 경제적 요구를 출발점으로 하여 반제국주의 항일 의식을 결합시키려 했다.
- 학생·지식인 운동:
경성제국대학과 고등보통학교에서 독서회와 비밀 서클을 조직했다. 이 공간은 사회주의 사상 학습뿐 아니라, 저항적 글쓰기와 비판적 담론이 형성되는 장으로 기능했다.
2기 (1934년 ~ 1936년)
1934년 대규모 검거 이후 조직 재건을 시도한 시기이다.
- 조직 재편:
이관술의 합류 이후 ‘조선공산당 재건 경성준비그룹’으로 조직을 재정비했다.
- 활동 지역 확대:
경성 외곽 및 강원도·경기도 농촌 지역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 농민 운동과의 결합을 시도했다.
주요 사건
서대문경찰서 탈출 사건
이재유는 일제 경찰에 체포되었음에도 두 차례 탈출에 성공했다.
- 1차 탈출: 서대문경찰서 유치장에서 탈출했으나 미국 영사관으로 피신했다가 다시 체포되었다.
- 2차 탈출: 1934년 3월, 담당 형사의 심리와 감시 체계의 허점을 이용해 탈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경성제국대학 교수 미야케 시카노스케(三宅鹿之助)의 관사 지하 토굴에 약 40일간 은신했다.
이 사건은 일제 경찰 기록에서도 ‘전례 없는 탈주’로 보고될 만큼 큰 충격을 주었다.
평가와 한계
경성트로이카는 조직 규모 면에서는 제한적이었으나, 일제강점기 후반 국내 사회주의 운동의 실질적 구심점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철저한 비밀 조직 구조는 대중적 확산의 속도를 제약했고, 반복되는 검거로 인해 장기적 조직 유지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의의
- 국내 사회주의 운동의 연결 고리:
1928년 조선공산당 해산 이후 해방 전까지 이어지는 사회주의 운동의 중요한 연결 고리로 기능했다.
- 대중 중심 실천의 확립:
노동 현장과 학교 속에서 대중과 함께하는 실천 노선을 정착시켰다.
- 저항문학·지식인 운동의 토대:
독서회와 학습 서클을 통해 형성된 지식인 네트워크는 이후 저항문학과 문화적 항일 운동으로 확장되었다.
- 여성 혁명가의 역사적 재조명:
여성 활동가들이 조직의 핵심 주체로 활동한 사실은 일제강점기 여성운동사와 사회주의 운동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