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당(幡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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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와 보살의 공덕을 나타내기 위해 불전의 기둥이나 절의 당간에 걸어두는 깃발로, 번기와 당기를 통칭한 것.

개설

산스크리트어 ‘파타카(patākā)’의 한자어 음역인 번(幡)은 깃발이나 휘장을 뜻한다. 번기(幡旗)는 법회, 설법 등 사찰에 행사가 있을 때, 부처님이나 보살의 덕을 나타내는 의미로 꼭대기에 종이·헝겊 따위를 가늘게 오려서 달아 불당(佛堂)에 장식하는 것이다. 당기(幢旗)는 불화(佛畫)를 그려 절문 앞에 세우는 것이다. 중생을 지휘하고 마군(魔軍)을 굴복시키는 상징물로 사용되었다.

형태

번은 대부분 한지에 보살의 명칭을 써놓은 것이나, 그림을 그려 넣은 것도 있다. 불경에 의하면 사용되는 의식에 따라 불교의 계를 받아 불문에 들어갈 때 정수리에 물을 얹는 의식인 관정 의식에 사용되는 번은 관정번(灌頂幡), 비를 청하기 위한 기우제 같은 의식에 사용되는 번은 정번(庭幡) 등으로 구분한다. 죽은 사람의 혼을 인도한다는 인로왕보살의 이름을 쓴 인로왕번(引路王幡)은 천도재 때 사용하고, 동서남북과 중앙의 방위에 거는 오방불번(五方佛幡)은 일반 법회 때 사용한다.

재료에 따라 구분하기도 하는데 넒은 비단으로 제작된 것을 평번(平幡), 여러 가지의 실을 묶어 만든 것을 사번(絲幡), 금과 옥을 이어 만든 것을 옥번(玉幡)이라고 한다. 번에 사용되는 색깔은 청·황·적·백·흑 5색이다.

번은 불전 내의 기둥, 탑 상륜부에 매달았고 법회가 진행될 때 사찰 당간에 매달아 멀리서도 나부끼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하였다. 평편한 형태를 번기로, 둥근 형태를 당기로 구별하기도 하였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사찰에서 사용하는 깃발 외에도 보통의 일반 깃발도 번당(幡幢)이라고 하였다. 1446년(세종 28) 사헌부 집의(執義)정창손(鄭昌孫)이 "왕실 불사에 주옥과 비취로 화려하게 장식한 사치로운 번당을 달았다."는 등의 내용을 언급하며 불사를 중지할 것을 상소하였다(『세종실록』 28년 10월 9일). 이후 1537년(중종 32)에는 대사헌, 대사간 등이 불교가 흥함을 염려하여 올린 상소문 중에서도 사찰 번당의 그림이 빛이 나는 것을 보았다는 기록이 있다(『중종실록』 32년 2월 12일).

명의 사신들이 황제의 번을 가져와 금강산에 달기도 하였다. 1468년(세조 14)에는 명의 성화제가 금단(錦段) 4필(匹)을 사신들 편에 보내어 금강산에 번(幡)을 달라는 명을 내려, 사신들이 직접 금강산을 방문해 황제의 번을 달았다(『세조실록』 14년 4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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