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해(寶海)스님

biguni
이병두 (토론 | 기여)님의 2024년 3월 19일 (화) 21:05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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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명 : 보해(寶海)
  • 생애·업적

1960년대 초까지 가야산(伽倻山) 해인사(海印寺)에 주석하신 스님.

[보해스님(寶海) 일화(逸話)] 스님은 어린 시절 출가하여 해인사 백련암에서 노 스님을 시봉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15세가량이 되자 배가 불룩해지기 시작했고, 마침내 위궤양으로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밥을 잘 먹지 못하다 보니 기운이 크게 떨어졌고, 기운이 떨어지다 보니 자주 드러눕게 되었으며,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수행은커녕 시봉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노 스님은 이러한 모습을 한참 동안 지켜보다가 보해스님을 불렀습니다.
"이놈아! 세상 사람들에게는 쌀이 양식이지만, 중에게는 신심이 양식이다. 중이 아픈 것은 신심이라는 양식이 모자라기 때문이야. 그렇게 신심 없이 빌빌거리며 살 바에는 마을로 내려가서 거지가 되어 살아라."
노 스님은 주장자로 때리면서 보해 스님을 내쫓았습니다. 그런데 당시의 스님 네는 요즘 승려들과 달랐습니다. 교통이 불편하여 집에도 마음대로 갈 수 없었지만, 일단 절에서 쫓겨나면 죽은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여겼습니다. 보해 스님은 멀리 가지 못하고 백련암 조금 아래쪽의 가운데가 푹 파인 동구나무 속에 들어가 가마니를 덮고 누워 생각했습니다. '노 스님께서 어찌 그릇된 말씀을 하셨으랴? 나의 병은 신심이 부족한 데서 온 것이 분명하리라. 지금부터라도 신심을 기르자. 일찍이 스님께서는 위급하고 어려운 일에 다다랐을 때 관세음보살을 부르면 해탈을 얻게 된다고 하셨다.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관세음보살을 부르면 신심도 생겨나고, 나의 병도 나을 수 있을 것이다.'
스님은 열심히 관세음보살을 부르면서 기원했습니다. "관세음보살님. 저는 지금 위급합니다. 제발 저를 살려 주십시오."
이렇게 꾸준히 관세음보살을 부르다가 잠이 들면 자고,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허기가 지면 노 스님의 눈을 피하여 백련암 부엌으로 가서 음식을 찾아 먹었습니다. 그리고는 관세음보살을 부르고 또 부르고……. 약 7일이 지났을 무렵, 스님은 관세음보살을 부르다가 깜박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자기가 말로만 들었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영천 은해사(銀海寺)에 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절 주위에는 소나무가 가득하고, 바위가 좋은 계곡에는 시퍼런 물이 콸콸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아, 참 좋구나. 해인사 계곡만 좋은 줄 알았더니 여기 계곡도 참 좋구나. 이 은해사는 처음 가는 절이니 옷을 단정히 입고 정신을 차려서 부처님께 절을 해야지.'
스님이 법당 앞의 배례석(拜禮石)에 이르러 부처님께 절을 올리는 순간, 법당 안에서 소리가 울려 나왔습니다.
"왔느냐?"
그리고는 법당 안으로부터 흰 가운을 걸치고 청진기를 건 스님, 주사기를 든 스님, 왕진가방을 든 스님들이 여러 명 나왔고, 그중 가장 나이가 많은 스님이 말했습니다.
"여기, 이 침대 위에 누워라. 먼 길을 왔으니 수술을 해주어야지."
그 의사 스님은 배를 만져 보더니 부엌칼처럼 생긴 칼을 꺼내어 배를 쫙 가르는 것이었습니다. 순식간에 창자들이 나오자 칼로 창자를 잘라내어 큰 시루에 옮겨 담았고, 금방 시루 하나가 가득 채워졌습니다.
의사 스님이 옆에 있던 뚱뚱한 간호사에게 눈짓을 하자, 간호사는 시루를 이고 계곡으로 가서 콸콸 흐르는 물에 창자를 넣어 씻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창자 속에서 돌도 나오고, 모래도 나오고, 가시도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간호사는 창자를 모두 씻은 다음 비틀어 짜더니, 깨끗이 닦은 시루에 담아 가지고 와서 배에 집어넣기 시작했습니다. 그 감촉이 너무나 차서 스님은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습니다.
"앗! 차가. 으 차가워."
이렇게 창자를 모두 집어넣고 나서 바늘로 이불을 꿰매듯 배를 꿰매 주더니, 의사 스님이 소리쳤습니다.
"이제 됐다. 엄살 부리지 말고 일어나거라!"
보해 스님은 깨어났고, 깨고 보니 꿈이었습니다. 조금도 아픔이 없었던 은해사 의사 스님들의 대수술……. 스님은 꿈속의 장면들을 떠올리면서 배를 만져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불렀던 배가 푹 꺼지는 것이었습니다. 배의 이곳저곳을 만져보았지만 조금도 아픈 곳이 없었습니다.
날이 새자 보해 스님은 백련암으로 올라가 노 스님 앞에 꿇어 앉았습니다.
" 스님, 배가 아프지 않습니다. 거두어 주십시오."
"이제 신심이 조금 생긴 것 같구나. 앞으로는 더욱 열심히 닦아라."
그 뒤 보해 스님은 해인사 강원에 들어가 열심히 공부를 하였고, 약 10년이 지나 평소 꼭 가보고 싶었던 은해사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묘하게도 은해사는 꿈속에서 수술을 받을 때의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 나는 전생에 은해사 중이었던가 보다. 관세음보살의 가피로 꿈속에서나마 전생 인연이 있는 이 절에 와서 병을 치료받게 된 것이 틀림없다."
보해 스님은 은해사로 승적(僧籍)을 옮겨 은해사에 살고 싶었지만, 노스님을 생각하여 해인사에 그대로 머물러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더욱 열심히 도를 닦다가 약 20년 전에 입적하였습니다.


※ 출처: 일타큰스님의 '기도' (도서출판 효림) / 장보해(張寶海) 스님 신심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