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蟹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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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를 깨끗이 씻어 소금물이나 간장에 절인 음식.

개설

바다 혹은 민물에서 나는 게를 잡아 소금물 혹은 간장에 절인 음식이다. 다른 말로 ‘해해(蟹醢)’, 한글로 ‘게젓’ 혹은 ‘게장’이라 부른다. 1207년(고려 희종 3)의 고려 목선에서 발견된 목간에 해해가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식용의 역사는 매우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보통 해(蟹)는 참게이고, 자해(紫蟹)는 대게이고, 민물에서 나는 게로는 약해(藥蟹)가 있다. 조선시대의 한글로 된 요리책에는 게젓과 약게젓 만드는 법이 적혀 있다. 해장(蟹醬)은 왕실에서도 귀한 음식이었다. 경종이 해장을 먹은 후에 목숨을 거둔 일로 인해서 영조 즉위 이후 반란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만드는 법

게젓을 만드는 법은 장계향(張桂香)이 한글로 지은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에 나온다. 제목은 ‘게젓 담는 법’이다. “게를 잡아 오거든 이삼일 잡은 것을 각각 단지에 넣어 모았다가 한단지에 넣고, 소금을 게 열 마리에 한 되씩 세어 물에 넣어 달여 채우고 게 넣은 단지에 물을 부어 흔들어서 씻어 버리되, 세 번 씻은 후에 행여 죽은 게가 있거든 가려서 버리고 산 것만 단지에 가득 넣고, 소금물이 미지근하거든 게가 잠기게 부어 그 위에 가랑잎을 덮어 돌로 짓눌러 두었다가 간이 뜨면[싱거우면] 열흘 만에 쓰고 간이 되면[짜면] 쉽게 익나니라. 소금물이 너무 더우면 게가 익어 좋지 아니하니라.” 소금물로만 게를 절이는 방법이다. 장계향이 경상도의 내륙에서 살았기 때문에 이 게젓에 사용한 게는 민물에서 잡은 것으로 여겨진다. 왕실에서 먹었던 게젓의 게는 주로 황해도와 경기도에서 잡은 바다 것이었다. 『승정원일기』를 보면, 인조 때에는 매년 9월 초순에 황해도에서 해해를 진상하였다.

『음식디미방』에는 게장에 이어서 ‘약게젓’에 대해서도 적혀 있다. “게 쉰 마리만 하거든 진간장 두 되, 참기름 한 되에 생강·후추·천초 섞어 짜게 달여 식히고 게를 깨끗이 씻어 이틀이나 굶겨서 그 국에 담가 익거든 쓰나니라.”고 했다. 게를 참기름·생강·후추·천초를 넣은 진간장에 담가서 익히는 방법이다. 일종의 간장게장이다.

약게젓의 게는 민물에서 난 것이다. 영조 때에는 약해해(藥蟹醢)를 신감초(辛甘草)로 담갔다. 영조 때에는 국왕이 지난 수라에서 약게젓을 드셨다고 하면서 입맛을 돌게 하는 데 좋은 반찬이라는 보고도 있었다. 약게젓에 쓰는 약해는 지금의 강원도 통진인 흡곡(歙谷)에서 나는 것을 사용하는데 맛이 매우 좋아서 전부터 간혹 진상하는 규례가 있었다고 했다. 흡곡에 있는 십이현천(十二峴川)과 한교천(寒橋川)의 계곡에서 약게가 잡혔던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제철에 나지 않은 약해는 맛이 없다는 말도 함께 했다. 이로 미루어 약해는 산골의 골짜기 민물에서 나는 것을 가리켰을 것으로 여겨진다. 고종 때 내의원(內醫院)에서는 진상하는 약게젓에 넣는 간장이 내자시(內資寺)에서 만든 것이라고 보고했다.

1924년 출판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서는 “가을에 게가 알이 들기 전에 담그는 것이 좋으니 팔월 그믐 혹은 구월 초생에 게를 얻어 솔로 깨끗이 씻어서 항아리에 담고 항아리를 그대로 엎어서 한참 두어 게가 먹었던 물을 다 빼 놓은 후에 다시 바로 일으켜 놓고 좋은 진장을 끓여서 잠깐만 식혀 가지고 게 담은 항아리에 붓나니 부을 때에 게가 죽은 것이 있으면 못 쓰니 죽은 것은 없애고 장을 붓고 고추씨를 빼고 툭툭 잘라 넣고 생강을 저며 넣고 뚜껑을 꼭 봉하여 두었다가 한 보름쯤 지난 후에 천초를 넣어 먹나니라.”고 했다. 오늘날과 비슷한 간장게장 만드는 법이다.

소금물에만 절인 게장 만드는 법도 이 책에 나온다. “게를 산 걸로 고르고 소금물을 짜게 끓여 식혀서 항아리에 넣고 게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없애고 소금물에 넣되 소금물이 게 위에 오르도록 하고 천초를 넣고 갈잎을 그 위에 덮고 나뭇가지나 댓가지로 가로질러 버티어 두고 익기를 기다려 먹나니 오래도 변치 않나니라.”고 하였다. 이 내용은 『음식디미방』과 비슷하다. 서호수(徐浩修)가 『해동농서(海東農書)』에서 같은 내용을 ‘속방(俗方)’이라고 적은 것으로 보아 『음식디미방』의 기록이 민간에서 널리 알려졌던 게장 만드는 법임을 짐작할 수 있다.

