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파(伊路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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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2년(성종 23) 사역원(司譯院)에서 일본어학습을 위하여, 간행한 왜학서(倭學書).

개설

『이로파(伊路波)』는 1492년(성종 23) 사역원(司譯院)에서 일본어학습을 위하여, 간행한 왜학서(倭學書)이다. 1책, 모두 22장의 책인데, 장차(張次)는 처음 4장과 나중 18장이 따로 있다. 처음 4장에는 ‘이로파 사체 자모 각사십칠자(伊路波四體字母各四十七字)’라 하여 일본문자를 쓰고, 그 밑에 한글에 의한 발음표기를 붙였다. 그리고 나중 18장의 ‘이로파 합용언어격(伊路波合用言語格)’은 일본어로 된 서간문(書簡文)의 예들인데, 일본문자로만 쓰여 있고, 한글에 의한 발음표기는 되어 있지 않다.

편찬/발간 경위

이 책의 구체적인 발간 경위는 알 수 없다. 이 책은 1925년 일본인 소장자에 의하여 처음 보고되었으나, 1959년 일본의 가가와대학(香川大學)에서 영인본을 내면서, 그 내용이 알려졌다. 그 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이 책이 다시 영인되었다.

서지 사항

1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재 일본 가가와대학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구성/내용

『이로파(伊路波)』를 필두로 하는 조선시대 일본어학습서의 일본어 ‘エ’ 단음(段音)표기에는 ‘ㅖ/ㅕ’(『왜어유해(倭語類解)』의 경우는 ‘ㅔ’의 양 표기가 병용되었다. 이들 두 표기 ‘ㅖ/ㅕ’는 일본어 ‘エ’ 단음(段音)이 구개음 [-je]와 비구개음 [-e]의 형태로 병존하고 있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와 같은 결론은 역학서에 대한 사역원의 전사 태도, 『첩해신어(捷解新語)』 원간본의 ‘ネ’에 대한 ‘ㅖ/ㅕ’ 표기의 실태, 『첨해신어(捷解新語)』의 개수과정에 있어서의 ‘ㅖ/ㅕ’ 표기에 대한 개수 태도, 『왜어유해(倭語類解)』의 ‘エ’ 단음(段音) 표기 등으로부터 지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로파(伊路波)』를 필두로 하는 조선시대 일본어학습서의 한글표기에는 ‘タ(ダ)행(行)’의 ‘チ(ヂ)/ツ(ヅ)’에 대해 파열음 한글표기, 파찰음 한글표기, ‘四つ仮名’ 혼동의 예가 반영된 한글표기가 시대적 추이와 더불어 순차적으로 나타나므로, ‘タ(ダ)行음’의 파찰음화라든가, ‘四つ仮名’ 혼동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좋은 자료가 된다.

조선시대 일본어학습서에 나타난 ‘四つ仮名’ 혼동의 실상에 대하여 주목할 만한 점은, 비교적 초기의 ‘四つ仮名’ 혼동을 살필 수 있는, 『첩해신어(捷解新語)』 원간본의 혼동 예에 있어서, 총 혼동수의 많은 부분이 자음어(字音語)의 ‘ジ/ヂ’에 편중되고 있다는 사실, 『왜어유해(倭語類解)』 ‘이려파간음(伊呂波間音)’에 ‘ヂ/ヅ’에 대한 설명이 제외되었다는 사실 등이다. 이러한 사실에 의하면 ‘四つ仮名’ 혼동의 진원지(자음어(字音語)의 ‘ジ/ヂ’) 및 혼동의 결과로서의 방향성(ヂ/ヅ→ジ/ズ)을 추찰할 수 있다.

조선시대 일본어학습서를 통하여 일본어의 역사를 생각하는데 있어서, 각별히 주의하여야 할 부분은 일본어 전사에서 동종의 선행 자료로부터의 영향(사역원 전래의 전사 원칙의 계승), 학습서로서의 규범성, 방언적 요소, 조선시대의 국어사적 사정 등 특수한 요인에 기인하는 간섭의 문제이다.

조선시대 일본어학습서 『왜어유해(倭語類解)』의 일본어 ‘エ段音’에 대한 한글표기는, ‘テ/ネ’에 ‘ㅔ’가, 그 외의 음절에는 ‘ㅖ’가 사용되어, 종래 동종의 자료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한글표기 ‘ㅔ’가 새롭게 등장한다. 『왜어유해(倭語類解)』의 간행시기 및 국어 이중모음의 단모음화 시기가 고려될 때 이 책의 일본어 음절의 음가는 ‘テ/ネ’의 경우는 [te]/[ne], 그 외의 ‘エ段’ 음절의 경우는 ‘[je]/[kje]/[sje]…’와 같은 구개음이었으리라 추측된다.

또한 조선시대 일본어 학습서 『방언유서(方言類釋)』과 『왜어유해(倭語類解)』에서는 일본어 ‘ハ行四段動詞’ ‘-aウ’류의 ‘연체(連体)/종지부(終止形)’의 대부분이 ‘ㅗ우’로 전사되지만, 산발적으로 ‘ㅏ우’도 보인다. 이들은 평안시대(平安時代) 이후、‘[-aФu][-au][-ao] [-o:][-au]’와 같은 변화를 경험한 경판방언(京阪方言)의 ‘ハ行四段動詞’ ‘-aウ’류의 역사적 일면을 반영한 것이라 생각된다.

조선시대 일본어학습서에 나타나는 ‘ウ段’과 ‘オ段’의 교체표기에 의하면, ‘ウ段’음과 ‘オ段’음의 교체의 진원 및 주류는 화어(和語) 쪽이었으며, 자음어(字音語)로의 확산은 극히 제한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オ→ウ(オ段→ウ段)’과 같은 방향으로의 교체가 우세하다는 경향성이 인정되나, 이는 ‘ウ’가 장음부호처럼 인식되고 있었던 점에 원인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조선시대 일본어학습서의 ‘タ行オ段拗長音’에 대한 한글표기에는 두 종류의 ‘됴우’와 ‘죠우’가 등장하는데, 이 중 ‘됴우’는 ‘タ行オ段拗長音’의 ‘t구개화’와 관련해서 주목된다. ‘됴우’는 ‘タ行オ段拗長音’의 전 단계 음성을 반영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와 같은 사실은 로드리게스의 기술, ‘オ段拗長音化’ 및 ‘t구개화과정’, 국어의 ‘t구개화과정’ 등에 대한 검토를 통해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됴우’가 ‘仮名’ 표기에 있어서, ‘テウ’의 경우에 집중된다는 점에 주목한다면, ‘テウ류의 ’t구개화‘는 ’チヨウ/チヤウ‘류에 비해 지연되었다고 하는 사실 또한 추측할 수 있다.

의의와 평가

이 책은 얇은 편이지만, 우리나라에서 15세기에 간행된 역학서(譯學書) 중 유일한 현존본으로서, 막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또한 국어사(國語史)와 일본어사(日本語史)의 연구 자료로서 매우 소중한 책이다. 특히, 15세기 말엽에 있어서의 한글과 일본문자의 음가(音價) 추정을 위한 중요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 京都大學國文學會, 『弘治五年朝鮮板伊路波』, 京都大學國文學會, 1965.
  • 이기문, 『성종판이로파』에 대하여, 학술지도서 제8호, 을유문화사, 1965.
  • 이동욱, 「朝鮮時代の日本語學習書による日本語硏究 ―音聲/音韻を中心に―」, 히로시마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4.
  • 조남덕, 「성종판연자고(成宗板連字考)(上) -『伊路波』를 中心으로-」, 『일어일문학』 제9권, 일어문학회,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