또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겨울을 넘길 게장은 양력 10월 24일 전후에 있는 상강(霜降) 때 담그는 것이 좋다고 했다. 게장의 게가 아삭한 맛을 내는 법도 적어 두었다. “게를 먼저 소금에 절였다가 물에 깨끗이 씻어 물기를 없애고 대강 말린 후에 장에 담가야 게가 아삭아삭하고 좋으니라.”

『산림경제(山林經濟)』에는 ‘장해속법(醬蠏俗法)’의 기록이 나오는데, 이 내용을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게장 만드는 특별한 법으로 번역해서 적었다. “진장 한 말에 소금 한 되를 타고 쇠고기 한 덩어리를 넣어 한데 솥에 붓고 끓인다. 극히 짜면 빛이 뽕나무 열매즙과 같게 된다. 이것을 퍼내어 놓고 고기는 아니 쓰고 서리 올 때 큰 게 50개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없애고 장이 식으면 게를 넣는다. 이틀이 지나면 장을 따라내어 다시 끓여 부을 때 게를 제쳐서 넣고 눈 없는 성한 천초를 넣고, 좋은 꿀 두 종자를 붓고 꼭 봉한다. 오륙 일이면 가히 먹을 것이요 그 이듬해까지 두어도 상치 않나니 이 법이 제일이니라.” 이와 같이 이 책에는 각종 게장 만드는 법을 소개했는데, 이로 미루어 고려시대 이래 사람들이 게장을 무척 즐겨 먹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연원 및 용도

2007년 충청남도 태안군 근흥면 대섬 인근 마도 바다에서 발견된 고려시대 목선 마도 1호선에서 나온 목간에 해해에 관한 기록이 나왔다. 목간에 의하면, 마도 1호선은 1207년(고려 희종 3) 10월부터 지금의 전라남도 여수 포구에서 물건을 실었다. 물건은 지금의 전라남도 해남·나주·장흥 일대에서 거둬들인 것이었다. 1208년 2월에 배는 여수를 떠나 송도를 향했다. 목간에는 송도로 보냈던 물건의 내용이 적혀 있는데, 그중에 ‘해해’가 있었다.

강희맹(姜希孟)은 『사숙재집(私淑齋集)』에 실린 「소래하중추정문기(蘇萊河中樞旌門記)」에서 부인이 해장을 좋아한다고 했다. 아마도 서해에 가까운 소래이기 때문에 바다 게로 담근 게젓을 좋아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선조가 왜군을 피해 북으로 갈 때 황해도 평산(平山)의 김한종(金漢宗) 처가 해해를 올렸다(『선조실록』 26년 9월 23일). 이 해해의 게는 예성강에서 잡은 것일 가능성이 크다.

게젓은 수라에도 자주 올랐다. 1724년(경종 4) 경종이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약방에서 진찰을 하면서 “어제 해해를 진어하고 이어서 생감을 진어한 것은 의사들이 매우 꺼리는 것”이라고 했다(『경종실록』 4년 8월 21일). 이 일로 후에 영조는 경종을 독살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영조가 즉위한 지 31년이 지난 1755년(영조 31) 2월에 나주에서 흉서 사건이 일어났다. 흉서 사건의 주모자 신치운(申致雲)은 “성상께서 이미 이처럼 의심하시니 신은 자복을 청합니다. 신은 갑진년부터 게장[蟹醬]을 먹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신의 역심(逆心)이며, 심정연(沈鼎衍)의 흉서 역시 신이 한 것입니다.”라고 했다(『영조실록』 31년 5월 20일). 영조는 분통하여 눈물을 흘렸다.

생활·민속적 관련 사항

1790년(정조 14) 충청도관찰사의 장계(狀啓)에 의하면 부여의 김광악(金光岳)은 어미의 병이 위급하자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먹여 생명을 연장시킨 효자인데, 강원도의 흡곡현령(歙谷縣令)으로 있을 때 왕의 체후가 편치 않아 자해장(紫蟹醬)을 먹고 싶어 하시자 관문(關文)이 도착한 날 고을 사람들이 여름 게는 장(醬)이 없다고 하는데도 몸소 온 포구를 다 뒤져서 마침내 구해서 봉진하였다(『정조실록』 14년 1월 27일). 자해는 대게를 가리킨다.

이규경(李圭景)은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서 황해도 황주(黃州)의 해장골동반(蟹醬骨董飯)이 유명하다고 했다. 해장으로 비빔밥을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
  • 『사숙재집(私淑齋集)』
  • 『산림경제(山林經濟)』
  •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
  • 『해동농서(海東農書)』
  • 국립해양문화연구소, 『800년 전의 타임캡슐: 특별전 태안 마도 수중문화재 발굴성과』, 2010.